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조현병으로 학업을 중단한 이성 친구가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 친구가 자퇴한 후에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데 제가 만나게 될 때가 주로 치료를 중단한 시기이더군요.

최근에도 보았는데 반응은 이전만큼 과격하지 않았지만, 대화 중간에도 망상이나 환청에 방해받는 것 같았고 전반적인 상태가 퇴행한 것처럼 보여요. 표정이나 감정은 줄어 있고, 어린애처럼 군다든지 자기 방어에 의한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자존심에 상처가 큰 것 같아요. 치료받다 체중이 증가해서 치료받기 싫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병원은 어디로 가는 것이 좋고, 또 친구와 대화할 때 주의점이나 기본방향 그런 것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프리허그 그런 거 해달라는 건 안 해주는 것이 맞죠?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희주입니다.

조현병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분이 걱정이 되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사연을 남겨주셨네요.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이 붙으면 일단을 피하려 하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에서, 배척이 아닌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쓴이분은 친구분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조현병은 정신과에서 흔하면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질환이기 때문에 전문병원이 있다기보다는 대부분의 병의원에서 해당 질환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치료를 중단한 것이 오래되었다면 대학병원급에서 자세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3차 병원의 경우 진료 의뢰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가까운 정신과 의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혹시 이전에 진료받던 병원이 있다면 이전의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곳을 다시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조현병뿐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로 어려워하는 모든 분과 대화를 할 때 기본적인 원칙은 무언가를 조언하기보다는 일단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사실 걱정을 토로하는 상대방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르는 것은 아니며, 그 해결책으로 나아갈만한 자신이 없거나 불안한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감 없는 조언은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차라리 힘든 상황과 고통스러운 감정을 마음껏 말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들 때 내가 너의 옆에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도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에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조현병 환자와 대화할 때는 망상이나 환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예컨대 조현병 환자가 국정원에서 나를 미행하고 있다는 망상을 이야기할 때 억지로 '내 생각에도 그렇다'라고 동조한다면 그 사람의 망상을 더욱 공고히 만들 수 있으며, '말도 안 된다, 정신 차려라'라고 반응한다면 더 이상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국정원의 일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너의 생각이 그렇다면 많이 무섭고 힘들겠다' 정도로 사실관계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프리허그 등의 신체접촉의 경우 친구분이 약을 먹으면서 조절이 잘 되는 상황이면 일반적인 다른 친구들과 동일하게 대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처럼 친구분이 치료를 받지 않고 망상, 환청이 있는 경우에는 자칫 오해를 일으키고 글쓴이분이 망상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친밀한 신체접촉은 삼가야 합니다.

 

요즘은 이전에 비해 살찌는 부작용이 적은 약물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현병은 적절히 치료를 하면 일반인과 거의 동일한 상태까지 좋아질 수 있지만 계속해서 방치되면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알려주시고 친구분이 이상하고 잘못돼서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마음을 줄이고 스트레스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치료 권유를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분이 이미 친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시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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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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