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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심리학] 부모의 언어와 자식의 언어 - 나 아직 거뜬하다

기사승인 2020.07.03  07: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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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일찍 좀 들어와라. 허구한 날 늦게 들어오면 되겠니?”
“아이, 또 잔소리. 그만 좀 해.”

엄마의 말을 딸아이는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딸이 방문을 쾅 닫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엄마와 딸의 대화는 중단된다. 엄마는 딸과 대화를 하고 싶어 말을 건넸던 것이고, 말의 뜻인즉 너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거였다.
 

“아버지, 잡수시고 싶은 것 말씀하시면 사 갈게요.”
“올 것 없다. 길도 많이 막힐 텐데, 명절 때나 오려면 오든가…….”

아들은 아버지가 오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길을 나서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아버지는 손주들이 눈에 밟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온다니 너무 반가웠고, 손주들이 보고 싶다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사진_픽셀


말은 생각이고 마음이며 관계다. 보이지 않는 생각은 말로써 표현되고 볼 수 없는 마음은 말을 통해 확인된다. 말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풀기도 하고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독일의 사상가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말은 내 존재를 드러내는 눈에 보이는 집과 같다.

그런데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드러내며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간다는 게 쉽지 않다. 거꾸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마음을 읽어내며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역시 간단치가 않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면 말 때문에 괜한 오해가 생기고 시비가 붙고 관계가 틀어진다. 말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조심스럽다.

부부 사이에도 다툼은 대개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다. 무심코 툭 뱉은 말 한마디가 배우자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낸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피를 나눈 사이니까 어련히 이심전심이 통할 것 같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 무조건 제 말만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른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 뽑히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부모와 자식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보니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상대방 말을 잘 해석하고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이것이 배려고 존중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유엔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퍼센트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퍼센트 이상이면 고령사회, 20퍼센트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대한민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17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갈수록 출산율이 감소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머지않아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리라 예상되는데, 그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정말 그런 사회가 된다면 세대 간에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을까? 소수의 젊은이가 다수의 노인을 봉양해야 한다면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초고령사회를 넘어 인구의 30~40퍼센트가 노인들로 구성된다면 그들의 건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노인들의 감염 위험이 커지고, 치사율 또한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까닭에 노년층과 청년층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생겨났다. 아울러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면회를 금지하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막고 있어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것과 다를 바 없는 노인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들의 건강, 특히 정신 건강이 염려스럽다. 자식들로서도 벌써 몇 달째 부모님 얼굴을 뵙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극심할 것이다. 

“전화기 너머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거죠.”

요양원에 어머니를 모신 어느 환자의 애틋한 호소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자식인 동시에 부모다. 부모님이 계시기에 내가 있는 것이고, 내가 결혼해 가정을 이룸으로써 자식을 갖게 되었다. 내 자식에게 하듯 부모님을 모시고, 부모님을 대하듯 자식을 돌본다면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많은 오해와 긴장이 실타래 풀리듯 하나하나 풀어지지 않을까?

나는 이런 심정으로 노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와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 초고령사회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효도법 등에 관한 살펴보려고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란 가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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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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