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중1 학생입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가 되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가 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과연 정신과 의사가 적성에 맞는 걸까 하는 걱정이 항상 들어요. 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어떠한 자질이 필요한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꿈꾸는 중학생 질문자분을 보니 무척 반갑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진찰하는 귀중한 직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정신과 의사로서, 질문자님에게도 큰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이전에 의사가 먼저 되어야만 합니다.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인턴 과정을 거쳐야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할 수 있고, 레지던트 수련을 마쳐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과만을 목표로 정진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중학생이라고 하신다면 우선은 의사가 되는 조금은 더 가까운 목표를 잡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의사로서의 지식과 술기, 덕목과 마음가짐 등은 정신과 의사에게도 필수적인 소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뿐 아니라 다른 많은 전문과목과 일반의학 전반을 공부하다 보면,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다른 관심사와 적성을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실습과 인턴과정에서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현장을 만나보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요.

 

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어떠한 자질이 필요한지 알려달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사실 정확히 어떤 특별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이 결코 아니니까요.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은 본인 스스로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신체진찰을 할 때에, 의사 자신의 상태를 환자의 상태와 비교하면서 진찰하곤 해왔습니다. 의사의 신체 상태가 정상이라고 가정하면서, 환자의 몸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 관찰하고 그것을 의사 자신의 것과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뭔가 다른 점을 발견해냄을 통해 비정상, 즉 병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해부생리학적 이해와 병리학적 지식, 수많은 임상 경험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무언가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또, 객관적인 검사를 통한 확인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다만 의사들이 임상에서 의존하는 '직관', 환자의 문제 유무를 가르는 그 직관에는 분명 그러한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진료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환자의 마음 상태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느 정도의 문제인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단계 중 하나에는 분명 의사의 직관이 포함됩니다. 꼭 집어 뭐라 말하기 힘든 그 직관 말입니다. 그리고 그 직관은 분명 의사 자신의 정신건강을 척도로 나타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혹은 의사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게 들리는 격언 중 하나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환자는 담당 의사의 마음이 성숙한 정도까지만 좋아질 수 있다."

물론 이 격언이 명백한 근거가 있는 법칙은 결코 아닙니다. 담당 의사 자신보다 성숙한 마음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분명 의사로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요.

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진찰하는 직업인만큼, 그리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과정에서 의사 자신의 마음을 활용하게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의사의 마음 건강은 환자 진료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자원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 무어냐.라고 물으신다면 정답은 없겠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좀 더 성숙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 태도"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인생의 과제와도 같은 일이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구체적인 답안보다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드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하고자 하는 질문자님의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출발선은 지나온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쪼록 질문자님의 진로에 건투를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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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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