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서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데 다음 진료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여기에 질문드립니다. 몇 년 전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고 아빌리파이 메인테나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한 달에 한 번씩 맞고 있는데요. 일을 좀 하다가 최근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옛날만큼 몰입할 수가 없어요.

PC 게임만 해도 옛날에는 밤새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한두 시간만 해도 옛날처럼 공부나 게임이나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없어서 오래 하기가 힘들다고 해야 할까요? 의사 선생님들도 공부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공부할 때 집중하다 보면 쫙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있잖아요. 근데 그런 느낌이 좀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항정신병 약물이 도파민이 수용체에 못 달라붙게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도파민 작용이 약으로 인해서 줄어서 뭘 해도 옛날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럴 수도 있나요? 해결방법이 있으면 좋은데 제가 의사도 아니고 외래 가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지라 도움받고자 글을 올렸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홍대 서울숲 정신과 염태성입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약의 부작용이 아닌지 걱정이 크실 것 같습니다. 궁금해하시는 내용에 대해서 되도록 알기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조현병과 가장 연관이 큰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입니다. 뇌에서 도파민이 이상 신호를 전달하여 조현병의 주된 증상들인 환청, 망상 등이 생긴다고 학자들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현병 치료제로서 사용되는 항정신병제들은 그런 도파민의 활동을 억제해 주는 도파민 길항제가 대부분입니다.

도파민은 집중력, 의욕, 에너지를 올려주는 작용을 하므로,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항정신병제를 사용하면 도파민이 억제되어 집중력, 의욕,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우선 도파민의 뇌에서 하는 작용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복잡해서 하나의 물질이 하나의 작용만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물질이라도 신경의 경로에 따라 하는 역할이 달라집니다. 전문용어로 ‘neural pathway’라고 부르는 이런 신경 경로들이 뇌에는 무수하게 많고, 도파민이 관여하는 경로들도 매우 많습니다. 그중 조현병 및 항정신병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경로는 총 4가지 정도입니다.

이 경로들 내에서 도파민의 작용 때문에 조현병의 양성, 음성 증상들 및 약물의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집중력 및 에너지와 관련된 도파민 경로는 이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습니다. 따라서 도파민 길항제인 항정신병 약제들을 투약한다고 해서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의욕이 사라지는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도파민의 부족이나 과잉은 다양한 정신, 신경계 질환을 유발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도파민 과잉으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조현병입니다.

그러면 도파민이 부족한 경우 어떤 병이 생길까요? 도파민 부족으로 생기는 대표적인 병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요즘 환자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이고, 또 하나는 신경과에서 다루는 주된 질병 중 하나인 파킨슨병입니다.

이 두 병은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질병의 증상과 발현 양상은 전혀 다릅니다. 또한 두 가지 병 모두 도파민을 올려주는 약을 쓰지만 치료제가 겹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뇌는 복잡한 기관이기 때문에 특정 물질의 부족이나 과잉만으로 질병과 치료제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재 투약 중인 아리피프라졸이라는 약제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리피프라졸은 도파민을 조절해 주는 조현병 약제 중 특이한 분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쉽게 설명드리면 부족한 부분에서는 도파민을 올려주고 지나치게 많은 부분에서는 도파민을 내려주는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의욕과 에너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올려주는 작용을 하며, 실제 임상에서도 아리피프라졸을 사용하고 활력이 생겼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효과와 더불어 우울감을 줄여주기도 해서, 아리피프라졸은 현재 조현병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ADHD에서도 아리피프라졸이 보조적인 약물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지금 느끼시는 집중력 저하가 사용하시는 약의 부작용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현병이라는 질환 자체가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은 상태로 오래 두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 이와 연관된 증상일 수도 있고, 또는 현재 치료 효과가 부족하여 병의 음성증상이 집중력 저하라는 양상으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정확한 평가와 증상 조절을 위해 주치의 선생님께 상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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