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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내 옆에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기사승인 2020.08.27  04: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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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현의 <공황장애 알아보기> (13)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으이구,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공황장애로 치료 중인 K양은 어머니의 이 말이 마음에 가장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K양이 공황으로 힘들어진 지는 2년 정도 되었다. 처음 겪었던 강렬한 공황발작과 이에 대한 공포는 응급실을 수차례 찾게 했지만, 병원에서는 ‘문제없다’, ‘스트레스받은 탓이다’라는 말과 함께, <이상소견 없음>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처음에는 노심초사하며 병원에 동행했던 어머니는, 공황발작이 반복되며 힘들어하는 K양을 마치 양치기 소년 바라보듯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왜 문제가 없는데 힘드냐, 모든 것은 다 네 마음의 문제 아니냐, 네가 약한 탓이다’라며, 힘들다고 호소하는 K양을 타박했다. K양은 가장 가까운 이에게조차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었고, 이는 고스란히 격렬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이어지곤 했다. 

 

실체가 없다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공황 반응을 겪은 후, 사람들은 심장병이나 폐 질환 같은 신체 질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방문한다. 그리고 대부분 혈액검사 소견과 X-선 촬영, CT 촬영 등 영상학적 소견에서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공황 반응은 신체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생리적 변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그리고 실체가 없다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반복되는 격렬한 신체 반응은 일상을 멈추게 할 정도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자신이 직접 그 공포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답답함이 비난으로 번지는 경우도 꽤 많다. 지켜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마치 해야 할 것을 하기 싫어서,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 거짓으로 핑계 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떤 때, 공황을 겪는 당사자는 신체 증상의 고통과 함께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내해야 한다. 공황을 겪는 이에게는 너무 버거운 형벌이다.
 

사진_픽사베이


타인의 공황장애, 이렇게 받아들이자 

이것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공황장애는 꾀병이나 핑계가 아니다. 실체가 없는,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도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해 진단받은 공황장애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고혈압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고혈압에 대한 약을 사용하고, 거기에 맞게 생활 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듯 공황장애 또한 그러하다. 

단순히 혈액검사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정상’임을 확인받는다고 해서 신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공황을 겪을 때면 교감신경계가 과잉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몸의 곳곳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격렬하게 나타난다. 좀 더 자세한 검사, 예를 들어 뇌 혈류의 변화를 통해 기능을 검사하는 fMRI(functional MRI,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검사에서 편도체가 과잉 활성화되어 있으며, 불안 -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안의 회로 또한 격렬하게 반응한다. 단지 모든 스트레스 반응에 대해 비용 - 효과적 측면에서 이러한 검사들을 다 시행하지 않는 탓에, 공황장애는 ‘실체가 없는 병’이 되어 버린다. 

혹시 거짓은 아닌가, 왜 ‘실체가 없는 것’에 저렇게 약하게 구는가, 하는 생각들은 공황장애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기억하자. 공황장애의 본질이자 핵심은 스트레스 반응이다. 타인, 특히 가까운 이가 자신이 힘들 때조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면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더 얹힐 것인가. 갑자기 등이 가려워 미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요상한(?) 자세로 이리저리 애를 쓰고 있을 때, 등을 긁어주지는 못할지언정 ‘쟤는 왜 저런 난리를 피우나?’ 하는 시선을 보내지는 말자. 적어도 가려워서 저러는구나, 힘들겠구나, 하는 정도의 안쓰러운 마음은 필요하지 않을까. 

 

공황을 겪는 순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

옆에서 방금 시작된 공황발작으로 힘들어하는 이가 있으면, 나 또한 마음이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고개를 숙이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이를 보는 게 일상적 경험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반복적인 공황을 겪는 이에게 비난 섞인 눈초리를 하는 것도, 실은 그 순간의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감의 그릇된 표현일 수 있다. 그렇지만 공황의 순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약간의 공감과 편안하게 대해주기. 크게 정리하자면 이 두 가지 정도다. 공감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또 힘들어졌구나, 정말 힘들겠구나, 내가 옆에 있을 테니 조금만 더 견뎌보자, 공황은 곧 지나갈 테니까, 하는 식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면 충분하다. 손을 잡아주는 등의 비언어적 행동 역시 큰 위안이 된다. 상황이나 장소 탓에 너무 답답해한다면 잠시 자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창문을 열어주거나, 물을 가져다주고, 갑갑한 복장을 느슨하게 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필요할 때 복용하는 약을 찾아 챙겨주는 것도 좋다. 스스로 너무 당황하거나, 혹은 그 순간의 압박감에 못 이겨 짜증을 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공황을 겪는 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그간 너무 불편했다면, 병을 대하는 그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가 겪고 있는 공황장애에 대해 ‘힘든 질병’이라는 것 외에 다른 불편한 마음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마음 안에 공황에 대한 오해가 숨어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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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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