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구자섭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구자섭 전문의] 

 

‘내가 분노조절장애가 아닌가요?’ 라며 찾아오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사연인즉, 오늘도 운전 중에 난폭하게 바뀐 내 모습이 어색하고 당황스럽다고 합니다. ‘난폭 운전, 그러고 싶니?’, 함께 점검해 볼만한 주제입니다.

 

운전 중의 내 모습을 돌아봅시다. 

1) 다른 운전자를 화나게 하려고 속력을 낸다.
2) 상향등을 번쩍거리거나 경적을 심하게 울린다.
3) 상대 운전자가 나한테 한대로 똑같이 해준다.

평상시 평범하고 온순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거칠게 변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차량용 블랙박스가 일반화되면서, 이런 폭력, 보복 운전 모습이 모조리 녹화되니까, 사건도 많고 증거도 많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어 급정거하면서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아예 차를 세우고 뒷차로 걸어가서 둔기를 휘두르는 등의 폭력이 소개된 적도 있습니다. 

이런 난폭운전이 왜 생길까요? 

 

사진_픽셀

 

차에 타는 순간, 내가 누구인지 숨겨지는, 익명의 상태가 되는데, 요즘은 차량용 선팅 필름이 짙은 차가 많아서 익명성은 더 강화됩니다.

익명 상태에서 평상시 억압되었던 충동, 공격성이 운전으로 표출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되는 일도 없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는데, 차에 타는 순간 어차피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소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됩니다. 앞서가는 차를 요리조리 앞질러가면서 자기 나름의 승부욕, 성취 욕구도 채워가면서 말입니다. 익명성 속에 가려진 잘못된 ‘카타르시스’라고 할까요! 반대로 선팅이 전혀 되지 않은 차를 탔을 때에도 쉽게 난폭운전을 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난폭운전의 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운전 실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잠재적인 우월감이 있습니다. 앞에서 운전하는 것을 보고 무슨 굼벵이가 기어가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합니다. 운전 잘하는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운전이 미숙한 초보운전자나 겁이 많은 여성분들을 보고 한심해하면서 쌩하니 앞질러 가기도 하는데, 잠재적인 우월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난폭운전은 아니지만, 운전하면서 욕설 등 험한 말을 자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앞차가 너무 천천히 간다고 욕설을 하는데, 이것도 다른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익명의 상황에서, 평상시 내 모습과는 다르게, 감정의 여과 없이 폭력적으로 표현을 하게 된 경우입니다.

때로는 회사, 가정에서 주변 사람에게 싫은 소리, 거절을 못하는 사람들이, 운전을 할 때 유독 입이 거칠어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역시나 평상시 억압된 분노, 화를 다른 곳에서 표출하는 경우인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속담처럼, 뺨은 회사에서 맞았지만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화풀이하는, 건강하지 못한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과거에는 일부 남성 운전자들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보면 ‘아줌마가 집에서 밥은 안 하고 왜 차를 몰고 나와서...’라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평상시 부인, 여자 상사 등에게 쌓였던 분노와 화를, 생면부지의 다른 여성에게 대신 표출한 경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난폭운전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정신, 심리학적으로, ‘양보와 용서, 이해’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누군가가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했다면 ‘바쁜 일이 있나 보네’라고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현실적인 대처법으로 열 받고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운전대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휴게소에서 쉬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졸리고 화장실 가고 싶을 때만 휴게소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점점 난폭해질 때도 쉬어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졸음 쉼터’만 필요한 게 아니라, ‘화, 충동성 쉼터’도 이용할만합니다. 

더불어 템포가 빠른 음악보다는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도 난폭운전을 막는 좋은 방법이고, 욕설 대신 위트 있는 농담으로 짜증에 대응하는 것도 권해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방법을 써도 화,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방문해서 전문적인 상담, 조언을 받을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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