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 잘 알아요. 환자 분은 용기 있는 분이고, 오늘 병원에 오신 것은 잘한 결정이에요.”

자살 생각(혹은 다른 정신과적 이유) 때문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만나면,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말하기로 결심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환자가 혹시나 병원에 온 것을 수치스러워하거나,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할까 봐. 실제로 정신과 질병 때문에 병원 응급실에 온 경우, 환자들은 (정신과 질병이 아닌 이유로 온 환자들에 비해) 의료진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정적인 경험이 누적될 경우, 정말 긴급한 상황에서 응급실에 오는 데에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즉, 응급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하나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정신과적 원인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 큰 용기를 필요로 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신 질병을 경험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 때문에.

 

늦깎이 학생이었던 나는 의과대학 시절 지독한 우울감에 시달렸었다. 그 감정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는, 깊은 우울감에 침대 밖으로 나가기조차 힘들었다. 자살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어딘가로 숨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대학원에 진학했던 나에게도, 정신과의 문턱은 한없이 높아만 보였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도 없었다 - 몇 번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너무 우울해서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털어놓고 싶다가도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고 입 밖을 나서지 못했던 기억. 그렇게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우울감에 시달리며 흘러간 그 시간은, 나의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상처 자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정신 질병은 나약함의 결과가 아니다. 그리고 정신 질병을 스스로 인지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동은 용기 있는 행동이며, 내적인 강인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심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예전의 나는 내지 못했던) 큰 용기를 낸 내 앞에 선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용기 내어 주어 고맙습니다.” 
 

사진_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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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메이요클리닉, 뉴욕대학교 정신과 레지던트
예일대학교 중독 정신과 전임의
서울대 심리학 학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석사
저서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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