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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왜 자꾸만 불안한 걸까?

기사승인 2020.09.28  08: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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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록의 <마음속 우물 하나> (2)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코로나로 인해 불안감이 일상이 된 가운데 느닷없이 독감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유통업체의 부주의로 국가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 접종이 중단되면서 백신 부족 사태를 우려한 접종 대상자들이 대거 유료 접종으로 몰리는 과열 양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른바 독감 공포다. 영유아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아니면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보니 건강한 성인들까지 서둘러 독감 유료 접종을 받으려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무료 접종이 언제 재개될지도 알 수 없고, 상온에 노출된 백신의 안전이 의심스럽다는 게 이유다.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공포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이사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생을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흉악범 조두순이 오는 12월 13일 만기 출소 예정인데, 심리상담사들과 면담하면서 출소하면 자신의 주소지인 안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안산시민들이 안산을 떠나겠다며 아우성치자 윤화섭 안산시장은 ‘조두순 격리법’을 만들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고 한다. 윤 시장은 국민청원을 통해 “조두순은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피해자와 국민에게 새로운 피해가 더해지고 있다.”라고 비난한 뒤 “사건 피해자 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이 조두순이 출소 후 격리되길 희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불안은 편안의 반대되는 감정이다.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하지 않은 상태, 즉 특정한 대상이 없는데도 막연하게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를 가리킨다. 불안과 공포는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구분 없이 사용되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공포는 그 대상 또는 상황이 알려져 있으며 외부에서 오는 명백한 것이지만, 불안은 그 대상 또는 상황이 확실하지 않고 내부로부터 생겨나는 모호한 것이다. 뱀을 봤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현기증이 나는 것처럼 분명한 대상이 있거나 상황이 전개된다면 공포이고, 뭔가 명확히 설명할 수도 증거를 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불특정한 대상을 상대로 모호한 신체 증상을 동반한 불편감이 있다면 불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 증상은 보통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신체적 불안 증상은 자율신경계의 반응에 따라서 나타난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일차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호흡과 맥박을 증가시키고, 근육이 긴장하며, 땀 분비가 증가하는 등 신체 각 부분의 생리적 반응을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안절부절못하고 짜증을 잘 내며 예민해진다. 소화불량, 설사, 변비, 발한, 두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하면 신체적으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정서적 불편감도 동반된다. 불안에서 관찰되는 정서적 증상은 긴장, 두려움, 불면증, 우울감 등이 있다. 닥치지도 않은 위험을 미리 걱정하고, 최악의 상황만을 상상하는 경향도 보인다. 

 

사진_픽사베이

 

하지만 불안이라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 혹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나타나는 불안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이는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적응 기능을 가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불안에 대한 신체 반응이 실제로 위험에 처한 상황이 아닌데도 자주 나타나거나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칠 경우, 상황에 대한 대처를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안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공황장애는 이 같은 병적 불안의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질환을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라고 한다. 불안장애에는 여러 질환이 있는데, 흔하게 알려진 공황장애뿐 아니라, 공공장소에 혼자 있을 때 공포를 느끼게 되는 광장 공포증, 남들 앞에 나서는 등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게 만드는 사회불안 장애, 전반적인 일상에 대하여 과도한 걱정을 하게 되는 범불안 장애 등이 있다.

이에 더해 불안장애는 여러 공존 질환을 동반하는 사례가 흔하다. 가장 빈번하게 동반되는 것은 우울증이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공유하고 있는 증상적 유사성이 많아 따로 떨어뜨려 언급하기 어렵다. 불안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불안 증상에 대한 일종의 자가처방으로 알코올 등의 물질을 남용하기도 하며, 이로 인해 알코올 중독 등 물질 관련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겉으로 드러난 우울 증상이나 물질남용에만 초점을 맞춰 치료하다 보면 실패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불안장애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효능을 인정받았다. 약물치료를 우선 살펴보면, 불안장애 치료 약물로는 벤조디아제핀계 항불안제가 대표적이다. 잠재적인 의존 및 금단 가능성으로 인해 사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및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같은 약물의 경우 치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몇 주까지의 시간이 소요되며, 치료 초기에는 오히려 불안이 악화할 수도 있어 불안장애 급성기에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질병을 악화시키는 잘못된 인지를 인지적 재구성 등의 기법으로 교정하며, 환자가 회피하던 상황에 치료적으로 노출하는 등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정신치료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는 문제 해결 중심의 치료적 접근을 통해 불안과 회피를 모두 경감시켜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아울러 인지행동치료는 약물 부작용에 매우 민감하거나 임신, 출산, 수유 등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마음 챙김 인지 치료(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MBCT)다. 마음 챙김이란 불교 수행 전통에서 기원한 심리학적 구성 개념으로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요법에 인지 치료적 기법을 접목한 것이 MBCT인데, 명상 등을 주요 치료방법으로 사용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닌 현재에 충실하도록 하고, 스트레스나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불안장애는 원인이 워낙 다양해 예방이 어렵다. 그렇지만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취미활동, 그리고 명상이나 심호흡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심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처방에 따라 불안요인에 대한 노출 단계를 조절하고, 대응방법을 익혀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가족 중 한 명이 혹은 가족들이 순번을 짜서 당사자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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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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