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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데, ADHD라고요?

기사승인 2020.10.15  07: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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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최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ttps://unsplash.com/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지우 씨는 우울한 기분과 무기력함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1년가량 치료를 받으며 우울함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좀 우울하고 무기력하다면서, 학교 때문에 병원을 바꾸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 짜증이 많이 나고 말실수가 잦아 동기들과도 종종 다투다 보니 마음을 터놓는 가까운 친구는 없고, 요즘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고 하였다. 

사실 이런 관계의 문제는 학창 시절 내내 계속되었으며, 그때마다 본인이 문제라 생각하며 울 때가 많았다. 때로는 학교도 가기 싫었고, 과제와 시험 준비도 소홀히 했다. 학교 선생님에게는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수업 시간에는 멍하게 있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숙제나 해야 할 일을 미루다 마지막에 급하게 대충 하거나 아예 제출 못 하는 경우도 흔했다.

평생 이래 왔기 때문에, ‘난 원래 이 정도밖에 못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해 왔다. 친구 사이에서도 금방 친해졌다가도 작은 일로 다툼이 잦다 보니, 여학생 그룹 내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집에서는 지우 씨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친구 관계가 오래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 학교에서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우 씨는 학창 시절 내내 우울했다. 공부도 친구 관계도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원인을 찾았지만,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모양’, ‘이런 게 내 운명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후회가 늘고 점점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었다. 

 

https://www.gettyimages.com

 

지우씨의 주치의는 우울증 외에도 주의력결핍 유형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동반된 것으로 판단하고, 확진 검사 후 ADHD 치료를 시작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평생 계속되었던 화와 짜증이 거의 사라진 것이었다. 당연히 친구 관계가 좋아지고, 학교에서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전에는 5시간 이상 걸리던 그림 작업도 이제는 2~3시간이면 마칠 수 있었다.

또 전에는 하루 일과가 불규칙하고 지각도 많았는데, 이제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지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고질적인 수업 시간에 딴생각하거나 멍 때리기도 사라지고 수업 내용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시험 보기 전에 전에는 절반도 보지 못하고 시험을 봤다면, 이제는 80% 이상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니 당연히 성적도 많이 올랐다. 더는 우울하고 무기력하지 않으니 차근차근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 같은 미래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성인기에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한 경우, ADHD가 동반된 경우가 간혹 있다. 물론 우울증에 훨씬 흔하게 동반되는 문제는 걱정, 완벽, 꼼꼼, 공포, 사회 공포 등 불안의 문제나, 어린 시절 받은 정신적 충격의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ADHD가 동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특히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심했던 경우라면 초등학교 때 이미 진단받고 치료받았겠지만,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없이 주의력결핍 증상만 있었던 경우는 성인이 될 때까지 전혀 ADHD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채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https://unsplash.com/

 

하지만 20년간 실수가 반복되고, 수업을 들어도 기억하지 못하고, 시킨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기보다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자신도 학교와 직장에서 매번 실패하고 지적받는 일이 반복되고 대인관계에서도 잘 풀리지 않는 경험이 거듭될수록,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ADHD 증상 때문에 우울 증상이 악화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과연 ADHD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ADHD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기질을 타고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ADHD로 확진된 청소년이 우울증으로도 동반 진단되는 경우가 30%에 달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청소년이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5%인 것에 비하면 6배에 달하는 것으로, ADHD와 우울증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성인기에 우울증이 있다면 혹시 ADHD 증상이 동반되는지 꼭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만약 동반되었다면 ADHD 증상을 치료함으로써 삶의 질이 많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최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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