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에서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큰돈을 배팅하는 반면, 누군가는 조금씩 안전한 형태로 수익을 추구한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샐러리맨으로 지내는 생활에 만족하지만, 누군가는 건곤일척을 노리며 큰 사업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정에 대한 위험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정신 질환의 특징 중 두드러진 한 가지를 꼽자면 이 같은 위험회피성향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증인 경우, 과도한 위험 결정에 매몰되곤 한다. 경제적으로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결정임에도 그런 가능성을 계산하지 못한 채 함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불안장애 같은 경우에는 가능성이 크지 않은 위험에 몰두하느라 전전긍긍하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위험회피성향은 사람에 따라, 또 정신의학적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는 성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은 대개 위험회피성향이 높고, 남성은 상대적으로 위험회피성향이 낮다는 것이다. 즉 남자가 여자보다 어려운 결정을 쉽게 내린다는 말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성별 차이는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사진_픽셀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는 동물 실험을 통해 생식호르몬 조절 여부에 따라 위험 결정의 빈도가 명확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며 위험 결정의 추이를 관찰했다. 한쪽은 안정적으로 음식이 나오되 조금씩 나오지만, 다른 한쪽은 많은 음식이 나오되 일정 확률에 따라 음식 대신 발에 충격을 주는 처벌이 가해졌다. 실험 결과 암컷의 난소를 제거한 쥐는 위험한 선택을 더 많이 했고, 반대로 수컷의 정소를 제거한 쥐는 위험을 더 많이 회피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을 투여했을 때 역시 수컷 쥐의 위험회피성향을 높여주었다.

아직 남녀 간 위험회피성향의 차이가 정확히 어떤 생리학적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위 실험에서 본 바와 같이 성호르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위험 선택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새로운 약물 처방 도출을 위해 더 진전된 정신의학적 연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Caitlin A. Orsini, Regulation of risky decision making by gonadal hormones in males and females, Neuropsychopharmaco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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