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가족과의 시간에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

기사승인 2020.09.20  04:54:10

공유
default_news_ad1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여름휴가마저 비 피해까지 얹어져 집을 나서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여행은커녕 매 여름방학마다 열리던 집 근처 공공 물놀이장이 열리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유니스트 캠퍼스에는 방학이 되자 대학생들이 늘었습니다. 봄학기에는 강의는 온라인에서 하지만, 대학원 연구는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멈추지 않아 캠퍼스에는 주로 대학원생들만 있었습니다. 캠퍼스 방역 관리 방안이 점차 틀을 잡아가면서 학기 중에 고향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학부생 중에 대학원 연구실 인턴을 위해 기숙사로 돌아오는 학생들도 조금씩 늘어 썰렁했던 봄보다는 조금 붐비는 것 같습니다.

 

방학임에도 이 돌아온 학생들 때문인지 진료실에 신규 상담자가 늘어납니다. 진료실에서 대학생들의 마음을 살피다 보면 대개 진로나 인간관계 문제를 많이 듣게 됩니다. 이런 어려움에 더해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섞여 있는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강압적이라며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같은 가족의 문제를 부모님 대신해서 짐을 지느라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어 그 모습이 다양합니다. 

코로나19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통제하는 부모님이 간섭할 시간은 더 많아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은 더 힘들어졌을 테니까요. 반대로 가족과는 편했지만 낯선 사람을 불편했던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이 더 좋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성인인 대학생들의 마음도 가족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데 초중고생들은 어떨까요?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일단 더 깁니다. 학원은 어디를 다닐지, 용돈 얼마를 받을지 등 많은 것들을 부모님과 상의해야 하니 이들의 마음건강에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과 관계를 잘 맺었던 사람들은 성인이 된 후에 일에서의 어려움이나 관계에서의 갈등을 잘 풀어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님께 본받을만한 점이 부족했거나 부모님과 관계가 좋지 않았어도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물론 많이 있습니다. 관계가 좋았다면 부모님의 직업을 대하는 성실한 모습이나 타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닮아가면서 배우는 기회가 더 주어지는 것이겠죠.

이중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와 자녀가 직접 주고받는 대화인 것 같습니다. 대개 가족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부모님의 말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셀


자녀 입장에서든 부모의 입장에서든 평소에 대화를 많이 주고받았던 사람은 편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색할 것입니다. 아무리 친했던 친구여도 오랜만에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대화거리가 없다면 상대의 관심사를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새는 뭐가 재밌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물을 수 있겠죠. 아마 명절마다 나오는 성적은 잘 나오는지, 이성친구가 있는지 묻는 ‘어른’과의 대화를 떠올리면 어떤 것이 싫은 질문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라면 ‘당근’을 제시할 수도 있겠습니다. 선물로 사주고 싶은데 어떤 것을 갖고 싶은지 알고 싶다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겠죠. 그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른 일들과 연결시켜가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친해져야 성적 같은 민감한 주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이 자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며, 갑자기 중학생 아이가 주식 계좌를 만들어달라는데 어떻게 해야 좋겠냐고 물으셨습니다.

‘공부에 집중해야 되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도 답이 아니고, ‘미래 주식 전문가로 키우자’도 답이 아닙니다. 어떤 생각으로 그런 대화가 시작되었는지 궁금해하고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자녀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는 분이라 아이가 친구와 겪었던 일, 아빠와 대화를 잘 기억해내시며 맥락을 읽어내셨습니다. 자녀와 상의해서 모아둔 용돈의 일부로 본인 계좌를 만들어주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아빠의 도움을 받아가며 스스로 투자해보기로 결정했다고 하시네요.

그 ‘투자’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가족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던 ‘투자’는 자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대화의 주제는 어느 고등학교 졸업사진과 관련된 인종차별 논쟁, 포탈의 스포츠기사 악플 논란과 댓글 금지 등 최근의 뉴스거리도 가능합니다. 어쩌면 논술에도 도움이 되겠네요.

 

반대로 가족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학생은 최악의 경우 꼭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사기 등의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 혼자 끙끙대며 일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어떤 순간에도 궁극적으로 자녀의 편이 되어준다는 것을 안다면 끔찍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과 행동으로 전하지 않으면 그것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아직 서로의 생각을 ‘화내지 않고’ 주고받기 어렵다면, 가장 먼저 ‘우리가 자주 다투지만 네 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 부모로서 대화에 서툴지만 혹시라도 어려운 일을 겪게 되면 도울 수 있게 꼭 이야기해 달라’라는 말을 먼저 하는 것은 어떨까요? 

일상의 작은 일도 대화거리가 될 수도 있고, 텔레비전 드라마나 뉴스도 가능합니다. 인터넷 포탈에 등장한 인기 검색어가 훌륭한 대화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가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는 연습을 한다면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 좋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본 칼럼은 울산광역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식지에 '늘어난 자녀와의 시간에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다른기사 보기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