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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오피스 119] 월경전불쾌장애, ‘그날’이라고 다 같은 ‘그날’이 아니다

기사승인 2020.07.29  09: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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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

[정신의학신문 : 시청역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초예민 님은 평소 차분하고 얌전한 성격의 소유자다. 다른 사람에게 짜증을 낸다거나 큰소리를 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직장 동료들 역시 친절한 그녀를 다들 좋아한다. 

하지만 초예민 님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날카로워지는 시기가 있다. 월경이 시작되기 1주일 전 그녀는 예외 없이 순하고 배려심 많은 여자에서 날카롭고 예민한 여자로 바뀐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엘리베이터 안이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특히 맨 나중에 억지로 탄 부장 두 사람은 자기들밖에 없는 것처럼 떠들어댔다.

“휴…….”

그녀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엔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매달 겪어야 하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낯설고 거북했다. 하루는 남자 친구에게까지 유달리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예민아, 다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PMS 치고는 너무 심한 것 아냐? 보통 다른 여자들은 이렇게 심하지는 않잖아?”

그녀는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지도, 걱정해주지도 않은 채 남의 말하는 듯한 남자 친구가 야속했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의 경우는 어떤지 만나서 의논해 봤지만, 자기처럼 심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까칠하게 반응해서 직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업무에 많은 지장을 준다는 거였다. 집중력이 떨어져 일의 진척이 느린 데다 회의 도중에 막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고, 긴밀히 협력해서 완성해야 하는 일을 밀도 있게 진행할 수 없었다. 자기로 인해 다른 직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경이 끝나면 그녀는 누구보다 바빠졌다. 월경 전부터 지장이 있었던 일과 미뤄두었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초예민 님은 하루하루 지쳐갔다. 좀 쉴 만하다 싶으면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졌다.
 

사진_픽셀


월경 전에 호르몬 변화로 신체적, 정서적 불편함이 나타나는 월경전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비교적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월경전불쾌장애(PMDD, 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공식적으로 월경전불쾌장애가 월경전증후군의 심각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월경전증후군은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조절할 수 있지만, 월경전불쾌장애는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월경전불쾌장애는 자살 충동이나 시도 등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반드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1980년대부터 월경전증후군을 겪고 있는 여성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2013년에 발행된 세계적인 정신질환 진단 매뉴얼 「DSM-5」에 ‘월경전불쾌장애’라는 정식 진단명이 발표되었다.

월경하는 여성 중 12개월 동안 월경전불쾌장애를 경험하는 유병률은 1.8퍼센트에서 5.8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경전증후군의 경우 월경하는 여성의 40퍼센트까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이에 비하면 적은 유병률이라 할 수 있으나, 마땅히 치료받아야 할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실정이다.

 

초예민 님처럼 대다수 여성이 월경전증후군과 월경전불쾌장애를 구분하지 못한 채 늘 겪는 일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면서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낸다. 물론 폐경 이후에는 월경전증후군과 월경전불쾌장애 모두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월경전불쾌장애는 폐경이 다가올수록 호르몬 변화로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처음 증세를 느꼈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 불편함과 거북함을 평생 끌어안고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월경전불쾌장애를 진단하는 표다. 위 표 A와 B에서 적어도 각각 한 가지 증상은 있어야 하고, A와 B에 있는 증상을 다 합쳐서 5개 이상이면 월경전불쾌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월경 1주일 전부터 나타났다가 월경이 시작되면 수일 안에 호전된다. 그렇지만 이 같은 진단 기준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므로 환자 스스로 자가진단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직장인의 경우 직장 생활이 힘들고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면 월경전불쾌장애를 의심해 보는 게 좋고, 가정주부의 경우 살림이나 육아에 차질이 생길 정도면 월경전불쾌장애를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질환으로 내 본래 역할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면 치료 대상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는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가 주로 사용된다. 이는 미국의 산부인과학회에서도 초기 증상 치료를 위해 권고하고 있는 약제다.

일정 기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우울증 치료와 달리 월경전불쾌장애 치료의 경우, 월경 시작 2주일 전부터 혹은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복용해도 된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우울증 환자에게 사용하면 효과가 완전히 나타날 때까지 수주일을 기다려야 하지만, 월경전불쾌장애 환자에게 사용하면 하루 이틀 만에 효과가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인한 세로토닌 증가가 치료 효과를 나타내지만, 월경전불쾌장애 환자에게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성호르몬 관련 물질을 증가시키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효과는 세로토닌 증가로 인한 효과보다 더 빨리 나타난다. 

 

현재 초예민 님은 매달 한 차례씩 내원해 약을 처방받고 있다. 한 달 내내 복용할 필요가 없기에 한 번에 2주일치씩 처방받는다. 이제 그녀는 예민해질 것에 대비해 약속을 미루거나, 휴가를 쓰거나, 서둘러 일을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예민한 시기를 겪지 않게 된 것보다 예민해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모습이 매우 만족스럽다. 일상이 회복되고 나니까 남들에게 한 달이 4주이듯 그녀에게도 한 달도 비로소 4주로 꽉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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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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