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1.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는 어떻게 다른가요?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약이며, 수면유도제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언제든지 구매 가능하다는 점이 다릅니다. 수면유도제는 항히스타민 계열이나 레돌민 등 생약 성분 계통의 약들인데요. 수면제에 비해 효과는 약하지만, 내성이나 의존성이 비교적 약하기에 가볍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수면제를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정기간 약을 먹고 수면주기와 리듬이 교정되면 수면제 없이도 잠을 건강하게 이룰 수 있습니다. 흔히들 하시는 오해는 ‘수면제만 혹은 정신과 약만’ 의존성과 내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먹는 모든 물질은 내성과 의존성이 생깁니다. 내성이란 특정 물질을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인 게 술이지요.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접하는 설탕조차 내성이 생기는 물질입니다.

그리고 의존성이란 그 물질을 복용하고 난 뒤, 그 효과가 떨어지면 금단증상이 생기고, 그 물질을 또 간절히 찾게 되는 갈망감이 나타나는 등, 신체적, 심리적 형태로 의존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의존성과 내성이 없는 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기약이나 타이레놀조차도 말이지요.

그렇다면 수면제의 의존성과 내성이 다른 약에 비해 월등히 높은가? 

그렇지 않습니다. 의존성과 내성을 결정하는 기준은 그 약물의 독성과 반감기, 약동학, 약력학적 특징에 달린 것인데 흔히 가장 걱정하시는 졸피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수면제보다 의존성이 높고 내성이 잘 생기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나 다른 약(진통제등)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너무나 쉽게 매일 찾는 술(소주 기준)이 수면제보다 더 의존성과 내성이 높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3. 졸피뎀이 위험하다는데 사실인가요?

사실 졸피뎀의 약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먹는 습관, 복용 방식에 따라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에 처방과 권고에 따라 반드시 정해진 양만을 먹어야 합니다. 1알 먹고 잠이 안 온다고 1알을 더 먹는다거나, 술과 함께 먹으면 더 잠이 잘 온다는 잘못된 상식에 휘둘리기도 합니다. 수면제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남용, 오용할 경우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것입니다.

특히 졸피뎀은 수면 중에서도 입면에 효과가 있는 초기 수면을 도와주는 약인데, 잠을 못 자는 것에 초조해져서 여러 알을 먹게 되면, 이미 심리적으로도 무척 불안해지고 노르에피네프린의 증가로 오히려 불면이 더 야기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졸피뎀을 2알 먹는다고 해서 효과가 2배가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거의 1알과 동일한 효과이며 불안감만 가중시킬 뿐이니 반드시 1알만을 드셔야 합니다.

3,4알 먹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위험합니다. 인터넷과 언론에서 숱하게 거론된 졸피뎀의 위험은 대부분 졸피뎀을 하루 4알 이상 먹었거나 술과 함께 복용했던 경우에 생겼던 사례들입니다. 특히 술(알코올)의 분자구조는 벤조디아제핀 신경안정제와 무척 흡사해서 졸피뎀과 함께 복용했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무척 높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4.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수면제를 먹으면 안 되나요?

알코올은 사람에 따라 분해 속도가 제 각각이지만, 평균적으로 소주 1병을 마셨을 때 알코올 잔여 성분이 우리 뇌에 최대 3주까지 남게 됩니다. 즉 한 번 마신 술의 독성이 뇌에서 완전히 사라지려면 3주일이나 걸린다는 점이지요.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고 계십니다. 그냥 다음 날 술에서 깨면 괜찮아졌다고 방심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지요. 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3주에 한 번씩, 소주 1병까지만 술을 마셔야 합니다. 술을 즐기시는 분들 중에 이 규칙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알코올의 독성 잔여물이 뇌혈관에 조금씩 침착되어 부담을 주게 됩니다. 예민해지고 불면증이 생기고 심해지면 집중력이나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지요, 이것이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말하는 블랙아웃입니다. 시간이 흘러 극단적으로 심해지면 알코올성 치매까지도 올 수 있지요.

정리하자면, 현재 내가 불면증이 있고, 수면제를 먹고 있다면 완치될 때까지 술은 한 방울도 마셔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은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하는데, 술은 일시적으로는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잠을 오게 합니다만 그것은 그야말로 기절하는 것이지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술은 아주 쉽게 내성과 의존성이 생기기에 마시는 양이 점점 늘어나고 조금만 지나면 술로 인해 불면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수면제를 거를 게 아니라 더 위험한 술을 끊어야 하는 것입니다.  

 

5. 수면제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몸이 처집니다. 오전 내내 일하기 힘들 만큼 졸리거나 잠이 덜 깬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럴 땐 수면제 용량을 줄이거나, 반감기가 짧은 약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이럴 때 운전을 하게 되면 무척 위험합니다. 운전대를 잡기 전에는 그다지 졸리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깜빡 졸을 수 있으니 처음 수면제를 먹은 후 최소 3-4일간 적응이 될 때까지는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흔한 예는 아니지만 수면제를 복용한 후 가수면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전화를 해서 한참을 통화하고 다음 날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잠에 취한 상태로 음식을 꺼내 먹거나 외출을 해서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이것은 수면제로 인한 일시적인 섬망이나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억제성 효능이 일시적으로 풀려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 경우에는 수면제가 몸에 맞지 않는 것이니 다른 종류의 수면제로 교체하거나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제가 실제 면담에서 수면제에 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5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수면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에게 맞는 건강한 복용 습관을 인지한다면 수면제는 위험하거나 두려워하실 약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오용과 남용을 지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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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신촌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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