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사연) 

30대 미혼 직장인입니다. 이 우울감이 제 삶이 나타나기 시작한 게 어렸을 때부터였는지 아니면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3년 전 만났던 남자 친구가 우울증과 틱이 있었고 그 친구와 만나면서 우울감이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만났던 남자 친구와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남자 친구의 마음이 식은 것 같아 불안해지고 더 우울해져서 한 달 전엔 정신의학과에서 갔습니다. 우울증이라고 얘기해주지는 않으셨지만 처방을 보니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 여러 종류였습니다. 먹고 괜찮아질까 싶었어요. 그런데 졸리고 현기증 나는 것 외에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더군요. 약 먹으니 오히려 일이 집중도 안 되고 그래서 약 다 먹은 후에는 병원에 다시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더 힘들어요. 새벽에도 자꾸 깨고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됩니다. 삶의 의욕이 없고 ‘난 왜 이렇게 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하게 살까’ 이 우울한 인생을 벗어나려면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살기가 싫어요. 너무 힘들고 지쳐요. 근데 죽는 건 두려워요. 어떻게 죽어야 아프지 않게 죽을지 고민하게 되고 찾아보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힘든 걸 이해해 줄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가족들은 몰랐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마음만 아플 테니까요.

회사 가는 것도 마음이 버겁고 힘들어요. 가서 밝은척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려워요. 여기서 혼자 어떻게 버티지... 싶어요. 차라리 누가 와서 죽여주면 편하겠다 싶어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어요. 집에 돌아오면 공허하고 허무해요.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우울증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우울이라고 하는 것은 단기간에 좋아지는 증상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내 문제가 시작되게 된 계기가 3년 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 때문이라면 남자 친구와 지내는 과정에서 어떠한 심리적인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나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남자 친구와 만남/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에 대해 반드시 고민을 해보셔야 합니다.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심리/사회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연애 관계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 요인들과 내가 가진 성격적인 패턴이 상호작용하게 되면 우울감을 넘어선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행히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서 진료를 보고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기록이 있으시네요. 대개 졸리고 현기증이 나는 부분은 항우울제로 인한 부분보다는 신경안정제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항우울제는 대개 효과를 발휘하는 데 수주 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가 만족할 만한 반응을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복용을 하는 것이 좋고, 신경안정제로 인한 불편감의 경우는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여 조절해 볼 수 있습니다.

 

언급해주시는 내용들의 대부분은 자책과 관련된 내용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스스로 자책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기도 하며, 단순한 상황에서도 자책이 심하면 우울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자책이라는 부분은 생각의 영역입니다. 경험하고 계신 모든 어려움들이 단순히 생각과 관련지어서 설명되지는 않겠지만 생각을 조절하면서 자책을 줄이게 되면 우울감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본인과 본인의 미래, 주변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는 부분이 현실보다 더 나쁜 생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우울감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근거가 어디서 오는지, 현실적인 부분과 얼마나 차이가 있나 확인해보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은 내가 정말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상태에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꾸준한 약물치료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약물치료로 부분적으로나마 호전이 있다면 이러한 생각들을 돌아보고 우울감을 덜어내는 게 더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관계에서 시작된 문제라면 이러한 관계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게 가능해집니다.

사연을 주신 분은 지금 어려운 과정에 놓여있는 상황이고, 이 상황을 혼자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디 받으시던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시고 언젠가 우울감에서 벗어나 지금을 힘들었던 한때로만 기억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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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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