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정신의학신문 : 라엘마음병원 원장 이희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같은 스트레스 요인에도 남자가 반응하는 것과 여자가 반응하는 것이 다르다.

이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할 것이다. '예쁜 연예인 칭찬에 발끈하는 여자들, 쓸데없는 자존심에 육체적 싸움을 벌이는 남자들, 그냥 딱 봐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겠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이런 표면적인 단순한 감정반응의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단계의 인식의 차이와 인지적 과정이 있다. 이에 관한 내용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한 단계 더 미시적인 세계인 분자생물학적 수준의 반응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녀의 스트레스 반응은 다르며, 여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이다. 이전에 말했듯이 스트레스 반응에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us-Pituitary gland-Adrenal gland axis : HPA axis)이다.

여기에서 마지막에 분비되는 항염증 호르몬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인데,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이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반대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자가면역 염증성질환, 예를 들어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이환되는 비율이 높다.

이에 반해 남성들은 스트레스 반응으로,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세포자멸통로(Apoptotic pathway)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대부분의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에 이환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체내의 분자 수준에서부터 남녀의 스트레스 반응은 차이가 있다. 당연히 호르몬들에 영향을 받는 인지적 과정, 감정적 과정 역시 남녀간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는 어느 한 쪽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고 단지 다르다는 것이다.

남녀에 따라 취약한 질환이 달라서 예방하고 치료해야되는 부분이 달라지듯, 남녀의 스트레스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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