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사람도 없어서 힘들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로 말할 사람이 없었다기보다는 환자들 자신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말하기 힘들어하는 성향인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자연스럽게 더 고립되기 마련이다.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한다. 정말로 주변에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것일까?

 

최근 보고된 한 연구에서는 약 11만 명에 달하는 성인 데이터를 이용하여 우울증에 걸릴 위험 요인에 대한 분석을 시행한 바 있다. 운동, 종교활동, 직업, 사회활동 등 갖가지 다양한 정신 사회적 요소들에 따라 대상을 분류하고, 그들의 유전적 특성이 가진 우울증 위험 여부를 조사했다. 등록 시점에서 연구 대상들의 다양한 유전적, 생활환경 자료를 조사한 후 약 6~8년 뒤에 우울증 발병 여부와 함께 그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기존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운동을 하거나 헬스클럽에 다니는 경우, 혹은 자주 걷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우울증 보호 요소로서의 유전적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_픽셀


이에 더해 흥미롭게도 이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횟수(confinding in others)가 많은 사람일수록 우울증 보호 유전자를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일이 많은 사람과 밀접하게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은 그런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더 낮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평소에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과 사회적 결속을 강하게 느낄수록 향후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울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더 낮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다. 신체적 거리를 유지하더라도 마음만은 서로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건강한 정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Karmel W. Choi, An Exposure-Wide and Mendelian Randomization Approach to Identifying Modifiable Factors for the Prevention of Depression, Am J Psychiatry. 2020 Oct 1;177(10): 94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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