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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직장 스트레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만 싶어요

기사승인 2020.06.18  06: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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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고민 끝에 글을 올립니다. 작년에 일을 쉬고 1년을 편히 보냈습니다. 그리고 2월에 다시 복직했습니다. 같은 직업이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게 된 셈인데 어느 일이든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고 계속 해왔던 직종으로 따르는 스트레스도 압니다. 그런데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었고 해 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못해서 욕먹으면 어떻게 하지 경력직인데 컴플레인 들어오면 어떡하나, 2월부터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아침에 눈 떠서 출근하는 것도 두렵고 상사와 동료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가 버거웠습니다 4월 중순부터는 신체적 증상도 동반됐어요. 계속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웠는데... 소화가 안되고 계속 배가 아프고 하루에도 열 번 넘게 화장실을 가게 됐어요. 소변이 막상 정말 조금 나오는데 참을 수 없어서 소화불량으로 자연히 먹기가 싫어졌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부담 갖는 제 자신이 문제라는 걸 아는데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5월이 시작되자 불면증이 시작됐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다시 부정적인 걱정들이 시작되고... 그러다 잠이 들어도 2~3시 사이에 꼭 깹니다. 지금도 2시 넘어서 깨 잠 못 들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출근하다 보니 피곤하고 업무에 집중도 못합니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는 사고라도 났으면 좋겠고 회사 앞 정류장에 내리기 싫어요. 출근해서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눈치 보이고 소화가 안돼서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 트림이 나와요. 그만둬야 할까. 그만두면 난 좀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죽고 싶습니다. 

내가 사라지면 다 될 거 같아서... 걱정도 불안도 부정적인 생각도 제가 다 나약하고 모자란 사람이어서 그렇다는 걸 저도 아는데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인지합니다. 그런데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무기력하고 하기 싫고.. 스스로 조절이 안되니까 모든 게 두렵고 무서우니까 정말 누가 나 좀 죽여줬으면 싶어요. 전에도 일을 했으니까.. 일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고 어딜 가든 다 비슷하니까.. 그래서 힘들어도 생계니까 했습니다. 

1년만이라도, 퇴직금 받아야지 하는 생각 하면서 버텼는데 지금 직장에서는 퇴직금도 필요 없고 경력에 금이 가는 것도 상관없이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래야지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들도 다 힘든데 나만 힘든 것도 아닌데 유별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정말 못하겠어요 이번 주 안으로 퇴사를 얘기하려고 해요. 그런데 앞으로의 미래도 너무 두려워요 여기 그만둔다고 이 불안함이 두려움이 무서움이 과연 사라질까. 나는 왜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싶고.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질문자님의 고민에 늦은 답을 내어드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어쩌면 벌써 결정을 내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지옥 같은 곳에서 계속 버텨내야 하나, 나는 대체 왜 이럴까, 질문자님의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마음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질문자님의 고민은 현대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고민해보았음직한 이야기일 겁니다. 우리 삶에서 직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기에, 직장 내에서의 삶이 흔들리게 된다면 내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님처럼요. 
 

스트레스와 신체적 반응, 그리고 우울증

우리는 스트레스를 ‘짜증 난다, 기분 나쁘다’는 식의 심리적 현상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차마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는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신체적 증상으로 경험되기도 합니다. 소화가 안되기 시작하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 등이 나타납니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는 등이 생리 현상들도 불편감을 유발하는 증상들입니다. 질문자님의 몸에서 나타나는 것들은 결국 해소되지 않은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스트레스는 우울감, 좌절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질문자님 또한 스트레스가 가득 찬 상황에 놓여 있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 준하는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울증은 우울감, 무기력, 불면증 등의 증상들 자체도 문제지만,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시각의 변화 또한 만성적인 어려움을 만들어냅니다. 이를테면, 이전에 자신이 해왔던 성공의 경험은 배제한 채 ‘나는 지금 너무 부족하고, 결함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며, 주변 환경은 ‘끔찍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으로, 미래는 ‘어둡고 절망적’으로 여기게 만듭니다.

질문자님의 짧은 글에서 모든 것을 유추해내긴 어렵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만들어낸 우울증의 늪에 빠져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해요. 우울증에 늪에 빠져 있다면,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때론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좀 더 정확한 평가와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벼랑 끝에 선 심정이 아닌, 갈래길 앞에 서 있는 것

직장 스트레스를 대할 때, 절박한 심정에서 벗어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극심한 직장 내 스트레스를 겪는 분들은 마치 벼랑 끝에 서 있거나, 막다른 골목에 몰린듯한 심정을 이야기합니다. 이 스트레스를, 이 힘든 상황을 ‘반드시 이겨내야 할 것’만 같은, 그리고 견디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벼랑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곤 하지요. 

하지만, 직장 스트레스가 아무리 극심할지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꽤 많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서 이동을 회사 측에 요청하거나, 이직 혹은 퇴사를 준비하거나, 하다 못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견뎌내는 것, 나를 괴롭게 하는 상사나 직장에 ‘꿈틀’ 해보는 것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갈림길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건, 마음을 가다듬으며 나에게 선택의 가짓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해보는 일일 테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선택하기보다,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르고 난 후 조금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상태에서 결정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택하고 싶은 충동에 휘둘려, 가장 결정하고 싶은 순간에 내린 결정은 역설적이지만 큰 후회가 뒤따르는 법이니까요. 결정의 순간에 충분한 여유가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현명하고 건강한 선택이 가능할 테지요. 
 

‘직장 = 나의 삶’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조금은 넓은 시야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직장은 삶에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직장과 나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의도적으로 직장을 제외한 삶의 다른 영역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내 인생 전체에서 직장이 가진 무게를 의식적으로 가벼이 여기려 하고, 의미부여를 덜 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직장이 ‘삶의 전부’라든지, ‘직장을 잃는 것은 내 인생이 실패하는 것’이라는 의미부여는 직장 스트레스 앞에서 건강한 선택을 어렵게 만듭니다. 또, 과도한 자책을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내가 직장이라는 것, 직장 내에서의 나 자신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도움이 될 겁니다.

질문자님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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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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