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숲으로 가는 길] 4부 - 숲의 길을 걸어봐요

22화 우울한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해요 - 2

 

우울하지만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셨다고요? 네, 좋습니다. 그런 당신에게도 식물을 추천하고 싶네요.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됐는데, 정작 갈 곳 없는 경우도 참 난감하니까요.

우선 식물을 구경해야겠죠. 양재동화훼공판장, 강남꽃도매상가, 종로꽃시장 등이 있습니다. 

양재동은 절화(잘라진 꽃:우리가 일반적으로 꽃다발에서 보는 꽃)와 분화(화분에 심어진 식물) 화분들을 모두 판매합니다. 그중에서 분화가 더 발달되어있어요. 강남꽃도매상가는 이름대로 절화(꽃)를 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절화를 담을 수 있는 화병이나 조화도 다양하게 판매합니다. 종로꽃시장은 날씨가 풀리는 봄이 오면 길거리에서 하나둘 여는 방식입니다. 주로 묘목이나 씨앗, 꽃 화분 등을 다룹니다. 종로의 특징은 씨앗가게나 가드닝 도구가게, 농약가게가 있다는 점입니다. 

작은 식물가게도 많습니다.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노*든은 꽃은 팔지 않는 식물가게입니다. 바깥에서부터 외부에서 사는 식물이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특유의 식물 냄새가 기분이 좋아요. 제가 정말 애정하는 식물가게입니다. 이외에도 영등포에 그린 *레스트 식물가게가 있습니다. 연남동에 코이*는 유명한 식물 카페입니다. 

서울 말고도 화원은 많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조*폴리아는 대규모로 식물들을 배양해서, 저렴한 식물들이 많습니다. 아주 넓고 쾌적해서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방문하면 좋습니다. 고양시에 있는 *그린가든센터도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5동에 달하는 큰 규모의 식물가게입니다. 다양한 식물과 종류별 화분을 판매합니다. 화성에 위치한 청구*은 이것저것 구경할 거리가 많아요. 귀한 선인장류도, 소철류도 구경거리죠. 미리 전화를 한 번 드리고 가시면 친절하게 안내해주십니다. 아! 서울에도 드디어 식물원이 생겼습니다. 마곡에 위치한 이곳은 이름하여 ‘서울 식물원’. 아직은 온실 바깥은 가꿔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 대신, 온실은 꽤나 오밀조밀 재미있어요.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자, 이제 서울과 근교까지의 제법 많은 곳을 알려드렸으니, 방문만 해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굳이 사지 마시고 우선 둘러보세요. 어떤 녀석이 내 눈에 예뻐 보이는지, 여러 곳에 방문해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예뻐 보이는 아이의 이름을 물어봅니다. 그리고 화원주인에게 묻거나, 검색을 통해서 우리 집의 조건과 대충 맞는지를 확인해봅니다. 

제 집의 동거인 I는 식물을 전혀 모릅니다. 물을 줘야 살아난다는 정도만 알죠. 그래도 자신만의 감정은 있습니다. ‘새싹이 날 때 식물은 정말 기특하다’라고 느낀다고 하네요. 함께 하는 식물에서 새싹이 살짝 돋았을 때의 감정은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당신을 설득할 겁니다. 그래서, 숲으로 나서기 전에 식물들과 눈으로 친해지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숲으로 나섰을 때, 숲 전체의 그림을 배경으로 지나치기보다, ‘저기 저 고사리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 덩굴은 저렇게까지 자라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를 생각하며 걷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사계절 식물에게서 힘을 얻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인데, 이제는 좋아기로 했습니다. 식물들에게 해가 절정으로 강하게 비추는 시기이기도 하고, 생장에 가장 큰 도움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서도 푸르른 장소를 비교적 다방면에서 볼 수 있죠. 길을 걷다 시나 구에서 조경해둔 식물들을 구경하면, 꽤나 눈이 트인답니다. 모르고 지나치던 길에서 환한 생명이 ‘나를 보아주세요.’라고 하고 있었다니, 괜스레 반가운 마음도 들고요. 능소화가 하늘거리며 활짝 피어나는 계절, 이제 능소화를 보시면, 아 쟤는 이 계절에 피는 꽃이구나... 하며 반가워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주로 실내 식물을 키웁니다. 안타깝지만 도심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은 한정되어있죠. 한 여름인 지금은 식물을 베란다로 내쫓습니다. 식물은 원래 야외에서 자라는 존재들이니까요.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것들 중, 가격이 허락하는 선에서 하나 구입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도 인종이 다양하게 있다면, 식물도 종류도, 그로 파생된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더 신기하게도 사람마다 예뻐 보이는 식물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이죠. 동거인 K는 커다란 몬스테라를 가장 좋아합니다. 구멍 숭숭 뚫린 채 활짝 펼쳐지는 면이 감동이라서 그렇다는군요. 동거인 I의 취향은 선명한 초록색의 잎이 쭉쭉 뻗은 식물이랍니다. 사실 이 친구의 취향은 제가 종잡을 수 없어서 식물을 새로 살 때마다 보여줍니다.

 

저는···. 저는 거의 모든 식물을 좋아합니다. 유포르비아 플라티클라다(Euphorbia platyclade)라는 죽은 나뭇가지 같은 아이도 지금 장바구니에 담겨있고, 이 글을 보실 때쯤 이면, 저희 집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검색해보세요. 기괴하지만 멋진 아이입니다.)

은행나무, 소나무, 아이비, 고무나무, 소철처럼 근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도 좋아합니다. 흔한 식물일수록 한국에 적응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상상하며 정이 듭니다. 마치, 낯섦이 많은 저같이, 새로 온 나라에서 새로운 사람과 살아가려고 부대끼고, 무척이나 노력해서 자리 잡은 것일 테니까요. 언젠가 제주 골목길에서 본 집집마다 심어진 동백꽃을 보았습니다. 소담하게 심어진 동백은 제게 동백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지요. 안성을 다녀오며 근교에서 본 연꽃잎은 소담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신의 식물을 만들어보세요. 물을 맞춰주고 해와 혹은 식물 등을 보게 해 주며, 환기도 종종 해주세요. 그렇게 식물과 데면데면한 기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그 친구가 주는 생기를 몸으로 모두 받으세요. 새싹이 나고, 구엽(오래된 잎)이 떨어지는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새삼 깨닫으세요. 그리고 느끼세요. 나도, ‘새싹이 나고 구엽이 지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살아가자.’라고 말이죠.

우리는 모두 때때로 위로가 필요합니다. 때론 말이 없이 조용한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땐 식물 잎을, 그 밑의 흙을, 조금씩 만져보세요. ‘살아있음’이 주는 감동을 느껴보세요. 분명, 반드시 위로가 될 거예요. 

 

 

<함께, 숲으로가요>

<지금은 숲으로 가는 길>의 차기작 <함께, 숲으로가요>에 함께 해주실 분들을 모십니다.

힘든 이야기를 제게 털어놓아주세요. 열심히 듣고, 글을 짓습니다. 

겪은, 겪고 있는 아픔을 글로 나눔으로써 모두에게 공감과 위안을 주는 이번 글은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simkyungsun@naver.com 으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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