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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의 효도법 2. 스마트폰으로 대신 장 봐드리기

기사승인 2020.09.29  08: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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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선의 <부모의 심리학> (7)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아범아! 추석에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
“아들, 며늘아! 이번 추석 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지내마.”
“내려올 생각 말고 영상 통화로 만나자.”
“불효자는 ‘옵’니다.” 

추석을 앞두고 지방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글귀다. 코로나 사태 후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에 예전처럼 수많은 사람이 고향과 부모를 찾아 이동한다면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방역망이 무너지면서 다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어른들이 자손들의 방문을 자제하도록 권면하는 것이다. 눈물겹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풍경이다. 

정부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될 수 있으면 추석 연휴 때 고향과 친지 방문을 삼가 달라고 국민에게 요청하고 있다. 오랜만에 자녀들과 손주들 얼굴을 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리라 기대했던 부모들의 시름이 깊다.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오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단호하게 오지 말라고 하기도 섭섭하기 때문이다.

자식들 처지도 매한가지다. 정부의 방침이나 부모님의 간절한 당부를 생각하면 가지 않는 게 옳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명절인데 이대로 집에만 머물러 있는 게 여간 불편하고 꺼림칙한 게 아니다. 연로한 데다 몸도 불편한 노부모의 경우 내년 추석 때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경우는 더 가혹한 실정이다. 지난봄부터 현재까지 대부분 면회 금지가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설 명절 때 찾아뵙고 싸간 음식을 나눠 먹든가 근처 식당에 가서 식사한 이후 지금까지 8개월 넘게 따뜻한 밥 한 끼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 마음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다. 졸지에 불효자식이 된 이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가고 있다.

‘이러다 갑자기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이 불효를 어찌 갚아야 한단 말인가…….’

‘코로나 블루’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지속하는 병약한 노인들에게서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 틈나는 대로 자식들과 손주들 사진을 들여다보지만, 이제 눈물조차 말라버려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것도 지겹기만 하다. 

‘자식 손주들 얼굴 딱 한 번만 만져볼 수 있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사진_픽셀

 

명절인데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면회를 할 수 없어 몇 달째 부모님 얼굴을 뵙지 못한 자식들이 비대면 상태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언택트 시대의 효도법은 연구하고 찾아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비교적 건강한 부모님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대신 장을 봐 드리거나 공과금을 내드리는 등 외출해서 은행 또는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되게끔 손발이 되어주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노인들은 은행이나 마트를 가기 위해 직접 문밖을 나서야 한다. 위험하기도 할뿐더러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오가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필요한 사항을 전화로 물어본 뒤 자식이나 손주가 스마트폰으로 일을 대신 처리해주면 집에 가만히 앉아 공과금도 내고 장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여기에 더해 노인들에게 좋은 건강한 식품이나 이용이 간단한 물건 등을 배달해드리면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소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의 경우, 대행사를 이용해 조상 묘를 깔끔하게 벌초한 후 이를 영상으로 찍어 보내드리면 자식들이 자신과 조상들을 잊지 않고 지내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추석 때 정성껏 차례 지내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내드리는 것도 좋다. 차례가 끝난 후 조촐하나마 모인 가족들이 부모님께 영상 편지를 만들어 보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고, 물리적으로 만날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한 가족이며, 피를 나눈 부모 자식 사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종교가 있는 부모님의 경우, 평소 좋아하던 신부님의 강론이나 목사님의 설교, 스님의 설법 등을 모아 휴대전화로 보내드리면 그걸 보거나 들으면서 자식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에게는 예전에 사용하던 카세트 플레이어를 보내드린 뒤 해당 내용을 수시로 카세트테이프에 담아 보내드리면 별 어려움 없이 들을 수 있다. 노인들에게는 스마트폰이나 CD 플레이어보다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훨씬 더 익숙할 것이다. 종교인에게는 종교적 메시지에 심취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종교가 없는 부모님에게는 같은 방법으로 시나 노래를 녹음해 보내드리면 좋을 것이다.

 

버젓이 있는 고향 집이나 살아계신 부모님 댁을 방문할 수 없는 유례없는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명절은 부모 세대에게나 자식 세대에게나 처음 겪는 낯선 일이다. 모두가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자식들은 그나마 안마의자를 보내드린다든지, 보약이나 보양식품을 보내드린다든지 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자식들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 

그러나 효도는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전화나 편지 한 통으로도 자식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부모님을 향한 진한 그리움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하지만 꼭 명심할 게 있다. 시댁이든 친정이든, 본가든 처가든, 어디는 가고 어디는 가지 않으면 명절이 가정불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언택트 시대의 효도는 시댁과 친정, 본가와 처가 모두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게 좋다.

설령 한쪽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몸이 불편하시니 거기만 잠깐 다녀오자고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아닐지 모른다. 가려면 다 가고 안 가려면 다 가지 않는 게 지혜로운 명절 대처법일 수 있다. 거리 두기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까닭이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부부 사이에 충분한 의논이 있어야 한다. 만약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으면 못 간다는 말은 며느리나 사위가 아니라 아들, 딸이 부모님께 직접 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초유의 비대면 명절이 자칫 갈등의 명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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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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