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의 [마음속 우물 하나] (3)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얼마 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잉꼬부부로 알려진 유명 연예인 부부가 협의이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부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을 만큼 성격이 달라서 헤어진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성격이 안 맞으면 이혼까지 하는 걸까? 이혼하는 부부들의 상당수가 그 이유로 성격 차이를 꼽는다.


얼굴만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고, 보고 싶은 마음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고,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쿵쾅거리던 연애 시절에는 서로의 성격을 몰랐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프러포즈를 받아들이고, 결혼을 약속할 때는 상대의 성격이 파악되지 않았을까? 

신혼의 달콤함에 흠뻑 취하고, 첫아이를 품에 안은 채 감격할 때는 두 사람 성격이 찰떡궁합이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두 사람은 성격이 달랐고, 연애할 때나 결혼할 때나 신혼 때나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제는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더는 사랑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마음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성격이란 무엇일까?

한 개인의 생각, 판단, 감정 반응의 일정한 패턴을 성격(personality)이라고 한다. 이는 삶의 다양한 영역들, 이를테면 가족 관계, 직장생활, 친구 관계, 종교 생활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행동으로 드러난다. 누군가는 따뜻한 말을 참 잘하고, 누군가는 아주 꼼꼼하며, 누군가는 배려심이 남다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차이가 있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성격은 생애 초기부터 형성되어 20대에 대부분 완성된다. 이후에는 잘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성격을 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60대 어른이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서 다시 수십 년 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성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와 성격이 똑같은 사람이 있을까? 

모든 사람은 제각각 성격이 다르다. 저마다 얼굴 모양이 다른 것처럼. 만에 하나 성격이 백 퍼센트 일치하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고 쳐도 두 사람이 결혼하면 한 쌍의 원앙처럼 평생 사랑만 하면서 백년해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 정도 성격 차이는 우리 사랑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결혼 전에 이랬던 사람이 이혼을 결심할 때쯤이면 생각이 이렇게 바뀐다. 

‘이런 성격의 사람과는 단 하루도 더 살 수 없어. 아, 정말 최악이야.’

사랑으로 차이를 극복하고, 틈새를 메워갈 줄 알았던 부부 사이에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불신과 분노의 골이 깊어져, 어느 날 상대방에게 도저히 건너갈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마침내 이혼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도대체 성격 차이가 뭐길래 이토록 많은 부부를 갈라서게 만드는 것일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달라. 지긋지긋한 성격 차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어.’

이런 생각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래서 서로가 느끼는 성격의 차이를 조금 더 줄여줄 수만 있다면 위기에 처한 부부가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끔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사진_픽셀

 

부부는 두 사람의 차이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를 차츰 줄여나가는 것은 별로 효과도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 차이가 극복될 리도 없다.

결혼 후 부부는 크고 작은 다툼을 이어간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되면 갈등이 커진다. 부부 사이에 누가 옳고 그르냐를 차곡차곡 따져서 객관적이고 명료하게 결판난 적이 있는가?

부부 사이에 생겨난 갈등으로 진료실을 처음 방문한 분들이 종종 이런 요청을 한다. 

“제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제가 틀렸다고 우겨댑니다. 답답해 죽겠어요. 꽉 막혀서 대화가 안 됩니다. 누가 옳은지 선생님께서 판가름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부관계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더 심각해지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옳고 그름은 결론이 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함께 행복해지는 것, 즉 가족의 행복이다. 다투는 와중에도 상대방에게 내뱉는 말이 아니라, 거친 표현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부부는 서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가르치고 고치려 든다. 

하지만 남편 말을 들어보면 남편이 옳고, 아내 말을 들어보면 아내가 옳다. 그런데도 부부가 서로를 인정해주지 않기에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내가 편하려고, 내 식대로 사는 게 좋아서, 지기 싫어서, 한 번 양보하면 계속 끌려다니며 살아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니까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다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사는 게 낫다.

결혼 생활이란 그런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가 편하게 생각하는 걸 알아서 해주고, 그의 방식대로 살도록 노력하며, 그를 위해 먼저 양보하고, 그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배려하는 삶을 사는 게 결혼 생활이다. 즉 결혼 생활은 나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상담가인 게리 채프먼은 베스트셀러 『5가지 사랑의 언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의 욕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본능이 아닌 이성과 선택에서 나온 사랑을 알고 진정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내 안에서 사랑받을 만한 무엇인가를 보고 나를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누군가에 의해 사랑받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랑은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만일 배우자의 삶이 나의 노력에 의해 풍성해진다면 나 또한 정말 서로 사랑한다는 만족감을 느낄 것을 알고, 열심히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선택이다. 이는 처음 사랑에 빠질 때의 황홀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실 진정한 사랑은 사랑에 빠진 감정을 벗어나야 비로소 시작된다. 

우리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하는 친절한 일들을 신뢰할 수 없다. 우리는 연애 시절 정상적인 행동 방식을 벗어나는 본능의 힘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그러나 결혼을 통해 일단 선택을 해야 하는 실제의 삶으로 돌아왔다면, 너그러움과 친절함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성격 차이란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데서 기인한다. 내가 틀렸고 상대방이 옳다고 생각하면 실마리가 풀리고 성격 차이가 좁혀진다. 상대에게 너그러움과 친절함을 베풀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주장하며 다툼을 이어가면서 성격 차이가 나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남편과 아내가 있다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너그럽게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오, 그렇군. 당신 말이 옳아. 역시 당신은 현명해.”

집안을 가득 채웠던 성격 차이는 간데없고, 사랑만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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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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