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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겪는 10가지 인지적 오류

기사승인 2020.11.12  1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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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정신과 의사이자, 인지치료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론 벡 박사는 우리가 생각하고 사고하는 과정에서 흔히 10가지의 오류를 범한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무척 이성적이고, 냉정한 투자자라고 착각한 적이 있었다. 또한 정신과 의사로서 벡의 이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며 방심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지식을 단순히 알고만 있는 것과 숙고의 과정을 거친 후 진짜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함입하는 것은 무척 다른 차원의 얘기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숱한 투자의 실패와 시행착오에서 아래의 10가지 인지오류를 모두 경험했음을 고백한다. 부디 여러분은 이 내용과 나의 반면교사를 떠올리며 인사이트를 얻으시길 바란다. 

처절한 실패의 고통과 그 이후의 절절한 숙고의 과정을 거치고서야만 진짜 깨달음이 온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 임의적 추론 :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천만원 이상의 큰돈을 오로지 자신의 감만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A 주식이 고점대비 많이 떨어졌으니 지금 들어가면 오를 거야!’라는 생각들이 이에 해당된다.

얼핏 보면 근거가 있어 보이지만 어떤 주식이 ‘최근에 떨어졌으니 이젠 오르겠지’가 대표적인 임의추론의 오류이다. 이 주식이 더 떨어질지, 반등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결정에는 근거가 필요한데 30일선, 60일선이 다 무너진 주식을 아무 생각 없이 고점대비 낙폭이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안심하고 투자한다. 심지어 전문가 리포트에서 ‘중립’이나 ‘매도’ 의견이 우세해도 이를 가볍게 무시한다.

이 같은 투자법은 그냥 눈을 감고 다트를 던져 꽂히는 회사에 투자하는 방법과 다를 바가 없다. 

투자가 아닌 일상생활의 예를 들자면, 카톡을 보냈는데 1시간 동안 답이 없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를 일부러 피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론을 성급히 내리는 것은 자신의 선입관 때문인데, 정작 본인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 의미 확대와 의미 축소 : 어떤 학생이 딱 한 번 결석을 했는데 그 학생을 게으르다고 판단하는 것이 지나친 의미 확대에 해당한다. 반대로 서울대에 입학한 수험생을 그저 ‘운이 좋았겠거니’라고 무시하는 게 의미 축소의 오류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처음 샀던 주식 송원산업, 삼성정밀화학, 안랩에서 모두 10~20% 수익이 나자 ‘나는 주식의 신이야’라고 생각했다. 몇 달 후 사는 주식마다 30% 이상 손실이 났음에도 이번에는 ‘운이 나빴을 뿐이야’라면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현상의 의미를 부풀리고, 축소하는 이유는 본인의 메타인지 때문이다. 뇌의 변연계 깊은 곳에는 우리의 무의식과 진짜 속마음이 있다. ‘결과에 관계없이 계속 주식을 하고 싶다’라는 충동이 전두엽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나의 이성은 그 욕망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나 자신을 속이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성공에 취해서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정작 깊게 반성해야 할 큰 실수에 대해서는 별 것 아니라며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말한다.

 

- 선택적 추상화 : 다른 중요한 요소는 무시한 채 사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그 부분만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다.

‘A 치과는 강남역에 있으니 훌륭한 병원이 분명해!’ 옳은 판단일까? 아무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월세가 비싼 강남역에 있으니 그만큼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구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의사의 실력이나 성품, 환자들의 후기, 직원들의 친절도, 정작 그 강남역에서 몇 년째나 병원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이다.

더 중요한 기준점들을 다 무시한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하나만으로 전체 판단을 내리는 어리석음을 주식투자에서는 너무 자주 목격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BTS라는 아이돌 하나만 믿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상장 첫날 모든 것을 올인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 BTS의 노래조차 들어보지 않은 중년 아저씨, 할머니들도 ‘BTS는 유명하다, 미국에서도 1위를 했다, 무조건 빅히트는 오른다’라는 논리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상장 종목을 살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오너리스크나 자사주 소각의 위험, 차익실현매물 예측 같은 필수적인 정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내 친구는 빅히트 상장 첫날 따상(34만원)에 300주 매수대기를 해 두었다. 장 개시 10분도 안되어서 상한가가 풀리고 매수가 체결되자 친구는 환호하며 기뻐했다. 9시 11분쯤 내게 ‘최소한 3연상은 가겠지? ㅎㅎ’, ‘바보같이 누가 던졌냐’라는 카톡을 보냈다.

아주 약간의 이성만 있었어도, 상한가 따라잡기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상장 첫날, 10분 만에 상한가가 풀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친구는 행복했지만 나는 내 돈도 아닌데 식은땀이 흘렀다. 그 이후에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빅히트는 그 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 가까이 떨어졌다. 현재는 주당 16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내 친구는 여전히 홀딩 중이다.

 

- 과잉 일반화 :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오류이다. 소개팅을 할 때 첫인상으로 사귈지 말지를 결정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결혼을 앞둔 부부들도 마찬가지다. ‘언제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결심했나요?’하고 물으면, ‘자신의 부모님을 한 번 뵈었는데 너무 예의가 바르고, 식당 종업원을 대할 때 너무 됨됨이가 좋았다.’ 등의 예를 든다. 그 한두 번의 일로 모든 것을 판단하다니, 인생을 좌우하는 척도로 삼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첫사랑의 예를 들어보자.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난 선배에게 불과 몇 분만에 사랑에 빠졌다. 외모와 헤어스타일, 목소리, 말투 같은 정말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사랑에 빠질 만큼 우리의 뇌는 때로는 비이성적일 수 있다. 그 후에 몇 번이고 그 선배에게 차이고 상처를 받아도, 여전히, 앞으로도 그 첫사랑은 당신의 해마체의 1순위로 영구히 기억될 것이다. 

투자의 예를 비유해보자면 대선이나 명절을 앞두고는 항상 주가가 떨어진다는 선입관이 여기에 해당된다. ‘4년 전 미국 대선 직전 전후로 주가가 폭락했어, 명절 직전에 주가가 폭락했어, 예전에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거야’ 라는 식의 근거 없는 확증이다. 

‘블랙핑크가 새 앨범을 냈으니 무조건 YG 주식이 한동안은 오를 거야’라는 것 역시 전체를 가늠하지 못하고 극히 지엽적인 정보만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잉 일반화의 한 일례이다.

 

사진_픽사베이

 

- 이분법적 사고 : 흑백 논리, 모든 것을 선이냐 악이냐, 혹은 좋냐 나쁘냐의 극단으로만 생각하고 중간이나 타협점이 없는 사고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곧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에게 적용하면 ‘나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야’, ‘포르셰 아니면 마티즈야’라는 식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기대 수익률은 보통 400% 이상이다. 천만원을 투자하고 4~5배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린다. 당연히 일반 우량주에는 관심이 없다. 코스닥 작전주, 장외주식, 검색어 상위권 종목이 이들의 관심사이면 급등주 검색기 어플이 깔려 있다. 

이들은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가에 천원이라도 모자라면 팔지 않는다. 예를 들어 A 주식이 1만원에서 급등하여 3만9천원까지 올랐다고 해도 분할매도를 절대 하지 않는다. 한 번 정해둔 목표가를 절대 유연하게 바꾸지 않는 것이다. 4만원 매도대기물량 몇 백만주가 있다한들 3만9천원에 팔지 않는다. 그 천원을 더 욕심내다 다음 주에 주식이 반토막 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이들은 절대 손절을 모른다. 4연상, 5연상이 아니면 무조건 존버를 선택한다.

‘야 고작 그거 먹으려고 주식했냐?’가 입버릇이며 삼성전자 같은 주식에 투자하고 4~5% 수익에 익절하는 이들을 쫄보라며 비웃는다. 보통 주식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에도 손대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전형적인 도파민형 투자자라 할 수 있다.

 

- 재앙화/ 파국화 : 어떠한 사건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또 과장하여 항상 최악을 생각한다. 그 두려움으로 인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폭락장에서 우리가 흔히 겪는 인지 오류가 바로 이 파국화의 오류이다. 코로나를 마주한 4~5월 우리 모두는 폭락장의 공포를 실감했다. 2400 하던 코스피가 1400까지 떨어졌다. 1800 정도까지만 해도 대부분은 이성을 붙잡고 있었고, ‘저점매수, 물타기를 하면서 금방 안정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팬더믹, 전 지구적 경제공황이 왔다. IMF 때보다 더 심한 폭락이 주식장을 덮쳤다. 

재앙화 사고에 마비된 투자자들은 1400에 모든 주식을 손절했다. ‘코스피가 800까지 떨어진다, 대한민국이 망한다, 안전한 미국으로 도망가야 한다’라는 생각에 손절한 주식으로 달러를 샀다. 당시 환율은 1280대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었다면, 그때 숨을 고르고 이런 부분들을 고려했어야 옳다.

실제로 대한민국이 망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실제로 망한다면, 미국에 간다고 한들 괜찮을 것인가? 영주권은? 인종차별은? 미국은 코로나 사망자가 훨씬 많다. 의료보험조차 없다. 차라리 베트남으로 가야 하나?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공포에 빠진 뇌가 패닉셀링을 한 것이다.

 

- 개인화(personalization) : 아무 관계없는 외부 사건을 자신과 연관시키는 인지 오류를 말한다. 개인화의 오류는 시야가 좁고 자의식이 과잉인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이다. 

A는 최근 여자 친구와 헤어졌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여자 친구는 그것과 상관없이 A가 싫어졌을 뿐이다. 연애보다는 자신의 삶에 더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고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A는 여자 친구의 관심사는 실제 의도에는 전혀 무관하게 이를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다. 나만 잘하면, 내가 시험해만 합격하면 헤어질 필요가 없다고 착각한 것이다.

투자할 때 이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 내가 그 주식을 사기만 하면 그 회사 주가가 반토막이 나’ ‘들어가는 주식마다 상장폐지가 돼, 마이너스의 손이야, 파괴왕이야’

당신이 대주주로서 풋옵션을 걸었거나 인버스 레버리지에 수백억을 투자한 게 아니라면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차피 떨어졌을 주식에 당신이 잘못 올라탄 것뿐이다.

 

- 정서적 추론 : 자신의 정서적인 감정이 마치 현실이고 진실인 듯 착각하는 경우이다. 우울감에 빠져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단정한다거나, 쾌감에 취한 나머지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등의 경우를 말한다.

이혼 직후 우울감에 빠져 ‘난 뭘 해도 안될 거야’란 이들은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이 투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최근에 승진을 했다거나, 복권에 당첨되어 기분이 고양된 사람들은, ‘난 요즘 상승세야 뭘 해도 잘될 거야’란 생각으로 충동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데 이러한 인지 오류를 정서적 추론의 오류라고 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곱씹어보아야 할 일을 감정에 취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실수인 것이다. 

 

- 긍정 격화 : 자신의 성공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말한다. 충분히 자신이 능력이 있고 성공할 만큼의 자격이 있음에도 그저 운이 좋았다고 여기거나 자신의 능력을 낮춰서 생각하는 것이다.

내 친구 A는 주식 투자의 초보자이지만 실제 투자에 앞서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 같은 책을 10권이나 읽었고 모의투자 프로그램도 3번이나 시험했다. 원래도 꼼꼼하고 완벽주의가 있던 만큼 주식투자가 아닌 해부를 하듯 종목을 선택했고, 지인인 회계사를 통해 재무제표 읽는 법을 배웠다. 심지어 3개월을 공부해 자산관리사(AFPK) 자격증까지 땄다. 그 후 첫 투자에서 30% 수익률을 올렸는데 그 이후로 더 이상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 본인의 노력과 실력을 ‘초심자의 행운’으로 깎아내린 탓이다. 

초보자로서는 더 이상 준비할 게 없을 만큼 충분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과소평가하는 인지오류탓에 그는 더 이상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 잘못된 명명 : 어떤 하나의 행동이나 부분적 특성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완전히 부정적이고 단정적으로 명명하는 오류이다. 딱 한 번 지각을 한 사람에게 지각대장이라고 부르거나, 딱 한 번 욕을 했다고 그를 ‘욕쟁이’나 ‘분노조절장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내가 산 종목이 몇 번 반토막이 났다고 해서 내 친구들이 나를 ‘반토막종석, 반종석’으로 놀리는 것도 잘못된 일인 것이다. 

 

나는 현재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10가지 오류와 다양한 실패를 골고루 경험한 내가 한때 내렸던 결론은 ‘나는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될 사람이다. 다시 하면 손목을 자르겠다.’였지만, 그 또한 선택적 추상화와 과잉일반화, 정서적 추론의 오류에 골고루 빠진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항상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폭락장에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손절을 할 수 있어야 하며. 1시간 만에 손절한 주식이 다시 20% 급등한다고 해도 초연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간 실수에 연연할게 아니라 항상 here&now로 현재 시점에서 유연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

그것이 조금 더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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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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