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40대 여성입니다.

20대 중반에 당뇨 진단을 받았지만 우습게 넘기고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도 당뇨병으로 돌아가셨는데 말이죠. 몇 년 전부터 여기저기 아파서 당뇨 때문에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관리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눈도 안 좋아 안과 질환으로 몇 년째 주사제를 맞고 있지만 호전되지 않습니다. 주변에 실명되는 사람들 일화를 접하니 무섭고 살고 싶은 맘도 없습니다. 치료에 대한 비용도 부담스럽고 또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도 무섭습니다. 요즘 같아선 암이나 교통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근데 현재 사는 것도 무섭고 겁나지만 죽어서도 이 생활이 연속일까 봐 무섭고 겁이 납니다. 자살도 생각해봤지만 남겨질 사람에게 큰 상처 같아 시도는 못했습니다. 관리를 잘해도 합병증은 진행하니 답답하고 무섭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직접 보고 경험하신 부분들이 있어서 더욱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삶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경제적 상황, 사람 사이의 관계 등이 그러하겠고, 건강도 그럴 수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만 모든 삶이 이루어진다면 슬픔이나 불안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 반드시 미래가 나쁜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어떻게 될지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건강 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젊은 시절에는 그러지 못하셨지만 사연자분께서는 지금은 치료를 꾸준히 받으시고 또 필요한 노력을 하고 계신 듯합니다. 그 치료가 나중에 사연자분이 질병 하나 없이 괜찮아지실 것이란 보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것이 불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합병증이 발생하고 악화할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건강을 관리하고 병을 치유하는 데 힘을 쓸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무조건 좋아질 보장이 없다면 무조건 나빠질 보장 또한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내일 병이 어떻게 될지와, 지금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는 엄밀히 말하면 큰 연관은 없습니다. 나빠질 것이라 걱정을 반복한다고 해서 병이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물론 치료와 관리에 힘을 쓰시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오늘, 지금, 여기에서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마음을 기울여 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게 관리해야 할 질환이 있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거나,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에 대해서도 늘 주의를 기울이시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필요한 만큼만 마음을 기울여 주시고, 나머지의 시간들은 나의 삶, 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삶에서, 미래가 다 괜찮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지금 여기의 하루를 어떻게 채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불안과 공포로 인해 그러한 하루를 보내기에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아무쪼록 건강과 평안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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