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잠실 하늘 정신과, 한승민 전문의] 

 

오늘 배우자와 나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또,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했을까?
배우자와의 대화를 하고 난 후, 나는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가? 그리고 배우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부부는 일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며, 때로는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하기에 다른 어떠한 관계보다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정생활 속 각자의 역할을 치르는 과정에서 매번 상대의 입장을 우선시하며 헤아리는 것은 어렵기에, 대화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부부생활의 기본이자 반복이 된다. 허나, 이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연애 중 보여주던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없어진 것 같아 아쉬움이 쌓이고, 일상에 스민 가정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로 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또한 가정의 책임감과 가사분담에 대한 입장 차이는 갈등이 되고, 미해결로 남은 갈등은 다음 의견 조율의 장애물로 켜켜이 쌓여간다.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가정을 이끌어 가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대화. 이를 방해하는 부부의 부정적인 대화방식 세 가지와 그러한 방식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살펴보며 현재 우리 부부의 대화 상황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사진_픽사베이


첫 번째는 비난/비난형 부부이다. 이러한 형태의 부부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부부는 작은 일에도 쉽게 다투게 되고, 배우자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를 말하기에 바쁘다. 이들은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마음의 여유가 없고 항상 날이 서 있다. 언제 내가 배우자로부터 공격을 받을지 몰라 긴장되어 있고,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내는 게 매우 익숙하다. 

이들 부부가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부부치료를 통해 마음속 깊이 들어가 보면, 많은 경우 배우자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다. 진정 원하는 안정감과 애착,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을 상대방이 전혀 몰라준다고 느껴질 때, 부부는 적극적으로 화를 내는 방식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비난/회피형 부부이다. 배우자 중 한 명은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비난하는 태도를 취하나, 상대 배우자는 대꾸를 하지 않거나 자리를 피하는 방법으로 그 상황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아내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화를 내고 비난하는 방식을 보이고, 남편은 관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싸움을 피하려고 한다. 적극적으로 화를 내는 배우자는 상대방이 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없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상대 배우자는 크게 소리를 치며 함께 싸우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기에 이 상황을 피하면 문제가 악화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은 화를 내는 배우자를 피해 도망가려고 하고, 상대 배우자는 배우자가 도망가기에 더 큰 소리로 비난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화를 내는 이유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다시 이전처럼 친밀감을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행동의 하나이다. 또한 회피하려는 배우자의 태도 역시, 더 이상 관계를 나빠지게 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행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회피/회피형 부부이다. 이러한 부부는 크게 다투지도 않지만 깊은 대화도 나누지 않는 모습, 즉 한 집에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소원한 상태로 지낸다. 많은 경우 앞에서 소개한 비난/회피형 부부에서 비난을 하던 배우자가 관계 회복을 포기하고 물러나 버리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혹 이러한 관계가 자주 싸우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집에 있으면서 상대방을 외면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과 에너지가 들며, 착잡하고 괴로운 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한 집에 살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이혼을 한 채로 살고 있는 것이다. 회피하기의 관계야 말로 앞선 두 관계를 포함해 가장 나쁜 유형이다. 

이러한 관계가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를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기존과 동일한 방법으로 부부관계가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갈등 상황의 부부는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 배우자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하기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두 사람의 기존에 관계 맺는 방식에서 빠져나오는 첫걸음은 내가 하는 행동이 배우자의 행동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즉, 관계 회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나의 부족한 점과 상대방에게 아쉬움을 줄 수 있는 내 행동이 무엇인지 깨닫고, 고쳐야 할 것들에 대해 알아가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곰곰이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편이 도망을 가는 이유도, 아내가 화를 내는 것도 모두 이유가 있다. 싸우며 자신의 주장만 하다 보면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가 전부 핑곗거리나 말도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배우자가 어떤 마음에서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는지, 혹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깊이 있게 접근하다 보면, 한 번에 모든 것이 다 이해되지는 않더라도 공감되는 일부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배우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 애를 쓰며 공감을 해 주는 태도야 말로, 두 사람의 갈등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고치려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진정 소용이 없는 애씀이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꺼내어 놓고 상대방의 마음을 들으며, 부부가 서로를 공감해 주고 인정해 주는 태도가 가장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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