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가 올해 말로 다가오면서 조두순에 의한 보복 범죄나 재범 등에 대한 우려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끔찍한 범행의 면면이 워낙 잘 알려졌기에 그가 다시 사회의 일원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큰 것이다. 조두순이 출소하면 예전에 지냈던 안산에 머물 가능성이 있는데, 윤화섭 안산시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조두순 때문에 불안해서 안산을 떠나겠다는 시민들 전화만 수천 건을 받고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조두순은 심리평가 결과 성적 이탈성이 크고, 소아성애 경향이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소아성애는 성도착증 가운데 하나로, 미성년자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증상을 가진 정신장애다. 이미 소아성애 증상이 명확히 드러난 성도착증 환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 성추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소아성애자라고 해서 무조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대부분 첫 번째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약 10년간 소아에 대한 성 욕구를 조절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즉 아직 범죄를 일으키지 않은, 그러나 향후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소아성애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_픽사베이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는 소아성애자들을 대상으로 약물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 연구에서는 소아성애를 느끼며 고충을 토로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데가렐릭스라는 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했을 때의 변화를 관찰했다. 단지 소아에 대한 성 충동의 변화만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향후 범죄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자기조절능력’, ‘성적 몰입’, ‘공감 능력 결핍’ 등의 항목을 모두 관찰한 결과 2주간의 주사제 치료는 소아에 대한 성 학대 범죄의 위험도를 낮추는 데 분명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르몬 억제제는 ‘화학적 거세’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10년 전 도입된 이후 간헐적으로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정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으며, 강제적인 시행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와 이에 대비한 범죄 억제 효과성이 부족하여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정신장애인 성도착증 치료라는 관점에서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가 아니라 호르몬 억제제 사용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의학적 치료의 필요성을 외면당한 채 멸시만 받아온 정신장애를 보다 진솔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더욱 진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Valdemar Landgren, Effect of 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Antagonist on Risk of Committing Child Sexual Abuse in Men With Pedophilic Disorder, JAMA Psychiatry. 2020; 77(9): 897-905     

Knack N, Primary and secondary prevention of child sexual abuse. Int Rev Psychiatry. 2019; 31(2): 181-194.     

Beier KM, Can pedophiles be reached for primary prevention of child sexual abuse? First results of the Berlin Prevention Project Dunkelfeld (PPD). J Forensic Psychiatry Psychol. 2009; 20(6): 85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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