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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은 우울증과 어떻게 다를까?

기사승인 2020.06.30  09: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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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조울증은 주로 30대에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지속기간이 6개월 정도로 꽤 긴 편입니다.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하며 무엇보다 재발이 잘 되기에 당사자와 가족들을 괴롭게 합니다. 

흔히들 조울증에 대해서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병, 어제는 엄청나게 우울했다가, 오늘은 기분이 엄청나게 좋은 병’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조울증은 일정기간 조증삽화의 시기가 있고 또 일정기간의 우울증 삽화의 시간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보통 그 기간은 각각 2주 정도 지속됩니다. 또한 조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euphoric mania(쾌감형 조증)라고 하여 기분이 들뜨고 업되고 에너지가 넘치는 조증도 있지만 조울증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irritable mania라고 하여 생각이 많아지고 예민하고, 쉬운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는 증상입니다.
 

사진_픽셀


“짜증이 나는데 왜 조증이에요?“

Mania(조증)의 의미가 기분이 들뜨고 흥분되어 있는 상태, 비정상적으로 에너지가 과민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것은 주변 환경에서 오는 자극에 엄청나게 예민하고 날이 서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과도한 집중력과 너무 많아진 생각으로 인해 처음의 유쾌하고 좋았던 기분은 금방 사라지고 의심과 피로감을 불러오기 때문이지요.

즉 조울증 증상을 가진 경우 조증의 시기에도 그리 행복하거나 즐겁지 못하며 오히려 우울증 시기보다 더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euphoric mania 상태일 때 들뜬 기분으로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실수를 한다거나, 과다한 쇼핑, 무리한 투자로 몇 달치 월급이 한 번에 날아가기도 합니다. 자신의 지갑을 노숙자에게 통째로 주거나, 집을 판 돈 전부를 교회에 헌금한 주부, 누가 봐도 가능성 없는 사업에 아무 준비도 없이 수억 원을 투자했다 날린 사람도 있습니다. 

 

조증 삽화의 시기가 지나면 우울증의 시기가 어김없이 오는데, 조증 때 에너지를 몰아서 다 써버린 만큼 우울증 시기에는 더 가라앉고 처집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과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상태입니다. 조울증 이후에 오는 우울증이 단순 우울증과 비교할 때 더 위험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마 감정의 갭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보통 상태를 경험하다 우울증의 시기를 겪는 것과, 에너지가 넘쳤던 상태 직후에 우울증의 시기를 겪는 것은 그 감정의 폭락이 훨씬 크고 더 혼란스럽습니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인관계, 혹은 사회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거나, 10년 지기 친구와 하루아침에 원수가 되기도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감이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 조증의 자가진단 테스트

1) 지나치게 기분이 들뜨고 말이 많아진다.
2) 잠을 2-3시간만 자도 피곤하지가 않다.
3) 주의가 산만해지고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4) 새로운 사업이나 일을 준비 없이 시작하고 성공을 확신한다.
5) 도박이나 무리한 투자, 무분별한 음주나 성생활, 쇼핑 등에 몰두한다.
6)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흥분되어 있다.
7) 중요하지 않은 일에도 신경이 쓰이며 짜증이 쉽게 난다.

7가지 중 3가지 이상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조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우울증의 자가진단 테스트

1) 너무 슬프고 공허하다, 하루 종일 우울하다.
2) 모든 게 재미없고 흥미가 떨어진다, 아무 의욕이 없다.
3) 입맛이 없고 체중이 감소한다. 혹은 반대로 폭식을 한다.
4)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잔다.
5) 매일매일 피로하고 쉽게 지친다.
6) 집중력이 떨어지고 반복적으로 결정 장애를 겪는다.
7)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다.

7가지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조울증에 걸렸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충동으로 인해 남들이 1년 동안 쓸 에너지와 체력을 한 달에 몰아서 써버린 것이지요. 쉬지 않고 달린 탓에 뇌는 메마르고 탈진해버렸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고갈되어 버린 탓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고 식욕도 생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3일 정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잠만 자야 하는데 신경이 바늘처럼 날카롭고 예민한 상태라 잠도 잘 오지 않지요. 따라서 소량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사용하여 며칠간 숙면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다음은 자신이 충동적으로 벌린 일들과 주변 사람에게 한 실수에 대한 수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울증 시기에 했던 실수들, 가족에게 준 상처, 직장동료나 상사에게 한 막말 등이 해당됩니다. 어떤 경우엔 직장에서 잘리기도 합니다. 

 

처음엔 그저 쉬어야 합니다. 단,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회복을 해야 합니다. 충분히 먹고 자면서 바닥까지 무너진 정신력과 체력을 회복한 뒤,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부터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회복이 이미 불가능해진 관계도 있겠지만 그래도 복구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회복의 기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처음 조울증의 증상이 생긴 후 2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위기를 벗어났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합니다.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이제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관계를 되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새로운 사회 활동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예전에 익숙했던 일을 다시 한다거나, 지인이 소개해준 직장에서 일한다든지, 단순한 파트타임부터 시작하는 등 워밍업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리하게 덤비고 초조해지면 다시 감정적으로 격해지거나 충동적이 되어서 조울병이 재발할 위험이 무척 높아집니다. 

 

회복에 단계에 있어 초기에는 약물이 효과적이지만 중기부터는 상담이나 인지치료가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결국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가족을 통한 치료입니다. 조울병 시기 동안 가족이나 아내에게 했던 실수들, 그로 인한 경제적 파산으로 인한 죄책감은 환자를 다시 우울하게 만듭니다. 서둘러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 초조해지면 사업이나 일을 무리하게 벌이거나 술이나 도박 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건 약물도, 정신과 의사도 아닌 가족의 인내심과 애정입니다. 조울병은 평균적으로 3~4회 재발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고 느껴지시겠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잘 다스리면 더 이상 재발하지 않고 완치되는 병이기도 합니다.

이미 지나간 실수와 손해에 좌절하지 않고 무너진 마음을 잘 추스른다면, 남들보다 두세배는 열정적인 그 에너지로 충분히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조증의 열정과 순기능을 이용해서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나 예술가도 많습니다. 

몇 번의 시련과 고통이 다시 찾아와도, 당신이 돌아갈 자리엔 가족의 믿음과 애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꼭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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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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