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60대 초반 남성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약 1~2년 전부터 자주 느끼는 증상입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까 생각나는 오래전 증상을 들자면, 제가 집 화장실에서 나오려는데 문이 고장 나서 열리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문 밖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밖에서 문을 고치고 있었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간신히 견딘 기억이 납니다.

최근 1~2년 내 증상은 CT 촬영하기 위해 몸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20분 정도 마음을 진정하고 간신히 촬영하고, 바지 잠그는 후크가 바로 열리지 않아도, 허리띠가 바로 풀리지 않아도 위와 똑같은 증상이 일어나서 한 번은 허리띠를 자른 적도 있답니다.

그리고 치과 치료를 받다가도 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열리지 않을 때를 생각하면 불안하지만 꾹 참고 다닙니다. 잘 때는 방문을 꼭 닫고 자는데 이 경우는 혹시 열리지 않더라도 옆에 통창문이 있어서 불안감이 덜한 것 같습니다.

이런 증상은 어떤 질병이고 치료가 가능한가요? 다음 주 치과에서 1시간 정도 치료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불안합니다. 전문가님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답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불안감과 답답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군요. 좁고 갑갑한 공간이 불안해서 그런 상황을 자꾸 피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폐쇄 공포증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폐쇄 공포증은 꼭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거나 탈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 경우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님이 말씀하신 CT 촬영이나 치과 치료, 엘리베이터 등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폐쇄 공포증이라는 단어가 정확한 진단명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증상을 겪고 계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고통을 경험하고 계십니다. 답답해지기 시작하면 점점 더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들만 아니면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갑갑한 상황을 피하려 하다 보니 결국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상당한 지장이 생기게 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증상은 상당히 흔한 증상이며, 꾸준한 치료를 받는다면 상당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명확하게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갑갑한 곳에 갇혔을 때, 그곳에서 내가 불안해질 때, 과연 정확히 무슨 생각들이 떠오르는가, 어떤 감정들이 피어오르는가. 그것을 명확한 언어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갑갑하다' '불편하다' '빠져나가고 싶다'라는 본능적인 언어 너머에 있는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찾아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산소가 부족해져서 질식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이 공간이 점점 작아져서 내가 짜부라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들로 인해 '공포'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이 피어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종이에 적어 내려가며 스스로에게 명확히 확인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발동되는 불안 시스템 기저에 있는 나의 생각들을 재확인하고, 그것들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난 뒤에는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불안 시스템을 발동시키는 상황들을 실제로 견뎌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노출치료'라고 하는 이 훈련은 불안한 상황에 스스로를 일부러 '노출'시켜보는 작업입니다.

무작정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거나 하는 방식보다는 훈련을 시작하기 전, 나를 불안하게 하는 상황들을 하나씩 종이에 쭉 적어 내려가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엘리베이터, 자동차, 지하철, 버스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요. 가능한 떠올릴 수 있는 많은 상황들을 열거해둔 뒤, 불안의 점수를 매겨보는 것입니다. 그러고 난 뒤 1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겨서 가장 점수가 낮은 상황부터 차례로 노출 훈련을 시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점진적으로 늘려가며 노출 시간과 스케줄을 정확히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실제 노출을 할 때에 중요한 것은 '무작정 견뎌보자'라는 마인드로 버티는 게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노출 중에는, 불안감이 올라오더라도 그것을 충분히 느끼고 들여다보는 방법을 연습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호흡을 하거나 근육이완을 하면서 함께 해보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불안감이 들 때에 반사적으로 그곳을 피하거나 빠져나가지 않고, '불안과 함께'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있어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노출치료의 핵심입니다. 그러면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생각들-비현실적인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실제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나의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잘 모르고 있는 사실들(지금의 이 상황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몸에게 가르쳐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무척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혼자서 계획하고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겠지요. 마치 운동을 할 때에도 교본만 보고 혼자서 하는 것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과 함께 시행해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잘못 발동되는 불안 시스템을 바로잡고 교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은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부디 질문자님의 어려움도 점차 해결책을 찾아나가실 수 있기를 응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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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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