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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아무것도 즐겁지가 않고 무기력해요

기사승인 2020.06.19  05: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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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10대부터 우울증과 잦은 자살 충동으로 남자 친구가 생기면 집착하고 의지를 많이 했었어요.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음식도 먹지 않고 울기만 했었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상담 선생님에게 우울 증상에 대한 상담을 받았는데 정신과 진료 권유도 받고 선생님이 엄마와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20살 초반까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어요.

지금은 결혼해서 살고 있는데 요즘 너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네요. 깊은 생각은 아니지만 ‘죽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가끔 주위에 모든 소리가 크게 들리고 불안한 감정이 너무 크고 그 증상이 온 순간에 누군가가 저를 건드리면 그 사람에게 해코지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어릴 적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밤에 불빛이나 소음이 들리면 쉽게 잠들 수 없고요. 지금도 소음에 예민해서 귀마개를 항상 하고 자는데 요즘 꿈을 여러 개 꾸고 계속 잠에서 깹니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이혼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저한테 자상하고 가정에 충실한 남편인데 왜 그런 생각이 드냐면, 혼자라는 생각이 너무 크다고 느껴요. 결혼 후 타지로 이사 와서 친정도 멀고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못하면서 넋두리를 할 만한 친구가 없어서 일까요? 자꾸 슬픈 기분만 들고 온몸에 기운이 없습니다. 식욕도 없어지고요. 무기력함이 너무 커지면 다시 우울증이 생길까 봐 겁납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정연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가장 망가뜨리는 것이 가정폭력입니다. 먼저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지켜줘야 할 부모가 오히려 가장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후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돼도, 그 사랑을 온전히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날 사랑한다고 하지만, 언제 나를 괴롭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늘 떨게 되죠. 

또 가정 자체가 편안한 공간이 아니게 됩니다. 학교 폭력을 당하더라도 집으로 오면 안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가장 편히 쉬어야 할 곳에서 폭력을 겪기 때문에, 사실상 인생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잃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경험하며,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연인이 폭력을 휘두르지만 않아도, 부모보다 더 좋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헤어지기 싫은 것도 당연한 일이죠. 

 

상담 선생님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라는 말을 한 것으로 봤을 때, 이미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정도의 병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않으셨던 것 같네요. 이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가정폭력을 경험한 분들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믿음이지만, 그분의 삶에서는 그 믿음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폭력적인 남편을 만난다면 이 믿음은 더 사실이 되고, 삶에서 유용한 가치를 지니겠죠. 

하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남편을 만난다면 이 믿음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되고, 삶을 오히려 방해하게 됩니다. 가정에서 불필요하게 긴장하고 잠을 자지 못하며 무의식 중에 그 원인을 남편이라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사실 남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셔서 상담 치료와 약물치료를 모두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담 치료로 현재 사실이 아닌 믿음을 바꾸셔야 하고, 약물치료로는 불필요한 긴장감과 불면증을 조절하시면 됩니다. 아직 젊으시고 다행히 자상한 남편을 만나셨기에,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앞으로의 삶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용기 내셔서 꼭 병원에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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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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