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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부부의 세계] 부부관계에서의 가장 큰 상처, 외도

기사승인 2020.06.05  06: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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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잠실 하늘 정신과, 한승민 전문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아내 지선우는 자신의 인생이 완벽하다고 이야기한다. 성공한 의사이고 자신과 아이를 사랑하는 남편을 가졌으며 사랑스러운 아들을 둔,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태오의 외도가 밝혀지며, 이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던 삶은 산산이 부서진다.

외도는 정말 그런 것이다. 아무리 탄탄하게 쌓은 결혼 생활도, 오랫동안 이어진 배우자의 믿음도,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 경험이다. 배우자의 외도는 천재지변이나 심각한 사고를 겪고 난 사람들이 느끼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준의 정신적 고통과 같다. 극 중, 남편 이태오는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뻔뻔한 당당함을 보이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죄가 아닐 수 있지만, 배우자에게 정신적 외상 수준의 고통과 깊은 상처를 준 것은 명백히 큰 죄다. 

 

외도는 배우자에게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기에, 그 행위 자체를 용서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외도로 인해 상처 받은 부부관계의 회복을 원한다면 필요한 중요 조건에는 이 ‘용서’가 있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과정 없이는 진정한 재결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도를 한 당사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배우자에게 다가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반면, 외도가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직시하지 않고, 큰일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외도의 원인을 배우자가 제공한 것이 아니냐며 도리어 큰 소리를 내기도 하고, 극 중 이태오와 같이 외도는 했으나 자신은 여전히 배우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모두가 외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들이다. 배우자에게 있어 외도란, 부부로서 그동안 함께해온 모든 일들과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강력한 사건임을 기억해야 한다. 

외도를 한 당사자가 갖는,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려는 태도는 외도 문제를 극복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외도를 한쪽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유감을 표현하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잃어버린 믿음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배우자의 감정을 이해하려 해야 한다. 상처 받은 배우자가 평온해 보인다고 자신이 용서받은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 용서는 상대방이 하는 것이다. 
 

사진_픽셀


외도는 부부에게 큰 고통과 관계 회복의 어려움을 주지만, 이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부가 모두 이혼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외도를 한 당사자나 배우자 모두 이혼까지는 원치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단지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보통 부부치료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고 8회기에서 20회기 정도에 걸쳐 진행되는데, 외도를 경험한 부부는 그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상처의 깊이만큼 치료의 시간도 더 요구된다.

부부치료는 외도를 한 당사자와 배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손상된 애착을 회복하고 부부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외도에 의한 부부치료는 다음 6단계를 치료의 기본으로 한다.
 

1단계. 배우자는 외도가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이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한다.

2단계. 외도를 한 당사자는 외도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배우자에게 입힌 상처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3단계. 배우자는 자신이 받은 고통과 슬픔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외도로 느낀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4단계. 외도를 한 당사자는 배우자의 이야기에 정서적으로 반응해주고 배우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5단계. 치료자의 도움을 통해, 배우자는 외도를 한 당사자에게 자신을 위로해줄 것을 요청한다. 

6단계. 외도를 한 당사자는 사려 깊은 태도로 배우자에게 꾸준히 다가간다. 또한 배우자가 반복해서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후회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표현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앞으로 「현실 속, 부부의 세계」 연재에서는 부부와 부부관계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가려 한다. 부부싸움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한국의 문화적 특징은 부부가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하여, 문제를 더 곪게 하고 각자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부부갈등은 둘만의 관계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 전체의 정신적 문제와 일상생활 효율성의 저하에도 영향을 주며,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안식처인 ‘가정’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으로, 부부 문제가 개선되면 가족 개개인의 정신적 어려움이 줄어들고 또한 생활 속 많은 것들이 점차 나아진다. 더불어, 가족 구성원의 일상 속 스트레스 회복에도 영향을 주는 ‘치유적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이토록 중요하면서도 들여다봄에 있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던, 부부와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내용들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기회를 통해 독자의 부부관계 속에 보다 따듯한 변화가 깃들길 바란다.

 

한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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