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고, 머리를 움직이면 더 심해지면서 구역질, 구토까지 나게 되는 상황.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을 현훈(vertigo)이라고 합니다. 현훈을 느끼게 되는 질환은 몇 가지가 있으며 이런 병들을 감별하기 위해서 증상이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빙글 도는 어지럼증인 현훈을 일으키는 원인이 귀 때문인지, 뇌 때문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귀 안에 내이(inner ear)가 있는데 균형과 회전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습니다. 달팽이관은 소리를 감지에서 청각신경으로 연결된다면 세반고리관을 포함한 전정기관은 위치, 회전, 균형 등을 인지해서 전정신경과 연결됩니다.

 

세반고리관은 반고리 세 개가 합쳐져 있으며 각각의 방향이 X, Y, Z 세 개의 축을 이루어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세반고리관에서 회전감각을 인지하게 됩니다.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인 현훈은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또는 이를 전달하는 회로가 있는 뇌에 이상이 생길 때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귀에서 발생한 어지럼증인지 뇌에서 발생한 어지럼증인지 판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맨 처음에 물어봤던 질문들이 중요합니다. 소리가 안들리거나, 이명이 들리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고, 얼굴, 팔다리의 감각이 떨어진다든지 혀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오는지에 따라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현훈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인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 다른 말로 이석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양성 발작성 두위현훈증(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은 이석증이라고도 하는데, 전정기관에 돌 조각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석증은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현훈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입니다. 중년 여성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고 평생 유병률이 무려 3%나 됩니다.

 

전형적인 경우 중년 여성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빙빙 도는 느낌이 오면서 쓰러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머리를 안 움직이면 1분 내에 소실됩니다.

 

이석증에서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정기관에서 난형낭(utricle)과 평형반(macula)이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평형반을 자세히 보면, 젤라틴 막이 위에 덮여 있고 그 위에 이석(otolith)이라는 돌이 얹혀 있습니다. 이석은 중력에 따라 젤라틴막을 한쪽으로 쏠리게 할 수 있고 이럴 때 밑에 있는 수용체가 위치감각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석증에서는 이석이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떨어져 나간 이석이 어디로 가느냐? 바로 옆에 있는 반고리관으로 굴러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석의 움직임 때문에 반고리관 내의 내림프액의 회전이 유발되면서 거짓 회전감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머리를 움직일 때 이석의 움직임이 유발되므로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머리를 고정하면 1분 이내로 가라앉는 것도 반고리관의 내림프액 흐름이 멈추기 때문입니다.

잘못 발생한 회전감각은 뇌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어지럼증이 유발됩니다.

 

오늘은 이석증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석증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