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원의 ‘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 <14>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얼마 전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은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행복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물론 경제가 어렵고 취업난이 심각하며 코로나 사태까지 터졌으니 직장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고, 집에서 일하든 출근해서 근무하든 조직 생활과 업무에서 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에 회사 생각만 하면 우울해지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당연해 씨도 이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대기업이라 보수도 많고 복지도 잘 되어 있는 데다 함께 일하는 상사나 동료도 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이상하리만큼 행복하지가 않다. 퇴근 후 고등학교나 대학 친구들을 만나 볼링이나 당구를 치고 술 한 잔 마시면 즐겁기는 하나, 그런 기분이 오래가지 않는다. 헤어져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우울해지든가 심각해진다. 

‘내가 언제쯤 행복하다고 느꼈었지?’

생각해 보니 까마득하다. 남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자신을 보며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면서 얼마나 행복하냐고 묻지만, 정작 본인은 쓴웃음만 지을 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오늘도 당연해 씨는 퇴근해서 곧장 집으로 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냐 행복하지 않아 난
행복하지 않을 거야 난
너 보라고 아프라고
잘 지내지 말라고
너만 행복하지 말아줘
보란 듯이 웃지 말아줘
난 이렇게 울고 있는데 


김영근이 부른 ‘행복하지 않아’라는 노래다.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즐겨 듣는다. 

행복은 주관적이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행복은 없다. 어마어마한 부자가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고, 빌어먹는 거지나 노숙인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행복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감을 느껴야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다.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내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당연해 씨는 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당위적 사고가 많은 것이다. 당위적 사고란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사 ‘have to’로만 사고하는 방식이다. 의무적으로 뭔가 해야 할 때, 누군가에게 강하게 충고할 때, 어떤 일에 확신을 가질 때 ‘~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든 ‘나는 ~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100점을 받는다면 행복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런 사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100점을 받아야만 하고, 100점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00점을 받아도 기쁘거나 행복하지 않다. 당연한 결과가 나왔는데, 뭐가 기쁘고 행복하냐는 투다. 겨우 안도감 정도를 느낄 뿐이다. 

 

당연해 씨도 마찬가지다. 당위적 사고를 하는 스타일이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나 바라던 회사에 취직했을 때도 행복한 감정은 잠시뿐,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에 이내 평상심으로 돌아갔다. 주어진 업무를 잘 처리해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도, 자신이 속한 팀이 우수한 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해 보너스를 받았을 때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에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당연한 일이겠는가? 오래 땀 흘려 노력한 결과이고 힘들게 이뤄낸 인내의 소산이기에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할 줄 알아야 정상적인 감정을 지닌 사람 아니겠는가?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은 희망과 당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먼저 말버릇부터 고치는 게 좋다. 

“나는 그 일을 잘해야 해.”
“이번에 운동해서 꼭 살을 빼야만 해.”
“주말에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해.”

이렇게 당위적 언어를 사용해 자기를 다그치면서 결과를 당연시하면 안 된다. 

“나는 그 일을 잘했으면 좋겠어.”
“이번에 운동해서 살을 빼고 싶어.”
“주말에도 시간을 알차게 보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희망이 담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희망은 이루어졌을 때 감격을 안겨 준다. 

 

다음으로 매일매일 ‘만족 일기’ 또는 ‘감사 일기’를 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날 있었던 일 중에서 만족할 만한 혹은 감사할 만한 일을 찾아 자기 손으로 적어 보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사소한 일에서 만족과 감사와 행복의 요소를 발견하는 훈련을 하는 시간이다.

“유난히 쾌청하고 맑은 가을 날씨가 참 좋았다.”
“오늘은 출퇴근 길에 차가 막히지 않아서 정말 감사했다.”
“낮에 김 과장님이 사주신 카페라테 한 잔이 아주 맛있고 달콤했다.”

이처럼 간단하게라도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 표현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감정은 드러내고 표현할 때만 의미가 된다. 내 삶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들로 채워지려면 내 감정을 잘 드러내고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희망을 이루었을 때 마음껏 감사하고 감격하라. 그것이 인생을 멋지게 사는 비결이다. 행복은 표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찾아온다. 

 

※ 본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가공된 것으로 실제 사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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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나를 지키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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