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지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언스플래쉬


30대 초반의 직장인 지훈 씨는 꽤 괜찮은 회사에 취직된 기쁨에 한동안 잘 지냈으나, 요즘에는 업무 스트레스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지훈 씨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적당하는 것을 싫어해서 열심히 일했지만, 업무 실수가 잦아 상사로부터 혼나는 일이 잦았다. 이러다 보니 회사에서 실수를 줄이려고 늘 긴장이 되었고 안절부절못할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키보드를 부순 적도 있으며, 이후 계속 우울해하고 있다고 하였다. 지훈 씨의 평소 성격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저 밝고 좋다고 하지만, 자신은 스스로에 대해서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전에도 실수를 많이 해서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긴 적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리더십이 있고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산만하다거나 수업시간에 자꾸 딴소리한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초등학교 때 잠시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이런 특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한다. 

지훈 씨는 몇 가지 검사와 전문의 면담을 통해 성인 ADHD로 진단받았다. 뉴스에서 들은 적은 있지만, 자신이 ADHD라고 진단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아이들에게만 있는 병인 줄 알았다고 하였다. 

요즈음 지훈 씨처럼 회사 생활에 적응이 어렵다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가 성인 ADHD로 진단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스스로 견디다 못해 퇴사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고, 상사로부터 현재 직장이 적성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이직을 권고받은 절박한 경우도 있다. 

사실, 직장생활의 어려움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모두 성인 ADHD인 것은 아니다. 가장 주된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따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진_언스플래쉬


업무 집중의 어려움

취직하기 전에는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다가, 취직해서 오랜 시간 집중해서 업무를 해야 할 때 비로소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다. 오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커피를 마시러 자주 나간다.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어렵고 머리가 뒤죽박죽 된다. 빠뜨리거나 사소한 실수로 지적받거나 다시 하게 될 때가 많다. 회의에 참석하면 자주 흐름을 놓치곤 한다.
 

사진_언스플래쉬


대인관계의 어려움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거절을 잘못하는 경우, 다른 직원과의 갈등을 견디기 힘든 경우, 상사가 괴롭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지내느라 직장생활이 피곤한 경우,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피곤한 경우, 인간관계가 두렵고 무서운 경우, 화를 참지 못해 자주 다투는 경우 등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서적 어려움

우울하다고 해서 다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한 감정은 매우 흔한 정서적 어려움 중 하나이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나 진급 실패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우울을 유발하기도 하고, 우울로 인해 집중의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우울 외에도 매우 흔한 정서적 어려움이 불안이다. 직장에서는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강하게 압박하기 때문에 학생 때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황을 겪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며, 학생일 때에는 가급적 피하며 넘어왔을 발표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피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해야 하는데 직장에선 기존의 관행대로 하도록 요구할 때 이것을 견딜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 어려움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직장에 도착하면 벌써 지치는 경우, 추가 근무나 야근이 많아서 불면과 만성 피로로 힘든 경우, 자녀 출산이나 가족의 문제로 집에서도 쉬지 못하는 경우, 만성적인 질환이 있는 경우 직장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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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어려움

술을 너무 자주 많이 마시거나, 술로 인한 지출이 너무 많거나, 술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술 문제로 자주 다투는 등 술로 인한 문제, 게임, 로또, 인형 뽑기, 주식, 도박 등 중독성 활동에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문제, 운동, 수집 등 활동 자체는 문제 되는 것이 아니어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문제 등 절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직장생활의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이처럼 구분해보는 이유는 원인을 추정해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이다. 성인 ADHD, 주요 우울장애, 사회불안, 공황장애, 강박장애, 충동조절장애, 알코올 중독 등 여러 가지 원인이나 진단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핵심이 되는 한 가지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진단에 해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문제가 어느 정도 이상 심각하다고 판단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세심한 면담을 통해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생활기록부와 같은 자료나 가족이 함께 방문하여 옛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며, 심리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많은 직장인이 치료를 통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 진작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경우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어려움에 대해 자신만의 결함,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탓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데, 운동, 취미, 주변 사람과의 대화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고려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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