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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면

기사승인 2020.10.06  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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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혹시나 지금 이 순간, 끝없는 좌절과 실패로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 3가지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당신은 게으르거나 무능하지 않습니다.

시험이나 면접에 여러 번 떨어졌을 때, 사업에 계속 실패할 때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주변에서는 그 사람이 남들보다 게으르거나 진심으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핑계 대지마", "더 이 악물고 노력해라"라는 식의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려고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책상에 하루 종일 앉아서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당신은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아픈 것입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뼈가 부러진 상태인데 목발도 없이 걸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뇌가 우울하면 집중력이 분산되고 인지 기능이 떨어집니다. 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인내심도 부족해집니다.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뼈가 부러진 것입니다.

 

둘째. "죽으면 다 편해질 것 같아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살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 평균적으로 남자는 3~4회, 여자는 6회 정도를 시도합니다.

즉 처음에 자살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과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또한 자살 유가족들은 대부분 베르테르 효과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경험합니다. 가족의 자살로 인해 최소 3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을 죄책감과 우울감, 불면증으로 시달리게 되지요. 심지어 직계가족이 자살했을 경우 남은 유가족이 자살할 가능성이 7배 높아집니다. 

‘사는 게 의미가 없다. 매일이 지옥이다’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다며 한숨만 쉬는 청년들이 허다합니다. 누구는 건물주 아들로 태어났는데 자신은 흙수저라 억울하다고 합니다. 무능력한 부모나 나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부모를 원치 않았는데, ‘출생당한 것’이라며 원망스럽다고 합니다. 

어떤 환자가 제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제 인생은 지금 축구로 치면 종료 5분 남기고 5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발악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포기하는 게 편할 거 같은데요.” 

스포츠에서 포기가 의미를 가지는 경우는 다음 시합을 앞두고 체력을 보전할 필요가 있을 때뿐입니다. 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흔히들 이번 생은 망했고 하는데, 다음 생이 있는 건 확실한가요? 아니, 다음 생이 있다고 해도 곤충이나 물고기로 태어나면 어떡하나요. 다음번 생에 이번 생보다 건강하고 멋진 외모를 가지고,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날 확률은 대체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지금 죽었다 치고,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음 생을 사는 마음가짐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자살시도를 하고 병원에 온 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입니다.) 오늘 죽었다고 가정하면 남은 인생 무섭고 불안할 게 뭐가 있겠냐는 뻔뻔함과 당당함을 가지고 말이지요.

 

사진_픽사베이

 

셋째. 인생은 깁니다. 지금 불행하다고 내년에도 그러한 법은 없습니다.

물론 지금 빚더미에 빠진 이는 내년에도 가난한 확률이 높을 겁니다. 암에 걸렸거나,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은 내년에도 몸이 불편하겠지요.

맞아요, 지금 당신은 불행합니다. 그리고 그게 당신 책임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불행한 모습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자책만 하거나 남 탓만 하면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라면 그것은 당신 책임입니다.

인생을 망치는 것은 부모가 물려준 가난도, 장애도, 매번 닥치는 불운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신의 몫인 겁니다. 5년 후 자신을 떠올려 보세요.

5년 후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지친 자기 자신을 향해 한 번 웃어주세요.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줄 사람이 곁에 아무도 없다면 자신을 스스로 쓰다듬어 주세요.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거나 성공해야만 인생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럽고, 오늘보다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하루를 만들어 갑시다.

오늘도 별로인 하루였지만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거란 약속, 세상에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면, 오늘의 작은 노력이 내일은 다른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믿음. 그런 약속들을 해 나갑시다.

 

만약 이 3가지 조언조차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절대로 죽음을 생각하지 마세요. 

저보다 훌륭한 다른 정신과 의사가, 당신의 가족이, 친구가, 그 어떤 누군가가 반드시 당신의 눈물과 상처를 안아주고 무너져버린 당신의 두 다리가 되어줄 날이 올 테니까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빚을 지고 삽니다. 

지금 어두운 방에서 혼자 울고 있는 당신에게.

당신이 저만큼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수한 밤과 새벽을 혼자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가 아프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 친구인 형섭이형과 홍식이가 저에게 그러했듯이 저도 다른 누군가의 목발과 다리가 되어줄 그 날을 기다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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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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