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임찬영 전문의]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아침메뉴를 선택하는 일,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하는 일처럼 소소한 선택이 있습니다. 때로는 대학을 진학하면서 학과를 선택하는 일, 중요한 사업 계약 문제처럼 중요한 선택도 있습니다.

이런 결정의 순간에 우리는 가장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것은 나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말할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나에게 손해가 되는 선택을 피하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상하게도 조금 더 높은 확률의 선택지가 있지만, 낮은 확률의 선택지를 고르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역배당의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비합리적인 낮은 확률의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_픽사베이


미국 버지니아의 파크리사누(Paclisanu, 1970) 교수는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 대상자들이 A와 B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간단한 실험입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맞는 선택일지는 무작위적으로 결정됩니다. 맞는 선택을 하면 이에 대한 작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이 실험 세팅에서 A나 B가 맞는 답으로 선택되는 것은 같은 확률이 아닙니다. A가 이길 확률은 75%, B가 이길 확률은 25%입니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들에게는 이런 확률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정상적인 수준의 사람이라면 A가 맞는 답일 확률이 B가 맞는 답일 확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 약 3배 정도 높다는 사실을 자동적으로 알게 되도록 실험을 고안하였습니다.

실험 대상자들은 계속되는 실험에서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요?

여러분은 실험 대상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사실 실험대상은 사람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실험을 쥐(rat)를 대상으로도 시행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재미있게도, 쥐가 사람보다 오히려 약간 더 높은 승률을 보였다는 것과 쥐와 사람이 선택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A와 B를 오가며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A를 선택하는 빈도가 늘어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실험까지 일부 사람들은 확률이 떨어지는 B를 선택하고 패배하는 일이 있곤 했습니다.

실험의 마지막 회차 즈음(수백 번째 회차)에서는 A를 선택한 사람이 75%가량, B를 선택한 사람이 25%가량이 있었습니다. 3/4의 확률로 A가 나왔을 때는 다수인 75%는 보상을 받지만, 1/4의 확률로 B가 나왔을 경우에는 다수인 75%는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른 실험 대상인 쥐(Rat)들은 일정한 시기가 흐른 후에는 거의 대부분이 A 선택지만을 선택했습니다. B는 거의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쥐들이 가능성이 높은 A선택지 앞에서 모여 있었습니다.

3/4의 확률로 A가 나왔을 때는 대부분의 쥐들은 공평하게 보상을 받지만, 1/4의 확률로 B가 나왔을 경우에는 대부분의 쥐들이 역시 공평하게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집단을 전체 확률로 계산했을 때, 100명의 사람 중 75명의 사람이 75%의 확률로 이길 확률과 25명의 사람이 25%의 확률로 이길 확률을 합산하면 62.5%로, 100마리의 쥐가 75% 확률로 이길 확률보다 낮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쥐들의 선택이 사람의 선택보다 더 이성적이고 좋아 보입니다. 어차피 비슷한 결과인데 더 안정적인 결과를 보이는 A만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또, 굳이 선택을 하려고 고민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고민을 하지 않고 편하게 A만을 선택하는 쥐의 태도가 고민하는 사람의 태도보다 마음 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불편하게 계속해서 고민을 할까요? 오히려 조금씩 손해를 보면서 말이죠. 이 실험은 사람이 사려 깊지 못해 충동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말하는 실험 결과일까요?

 

이 실험의 결과를 다양한 이유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완벽하지 못한 이성과 충동성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이성적으로는 확률을 예측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확률에 대하여 지나치게 고민을 하다가 충동적으로 낮은 확률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A의 확률이 높은 것은 알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역배당을 선택한다는 것이죠.

때로는 자신이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는 직감과 같은 비논리적인 생각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경쟁심이 높고 자기애가 높은 사람에게서 보이는 부분입니다. 누군가는 낮은 확률에서의 보상을 얻었을 때 더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재미있는 가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실험기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실험의 확률에 변화가 생겨서 B가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A만을 선택한 모든 쥐들은 패배를 하게 되겠죠. 사람들도 다수는 패배를 하겠지만, 일부의 적은 사람들은 패배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앞선 실험의 결과가 사람에게 부정적인 결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전체 집단 차원에서는 사람의 선택이 훨씬 발전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발전 과정에서 낮은 확률의 선택은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세상의 여러 차례 극심한 변화 과정에서 사람이 적응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선택에 있습니다. 낮은 확률, 그리고 충동적일 수 있는 이 선택이 집단의 발전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곤 합니다. 특히 기존의 경험론적인 지식 체계가 무너지는 큰 변화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얼핏,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낮은 확률의 선택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만이 다양성 있는 선택을 했고 오히려 변수를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개성 있는 선택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비난은 결코 옳지 않은 일입니다. 때로는 그들의 개성에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간만이 진화의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을 했습니다. 개인에게는 비효율적일 수도 있는 이 선택이 집단의 발전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이 선택을 통해 인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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