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숲으로 가는 길] 4부 - 숲의 길을 걸어봐요

23화 아직 나는 헤매고 있지만

 

“내가 원하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정말입니다. 나는 지금의 제 삶을 단 한 번도 원한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상상해볼 수 있었다면,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준비했을 겁니다. 금전적으로도, 재능적으로도, 삶의 모든 면들에서도 말입니다. 삶은 우리를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던져놓고, 준비할 수 없게 만들어놓습니다.

지금이면 다섯 번쯤은 졸업했을 대학원을 접어야 했을 때도 정말 많이 슬펐습니다. 제 열정이 그만큼 타오른 게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꼭 해보고 싶던 꿈을 접어야 했을 때는 아이처럼 엉엉엉 하고 끝이 없이 울었습니다. 요즘도 그 분야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습니다. 그 앞에서 눈물이라도 흘릴세라 얼른 자리를 피하죠.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가 봅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잘할 수 있으리라 확신도 했습니다. 

매일 하루에도 몇 천 번을 제발 저를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매일 어디에서건 제가 사라진 후의 이 공간을 상상했습니다.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나 자살이 준비되어 있었고, 이미 계획도 모두 있었습니다. 시간의 문제였지, 휘청이며 매일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내가 사라진다면, 일어날 작은 소동이 지나고 나면, 어제가 오늘인 것처럼 모두가 일상을 살아가겠지요. 
 


누구도 원하는 방향으로만 사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도 존재하겠죠. 꿈을 이루고, 다음 꿈을 꾸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그렇지 못한 저는 이제 실패를 딛고 새 꿈을 향해 가야 합니다. 인생에 열정에 들끓는 꿈은 몇 번 찾아올까요?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는 있을까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기만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저는 이제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간호사도, 교사도, 식물관리사부터 작은 식물 가게의 주인까지요. 그러나 종종 느껴집니다. 저에게 허락된 열정은 모두 소진된 것은 아닐까···. 그 어떤 것도 제 안의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해도, ‘세상을 참 편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고 그만입니다. 

네, 저는 아직도 헤매고 있습니다. 남들이 시선으로는 ‘철없고, 답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용기 내 두세 번 뒤를 돌아봐도, 아무런 문제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래 그렇게 되어야 했던 일들처럼 차곡차곡 지나왔습니다. 주마등처럼 아픔의 기억은 등허리에 새겨져 있지만, 다시 돌아가도 제가 다시 그 갈등 상황에서 이겨낼 수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축축하게 흘리던 눈물은 바닥에 다 말라버렸습니다. 
 


우선은 생각부터 하렵니다. 하···, 생각만으로도 벌써 피곤하네요.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영원히 제게는 불가능한 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가능하다고만 합니다. 흐르고 흐르고 시간이 제게 기회를 준다면 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볼까 합니다. 언제까지고 흔들리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바라만 보기보다 흔들흔들 헤매면서 제 길을 반 발짝씩 걸어야겠습니다.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걸으렵니다. 아주 잠시 귀 기울여 그들의 아픔을 품어 안을 수 있지만, 또다시 제 세상에 죄책감을 초대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목소리를 가진 멋진 사람도 있고, K와 I가 주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내 편이라면 내 편인 친구들도 몇몇 있고요. 그들에게 ‘나’란 존재는 서로 다르고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내 편인 것이 확실하다면, 나는 그들의 시선을 마음껏 의식해보려 합니다. 아무 말 없이 거기 그대로 존재해도 내겐, 사랑을 주는 존재이고 나 자신을 긴장케 하는 존재입니다. 

거뭇한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리며 눈물을 흘리는 게 더 자연스러운 지금은 행복을 누리고 일상을 누리는 제가 상상되지 않습니다. 너무 철이 없던 시절, 나는 그들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매일 마음속이 불 같았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사랑에 근본 없는 저에게도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사랑을 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워갑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릴까, 아직도 불안하기도 하지만요. 
 


흔들려도 제 삶이니까,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버려도 그것도 제 삶이니까요. 우선 반 발짝씩, 느리고 불안하게 걸어볼 겁니다. 혼자 참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더라도 이제는 살짝씩 느껴집니다. 바람결에, 내 곁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으므로 지금은 명료한 그 사람과 사랑이 내 곁에서 사라져 버리는 날도 올 겁니다. 동시에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기에 이 아픔도 영원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여겨봅니다. 

매일 햇살 아래를 걷고, 해내야 할 일들을 만들어 해내고, 그렇게 하루를 지나 보내고, ‘후, 매일 똑같아’ 불평도 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지만 매일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짊어진 절망과 아픔은 옅어지고, 힘겹게 살아가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나을 겁니다. 세상 모든 것이 영원하지는 않거든요. 행복도, 열정도 그렇지만 절망도 슬픔도. 

 

 

<함께, 숲으로가요> 

<지금은 숲으로 가는 길>의 차기작 <함께, 숲으로가요>에 함께 해주실 분들을 모십니다. 

힘든 이야기를 제게 털어놓아주세요. 열심히 듣고, 글을 짓습니다.

겪은, 겪고 있는 아픔을 글로 나눔으로써 모두에게 공감과 위안을 주는 이번 글은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simkyungsun@naver.com 으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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