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사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가 한 남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운동하고, 게다가 잘생기고 어리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너무 급속도로 빠져버렸습니다. 정말 끝을 모르고 그냥 마냥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곁에서 맞춰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잦은 여자 문제와 가치관 때문에 계속 마찰이 생겼습니다. 여자들한테 연락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저와 여자한테 연락한다고 한들, 행동으로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연락만 주고받는 거다. 여자 친구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여자 친구 있다고 말하는 게 되려 이상한 것이 아니냐고 되받아치면서 저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주변 사물들을 던지고 폭력적으로 변하였습니다. 심지어 저한테 욕까지 막 퍼부었습니다. 

아닌 걸 알면서,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데 남자 친구는 화가 가라앉고, 나면 자기가 잠시 통제를 잃었다면서 잘못했다고, 화나서 한 말들은 홧김에 뱉은 말이라면서 미안하면서 사과하고 빌고 있습니다. 늘 저만 바라보고, 저랑 같이 살 계획을 하면서, 성공만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말들 때문에. 저런 말들을 믿고 싶어서 관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관계는 무엇이며, 현명한 선택이란 어떤 것일까요?

보다 행복하려고 하는 연애에서 너무 스트레스받고 마음이 골아갑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행동도 못 하겠고, 그저 상대방이 하자고 하는 대로만 따라가게 됩니다. 

자꾸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눈물이 납니다. 제가 너무 망상이 많아서일까요? 다 저의 잘못된 사고방식 문제일까요?
 

사진_픽셀


답변)

남자 친구의 공격적인 모습에서 많은 혼란을 겪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금 남자 친구가 사연을 주신 분을 직접 구타하는 과정에 이르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물리적인 피해도 입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제적인 폭행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데이트 폭력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지금의 관계가 비정상적인 관계임을 인식하고, 남자 친구의 폭력적인 행동을 중단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아직 폭력으로 발전한 상황은 아니지만 물건을 던지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늘 나를 바라보고, 함께 살 계획을 하면서 달려가고 있다는 등의 그럴듯한 이야기에 집착하며 견디는 것이 사연을 주신 분에게 괜찮을 리 없습니다. 반복되는 폭력적인 상황에서는 우울, 불안, 자존감 저하 등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동반됩니다.

건강한 관계란 집착이나 의존, 두려움이 없는 관계입니다. 적절하게 소통하고, 상대방을 내가 통제하고 바꾸려는 마음 없이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사연을 주신 분의 상황이 건강한 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남자 친구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본인의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상황일 뿐, 내 잘못이 아닙니다. 연인 관계에서 서로의 이성친구에 대해 지적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망상이나 잘못된 사고방식의 문제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내 문제처럼 만드는 남자 친구의 방식은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그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네요. 폭력적인 상황과 마찬가지로 가스라이팅을 당하게 되면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우울감이나 무력감에 빠지고 다른 건강한 생활도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사연을 주신 분은 내 생각에서 어떤 부분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다른 건강한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남자 친구의 생각과 내 생각을 명확하게 구분해보려고 노력해보는 게 낫습니다. 또한, 내 존엄성을 해치는 어떠한 남자 친구의 행동도 용납해선 안 되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폭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포함해야 하겠죠.

 

위협이 반복되는 상황은 어떠한 경우에도 문제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아니라 남자 친구가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부디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이 흔들도록 내버려 두지 마시고 현명한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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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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