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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를 위한 경제와 심리 2 - 평범한 중산층 부모들

기사승인 2020.09.21  07: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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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선의 <부모의 심리학> (6)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중산층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75~200%까지의 소득을 가진 계층을 가리킨다. 그 이하는 빈곤층, 그 이상은 상류층이다. 빈곤층이 많은 사회는 갈등이 끊이지 않고, 상류층이 많은 사회는 빈부격차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중산층이 많은 사회가 안정적이고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자신을 하위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득이나 생활수준 등으로 봐서 분명히 중산층에 속해 있음에도 본인은 자기를 중산층이라 생각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하위층 또는 빈곤층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학문적 정의나 통계적 분류와 관계없이 통상적으로 중산층이라고 하면 자신이 살 집을 소유하고 있고, 자신 소유로 된 자동차를 운행하며, 일정액의 저축이 있고, 부담 없이 소비를 즐길 만한 고정 소득이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여기에 더해 대졸 이상의 학력에 여행과 여가를 즐기며, 정기적으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신적 여유까지 겸비한 경우를 중산층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고수하면서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녀들이 본인이 누리고 있는 것 이상의 성취를 이루게 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평범한 중산층 부모들의 노후는 자신들의 욕구만큼 행복할까?
 

사진_픽셀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자식들이 야속한 아버지 

A씨는 베이비부머다. 은행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정년퇴직했다. 모아둔 돈에 퇴직금까지 합하면 부부가 남은 인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자식이 둘이지만,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었다. 아들은 결혼해서 분가했고, 딸은 데리고 사는 중이었다. 

은퇴하고 나서 얼마간은 아내와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살다 보니 돈도 많이 쓰는 데다 무료하기도 했다.

“여보, 우리가 이런 식으로 살면 8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우리 둘이 사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딸애 시집갈 때 결혼비용과 혼수가 문제지요.”

자신이 현직에 있을 때 아들이 결혼했기에 축의금도 많이 들어왔고, 어려움 없이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해 줄 수 있었으나, 딸이 결혼할 때면 자신은 퇴직한 데다 대출을 받을 수도 없으니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집 한 채 있는 건 아들에게 물려줄 예정이었지만, 딸에게 물려줄 게 마땅치 않은 것도 마음에 걸렸다. A씨는 아직 아픈 데도 없으니 일할 만한 적당한 곳이 있으면 재취업해서 다시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재취업의 문은 정말 좁았다. 은행에서 이사로 근무할 때처럼 근사한 일을 할 수 있으라곤 기대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대로 번듯한 일자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중 제일 나은 게 아파트 경비원 자리였다. 서류 심사와 면접에서 몇 번 떨어진 뒤 어렵사리 버스를 타고 10분가량 가면 나오는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면서 한 달을 일하면 200만 원가량 월급이 나왔다.

어느 날 밤늦게 아들 부부가 찾아왔다. 표정이 좋지 않은 아들이 정색하고 이야기했다.

“아버지, 평생 고생하셨는데, 이제 좀 쉬세요. 아파트 경비원이 뭡니까? 생활비 걱정하실 정도 아니잖아요. 저희가 이제부터 매달 용돈 챙겨 드릴게요. 제발 아무 일도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착해서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은행 이사까지 지낸 아버지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한다는 게 창피한 것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자기들 위신이 깎일까 봐 염려한 것이다. A씨의 고민이 깊어졌다. 어렵게 구한 경비 일을 계속하면서 노후 준비를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자식들 뜻에 따라 일을 그만두고 빈둥거리며 백수 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내년이면 50~60대 인구가 처음으로 30~40대 인구를 앞지를 예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신중년 경력설계 안내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인구 중 50∼69세 비율이 30∼49세 비율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50~60대는 일을 계속하겠다는 의지 역시 강했다.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물론, 은퇴 후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맞는 일자리는 필수적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사회공헌을 위한 일이나 봉사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한 다섯 가지 준비사항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은퇴 후의 변화에 대비하기다. 퇴직 이후 신중년은 지위, 생활 리듬, 소비 수준, 가정 내 역할, 체력 등 다섯 가지 변화를 겪는다. 명함과 직함 등 직위가 없어지므로 퇴직 후 봉사단체 등 사회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 일정표 등 새로운 생활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지므로 소비 수준도 바꿀 필요가 있으며, 100세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가정 내 역할 분담, 규칙적인 운동 등의 체력 관리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나다운 삶을 위한 직업 선택하기다. 중후반기 삶에서 택하는 직업은 생계수단 혹은 사회공헌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신중년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신중하게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청년과 달리 여러 직업을 경험하기 쉽지 않은 까닭에 자기 탐색과 역량, 흥미, 적성 등을 분석해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신중년 3모작 패키지’ 사업이나 정부 구직 지원 프로그램, 워크넷이나 나라 일터 등 취업 정보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세 번째는 경제적으로 탄탄히 준비하기다. 가정에서의 지출 중 낭비적 요인을 제거해야 하며, 자식들에 대한 증여나 상속 등 중장기적 자산변화 계획을 수립하고, 가족 간에 재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안내서는 확실한 경제적 노후 대비로 ‘일하는 것’을 꼽았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눈높이를 조정하고 비정기적인 일거리도 두루 찾아볼 것을 권했다.

네 번째는 자기 주변과 풍요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다. 고독이나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폭넓은 대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친목 모임이나 취미 활동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여가와 건강 알차게 챙기기다. 여가활동은 중후반기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자원봉사, 취미, 학습, 관계지향, 건강관리, 문화, 여행 등 다양한 차원에서 여가생활을 하는 게 좋다.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실손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하며, 규칙적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정기 건강 검진 등도 필요하다. 

 

젊었을 때는 자기 성취와 경제적 보상을 위해 일한다. 덕분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중산층으로서 나름대로 여유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다.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고 투자했기에 자녀들도 반듯하게 자라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인물들로 키웠다. 은퇴한 이후 부부끼리 여생을 편안하게 즐기며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 정도 여력은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60대 초중반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길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엇이든 일에 몰두하는 것은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대단히 유익하다. 땀 흘리며 집중해서 일하면 근육 활동량이 많아져 신진대사가 좋아지고, 뇌 활동도 활발해져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상류층은 부의 축적과 유지를 위해 노년까지 일하고, 빈곤층은 생계유지를 위해 노년까지 일하지만, 중산층은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년까지 일한다. 가장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계층이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은퇴한 부모가 일하지 않고 집에만 머물도록 하는 게 효도가 아니다. 현역 때 어떤 일을 했는가는 중요치 않다. 은퇴 후의 삶은 제2의 인생이다. 부모가 제2의 인생을 멋지게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효도다. 성인이 되어 부모에게서 독립했으면 거꾸로 자식도 부모를 독립시켜야 한다. 일하는 노년이 건강한 노년이고, 건강한 노년이 행복한 노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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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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