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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인가 성인 아이인가? - 건강한 어른의 17가지 특성

기사승인 2020.11.01  08: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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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처럼 말만 잘 들으라 해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자꾸 지겨워해
아무리 떼를 써도 차라리 토라져 봐도
남자가 주는 이별에 항상 울기만 해
 

가수 거미가 불러서 인기를 끌었던 ‘어른 아이’라는 노래 가사다. 어른인 여성이 아이처럼 사고하고 행동함으로써 사귀던 남성이 지겨워 떠나가지만, 아이처럼 울다가 다시 다른 남성을 사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착한 아이처럼 여전히 말을 잘 듣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른 아이란 ‘성인 아이(Adult Children)’를 가리킨다. 본래 성인 아이는 부모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인 가정에서 자라 성인이 된 사람을 뜻하는 용어였다. 그러다가 부모나 사회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가정불화를 겪는 등 역기능가정에서 성장함으로써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성인이 되어도 아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의학 용어나 정식 병명은 아니다.

 

‘성인 아이 증후군’이란 몸은 어른이지만, 감정표현은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어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정신적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자기 판단에 자신을 가지지 못하고, 항상 타인의 찬성과 칭찬이 필요하며, 자기는 타인과 다르다고 확신하고, 상처 받기 쉬우며, 은둔하거나 외톨이가 되는 경향이 있고, 고독감과 자기 소외감을 잘 느끼며,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일을 끝까지 해내기 어려우며,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죄책감에 빠지기 쉬우므로 자기 응징적이거나 자학적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피터 팬 신드롬(Peter Pan Syndrome)’이 있다. 1983년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러가 쓴 책에서 유래한 용어다. 피터 팬 신드롬은 신체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으나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거부하고, 언제나 어린아이 같은 심리 상태에 머무르고자 하는 심리적 퇴행 상태에 빠진 어른들을 가리킨다. 피터 팬은 영국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네버랜드에서 꿈과 공상 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영원한 소년이다. 몸은 다 컸지만, 마음은 유약하고 덜 성숙했으며, 순진하고 현실 도피적인 캐릭터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처럼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독립하거나 결혼해서 가정을 이룰 생각은 하지 않고, 어렸을 때처럼 부모의 둥지를 떠나지 못한 채 모든 걸 부모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나라에서는 캥거루족, 일본에서는 프리터(‘프리’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 중국에서는 컨라오족, 캐나다에서는 부메랑족, 영국에서는 키퍼스(kippers)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라마다 이들을 칭하는 용어가 있는 걸 보면 이는 세계적인 현상인 듯하다.

경제난으로 혹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정 기간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독립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심리적으로 어린아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성인 아이 증후군이나 피터 팬 신드롬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사람은 각 성장 단계에 따라 갖춰야 할 요건과 역할이 있으며, 이를 제대로 갖춰야만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또 건강한 어른으로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_픽사베이

 

그렇다면 심리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성인 아이를 회복함으로써 유아 상태에서 벗어나 성숙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성인 아이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내면 아이(Inner Child)’라는 개념이 널리 채용되고 있다.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우리 내면에는 어릴 적 유아기의 모습이 남아 있다. 이때 경험한 내용은 우리 정신 속에 남아 현재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의 감정이 억압되어 있다면 상처 받은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그 내면에 남아 있게 된다. 무시당하고 학대받고 상처 입은 과거의 내면 아이는 성인이 된 내가 부적응으로 가는 원인이 된다.

심리학 박사이자 저명한 심리 치료사인 마거릿 폴은 자신의 저서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에서 내면 아이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내면 아이란 우리의 인격 중에서 가장 약하고 상처 받기 쉬운 부분으로, 감정을 우선시하는 ‘직감적인’ 본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본래 모습이자 핵심적인 자아, 타고난 인격인 셈이다. 이러한 내면 아이에는 재능, 본능, 직감, 감정이 있다. 또 내면 아이를 우뇌에 비유할 수 있는데, 우뇌는 감정과 경험을 담당하는 창조적인 부분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내면 아이와 어린 시절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유치한 일’들을 많이 한다. 혀 짧은 말을 하고, 진흙에서 뒹굴며, 화가 나면 형제들과 치고받고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제멋대로 되지 않을 때는 입을 삐죽거리거나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내면 아이는 어린 시절의 유치함이 아닌 ‘순수함’을 말한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내면 아이의 연약함, 직관력, 경이로움, 상상력, 타고난 지혜,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쇠퇴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내면 아이와 어린 시절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지난 9월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메타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영희 박사는 ‘건강한 어른 스키마 모드와 자기’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건강한 어른의 열일곱 가지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소중한 존재이며, 우리 모두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것을 믿는다.

2. 문제가 있으면 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해결한다.

3. 나는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4. 나는 나의 감정을 표현할 때와 감출 때를 안다.

5. 나는 흥분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

6. 나는 자신을 돌볼 수 있다.

7. 나는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8. 나는 내가 부당하게 비판받거나, 학대받거나, 이용당한다고 느끼면 스스로 대항할 수 있다.

9. 나는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10. 나는 필요하다면, 내가 가치를 두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따분하고 일상적인 작업이라도 끝마칠 수 있다.

11. 나는 내가 누구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12. 나는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환경, 주변 사람 등)에 대하여 불평하지 않는다.

13. 나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 하지 않는다.

14. 나는 확률이 낮은 위험을 피하지 않는다.

15. 나는 자신이 행한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한다.

16. 나는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행복이 나의 것을 가로막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시기하지 않는다.

17. 나는 과거를 불러내어 되새김질하지 않으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끌어당겨 걱정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를 먹고 몸이 성장한다고 해서 다 어른이 되는 게 아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허리가 굽어도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어쩌다 어른’이라는 이름의 방송 프로그램이 다 생겼겠는가? 세월이 흘러 겉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내면세계는 아직도 아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나이 많은 노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고통스럽고, 고독하며, 수많은 자기 절제와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어른이란 자기 일과 가정과 사회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떳떳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나아가 경륜과 지혜가 풍부해 존경받는 사람이다. 성숙하고 건강한 어른이란 마음을 늘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타심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와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어른이 많은 사회가 성숙한 사회고, 이런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건강한 세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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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기자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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