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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완전무결해야만 해 - 완벽한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

기사승인 2020.10.03  0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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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틈틈이 글을 써서 원고를 완성했다. 내일까지 잡지사에 넘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읽어봤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간이 없지만 이렇게 원고를 끝낼 수는 없다.

“완벽하지 않아. 이런 글을 잡지에 실을 순 없지. 밤을 새우더라도 다시 써야겠어.”


다음 주 월요일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일이라 부서원 전체가 매달려 준비했다. 금요일 오후 5시. 팀장은 최종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안 되겠어.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니야. 이번 주말 다들 출근해서 다시 해보자고.”


완벽주의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매사 완벽을 지향한다. 완벽함에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 이를 수용하지도 견뎌내지도 못한다. 완벽해질 때까지 다시 해야 한다. 

완벽이란 무엇일까? 우리말 ‘완벽’은 ‘완전할 완(完)’ 자와 ‘구슬 벽(璧)’ 자가 합쳐진 말이다.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의미한다. 단 한 군데도 흠결이 없고, 굴곡진 부분이 보이지 않는 완전히 깨끗한 구슬처럼 무결점 상태인 게 바로 완벽이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인간의 삶에 이런 경지가 과연 가능할까?

 

사진_픽사베이

 

완벽주의(Perfectionism)는 자신이 이루기를 원하는 어떤 완벽한 상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 확고한 신념 또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는 높은 기준을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함으로써 큰 성취감을 얻고자 하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에서는 모든 걸 완벽하게 처리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를 비난이나 비평을 면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하나로 파악하기도 하고, 정신 질환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지난 9월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동국대 교육학과 박현주 교수는 ‘완벽주의의 빛과 그늘’이라는 발표를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박 교수는 하마체크라는 학자의 말을 인용해 완벽주의자를 정상적 완벽주의자와 신경증적 완벽주의자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정상적 완벽주의자는 고통스러운 노력을 통해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조금 덜 정확할 수도 있는 사람을 가리키고, 신경증적 완벽주의자는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자신의 눈에는 절대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으로 결코 만족한 상태에 도달할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정상적인 완벽주의자라면 완벽주의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모든 일에 열정과 의지를 갖고 임하는 사람으로 높은 자존감과 행복감, 자기효능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신경증적인 완벽주의자라면 완벽주의는 매우 부정적이다. 과도한 목표 설정으로 성취에 대한 압박이 크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위기의식이나 소외감, 소진이나 불안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완벽주의를 평가하고 측정하는 척도로 가장 널리 인용되는 것은 휴이트와 플렛이 제시한 척도다. 그들은 완벽주의를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로 구분한다.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는 자기가 자기를 채찍질하는 것이다. 높은 목표를 정해 놓고 이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다가 잘되지 않으면 자신을 자책하고 비난한다.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는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갖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스스로 정해 놓고 사람을 거기다 끼워 맞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비난하고 실망한다.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는 특정 사회나 집단이 과도한 목표를 가지고 개인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속한 개인은 인정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완벽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통제가 어렵고 지속적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가 가장 부정적이다.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의 심리학자인 플렛 교수는 완벽주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완벽주의자들의 행동은 완벽하지 못한 부분을 숨기려 하거나 완벽한 것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등 다양하지만,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극단적으로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공통점이 있다. 완벽주의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정신 질환은 아니라 하더라도 고민이나 기능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완벽주의는 자아도취증이나 강박신경증, 의존증 등의 질병과 유사한 것으로 분류돼야 한다.”

 

“그 사람은 대단한 완벽주의자야.”

이런 평가를 받는 사람에 대한 인식은 극과 극일 수 있다. 매사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뛰어난 사람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가 하면, 완벽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본인은 물론 그와 관련된 주변 사람 모두를 피곤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야. 늘 완벽을 지향한다고.”

이런 자부심을 가진 사람의 내면 역시 복합적이다. 뛰어난 재능과 열정으로 언제든지 남보다 앞서가는 능력자라는 자긍심도 있지만, 늘 그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다 못해 궁지로 몰아넣는 자학형 인간이 될 수도 있다.

 

25년 이상 미국에서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해 온 마거릿 로빈슨 러더퍼드 박사는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 중에서도 우울증과 완벽주의의 긴밀한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완벽하게 숨겨진 우울(Perfectly Hidden Depression)’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수많은 환자와 내담자를 만나 연구한 결과를 『괜찮다는 거짓말 : 우울증을 가리는 완벽주의 깨뜨리기』라는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 책 속에서 그는 ‘완벽하게 숨겨진 우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통상적 우울증이 활력 결핍 상태라면, 완벽하게 숨겨진 우울은 자기수용이 결핍된 상태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강점과 능력에서 불안과 취약함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자신감과 성취에서 후회와 회한에 이르기까지, 당신이라는 사람의 다양한 면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자기수용, 이것이 바로 완벽하게 숨겨진 우울의 치료제다. 그런데 당신은 왜 망설이고 있나? 아마도 다른 사람의 눈에 나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 어떤 일이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 결단코 무너지지 않는 바위 같은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건 장점이며 미덕이다. 이로 인해 개인이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한다. 그렇지만 완벽이라는 이름의 우상을 만들어 놓고 나와 타인을 그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 속으로 몰아넣는다면 이는 소진과 파멸을 낳을 뿐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힘들면 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신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 능력에 맞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게 좋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잘하는 걸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 행복은 완벽의 소산이 아니다. 오히려 넉넉하고 유유자적한 삶의 태도가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완벽하지 않은 문제투성이로 가득한 듯 보입니다. 우선 나 스스로만 돌아봐도 부족함이 많지요. 말과 행동이 다르고, 공부나 일 처리도 생각처럼 잘 해내지 못하고, 남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뒤돌아 후회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나 친구, 동료를 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말을 듣지 않는 내 아이나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남편이나 아내의 못마땅한 습관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매일 아침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상 또한 다툼과 갈등, 사건 사고가 끝없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조소와 미움만으로 이생을 살아가기엔 우리 삶이 너무도 소중합니다. 또한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비한 시선도 함께 있습니다. 마치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사랑의 눈빛으로 나를 수용하고 바라보는 따뜻함이 우리 내면에 존재하지요.”

친근한 동네 스님을 자처하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 등에서 250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는 혜민 스님이 그의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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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기자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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