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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나? (2) : 인지행동치료

기사승인 2020.10.14  04: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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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현의 <공황장애 알아보기> (16)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란? 

공황장애에서 약물치료 외에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인지행동치료다. 아론 벡(Aaron T. Beck)이 주창한 인지 치료에, 행동 치료적 요소가 추가되어 오늘날의 인지행동치료로 진화했다. 인지 치료의 원리는 명료하다. 우리가 겪는 상황(situation)과 감정, 행동, 생리적인 반응(response) 사이에는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참조해보자. 
 


친구와 메신저로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도중, 갑자기 상대의 말수가 줄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답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뭔가 불편하고, 예민한 사람은 안절부절못해 일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내 탓인가? 내가 무슨 말을 했길래 저러는 거지?’ 하면서 내가 보낸 메시지를 다시 살피기도 한다. 한참 뒤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까 갑자기 상사가 바로 옆에서 업무 지시를 하는 바람에, 메시지를 못 보냈어. 미안해.” 그러면 비로소 친구의 상황이 이해되면서 불편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속사정을 알게 된 후 상황에 대해서 내가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불편한 마음을 사라지도록 만들었다. 

즉 상황에 따라 우리의 반응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 반응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자동적 사고는 말 그대로 자동적이고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인식체계라서 쉽게 반복된다. 고통스러운 마음은 자동적 사고가 여러 가지 이유로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자동적 사고를 살피고, 왜곡된 부분을 건강한 시각으로 새롭게 조망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자동적 사고를 건강한 사고로 대체한다는 명쾌함에서, 서양 특유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식체계를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자동적인’ 인식체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직면(노출)과 강화 같은 행동 치료의 이론을 차용함으로써 인지-행동 치료가 탄생하게 되었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우울증, 강박증, 사회 불안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여러 정신과적 영역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비약물적 치료 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는 과거의 주된 정신과 치료들과 달리 치료 방법 자체를 표준화할 수 있으며, 또 이에 대한 효과를 연구할 수 있어 과학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근거들은 인지행동치료가 정신과 치료 영역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했다. 공황장애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공황장애를 악화시키고, 지속시키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근거 없는 두려움’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이 생각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살필 여유가 없다. 심지어 그 생각이 오류 투성이더라도 말이다. 근거 없는 두려움은 점차 커져 마음의 심한 불안을 만들고, 불안한 마음은 다시 신체화 반응(somatization)으로 나타난다. 신체화 반응과 마음의 불안은 서로 악순환하며 점차 그 정도가 심해지고, 결국 끔찍한 공황발작으로 이어진다. 근거 없는 생각이 불안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사실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이야기라면 어떨까? 두려움이 번지는 순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잠시 멈춤’ 할 수 있다면? 습관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생각을, 좀 더 건강한 시각에서 찬찬히 살펴봤을 때 공황장애 증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한결 줄어들 수 있다. 이 과정을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진-픽셀

 

인지행동치료, 공황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섯 단계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공황장애를 바로 알아가는 정신교육 과정이다. 끔찍하다고만 생각했던 공황장애 증상이, 실은 정상적인 생리 반응의 범주에 속하고, 100% 안전한 반응이라는 것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면 공황장애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불편함’과 ‘위험함’을 동일시했던 습관에서 벗어나, 공황장애 증상이 불편하지만,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공황장애 치료에서 생각을 바꾸어나가는 작업이 꼭 필요한 이유다. 

공황장애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생각의 오답, 즉 인지 오류는 재앙화 사고와 속단하기다. 

두 번째 단계인 재앙화 사고는 말 그대로 극단적이고 끔찍한 결말을 생각하는 사고 습관이다. 지금 몸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정도의 불편감이 격렬하고 공포스러운 공황발작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몸에서 느껴지는 작은 변화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진다. 또 공황발작에 이어 기절하거나, 심장이 멈추어 죽거나, 숨이 멎어 버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왜곡된 생각은 사소할 수 있는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끔찍한 결론을 떠올리게 해 공포를 일으킨다. 

세 번째 단계인 속단하기는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사고 습관이다. 지금껏 셀 수 없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으면서, 공황발작 고작 몇 번 겪었을 뿐인데, 같은 장소를 가게 될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발작이 일어나리라 예측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두려움은 삶의 범위를 좁아지게 한다. 이 두 가지의 왜곡된 사고 습관 외에도 여러 인지 오류는 공황장애의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자동적 사고들을 좀 더 건강한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연습, 즉 생각 바꾸기(인지 재구조화, cognitive reconstruction) 과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또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네 번째 단계인 호흡 이완훈련을 연습한다. 불안할 때 나타나는 얕고 빠른 흉식 호흡이 아닌, 깊고도 느린 복식 호흡을 통해 충분한 이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나타날 때 대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를 만드는 셈이다. 

그다음이 직면(노출, exposure) 단계다. 직면은 두 단계로 진행되는데, 다섯 번째 단계가 신체 증상에 대한 직면(자극 감응 훈련, interoceptive exposure)이다. 공황장애를 앓는 이들은 작은 신체 감각의 변화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빨대로 숨쉬기, 회전의자에서 빙빙 돌기, 제자리에서 뜀뛰기 등을 하며 답답함,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같은 신체 증상들을 의도적으로 유발해 증상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려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공황발작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얼마 후 그 증상들이 모두 지나갈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이 이 연습의 목적이기도 하다. 

마지막 여섯 번째 단계는 일상생활에서의 직면(in vivo exposure)이다. 앞서 연습한 근거들을 가지고 실제로 두려워하는 일상생활에 용감하게 부딪히는 것이다. 두 가지 직면 단계가 얼핏 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두려워하는 대상을 피하기만 할 때 그 두려움은 더욱 커지는 법이다. 불편하더라도 그 두려움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대상에 대한 해석이 바뀌게 된다. ‘절대 하지 못하는 것’, ‘절대 가지 못하는 곳’이 ‘불편하지만 갈 수 있는 곳’, ‘꺼려지지만 해볼 만한 것’으로 바뀌는 데는 직면하여 경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

최근 72명의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공황장애의 한국형 최신 진료지침을 발표했다(Ref. <2018 한국형 공황장애 지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공황장애의 초기치료, 그리고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된 후의 유지치료 모두에서 ‘약물치료(항우울제 + 벤조디아제핀계 항불안제)와 인지행동치료’를 가장 최우선의 치료 전략으로 꼽았다. 또 공황장애에서 우울증이나 다른 불안장애가 함께 나타날 때도 적절한 수준의 약물치료와 더불어 인지행동치료 접근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발표한 공황장애의 치료 지침에서도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공황장애 모든 단계에서의 최선의 치료(treatment of choice)로 내세웠다. 

공황장애에서 인지행동치료는 치료의 표준이라 할 수 있으며,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약물치료에 집중하는 기존 치료방식을 벗어나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함께 익히고, 삶에 적응해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회복을 돕는 길이다. 경험 있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거나, 여러 자립 안내 책자(self-help book,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설명된 책)를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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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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