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전자 현미경으로 본 계란 껍질_Lucore, L. M.S. Thesis, 1994. NC State University

 

시중에 판매되는 세척 계란 또는 아닌 계란,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 어느 계란이 살모넬라균에 잘 오염될 수 있는가? 이런 의문점들은 수년 전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되었다. 최근에도 살충제 계란이 사회적 관심을 끌었는데, 세척 계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계란이 살모넬라균에 오염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암탉이 알을 낳을 때, 계란은 난관을 지나 총 배설강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이 총 배설강은 닭의 변이 지나가는 곳이다. 그래서 변에 존재하였던 살모넬라균이 계란으로 옮겨붙을 수 있게 된다. 옮겨붙는다고 하여 계란 속으로 바로 침투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러나 계란은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세계가 아니다. 계란 껍질 표면에 약 8000개의 조그만 통로 구멍이 존재한다.(사진 1) 계란 밖과 안을 이어준다. 신기하다. 이를 통해 수분, 입자 또는 살모넬라 등의 미생물이 침투할 수 있다. 그래서 보호막이 존재한다. 바로 큐티클(cuticle) 층이다. 계란 껍질 제일 겉면에 존재하며 이 층이 없으면 외부 균 등이 잘 침투할 수 있다. 큐티클 층은 단순한 물리적 방어벽이 아니다. 이 층 속에는 항균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계란 표면에서 미생물 증식을 억제한다. 당연히 이 층을 벗겨 내면 그만큼 방어력이 떨어지게 된다.
 

시중에서 세척 계란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척된 계란들은 이물질을 제거하여 상품성을 높이고, 더 위생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계란을 세척할 경우, 큐티클 층이 파괴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층으로 보호받고 있는 통로 구멍이 직접 노출되면 이 구멍은 계란 밖과 안을 이어주는 말 그대로 프리 패스가 된다. 그래서 이렇게 씻은 계란은 나중 보관할 때 균에 오염될 확률이 더 크고 저장성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계란을 세척하지 않으며 미국은 세척하는 대신 살모넬라균의 증식을 막기 위하여 2001년 이후 냉장 유통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_픽사베이

 

현재 우리나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계란은 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과 그렇지 않은 계란으로 나뉜다.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출하 계란의 약 7.6%가 등급 판정을 받는다. 등급 판정은 품질 등급과 중량을 기준으로 분류하게 되는데, 품질 등급은 1+,1,2,3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품질 등급은 계란의 투광, 할란(수정란이 분할하는 것을 의미하나, 난백이나 난황의 품질을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판정 그리고 외관을 판정하는데, 기본적으로 세척한 계란을 대상으로 판정하게 된다. 즉, 이미 등급 판정을 받는 계란은 세척 계란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큐티클 층이 제거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저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물론 균들도 더 잘 들락날락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냉장유통을 하나보다.
 

한편 세척이 되지 않은 계란 표면에 이물질이 많이 붙어 있을 경우, 그냥 조리에 사용하기 매우 찝찝하다. 그럴 경우, 물로 씻지 말고 마른행주로 닦아내는 것이 좋다고는 하는데 잘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냥 흐르는 물로 잘 세척해도 별 문제는 없다. 또한 75℃에서 1분 이상 가열 조리할 경우 살모넬라균을 살균할 수 있다고 하니, 세척한 계란이나 안 한 계란이나 잘 익히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살모넬라균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은, 대부분 계란을 가열하여 섭취하는 우리 식문화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세척된 계란은 저장성이 떨어지고 신선도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빨리 소비하는 편이 좋겠다.
 

오늘 결론은 간단하다.
 

①    계란 껍질에는 안팎을 이어주는 통로 구멍이 약 8000개 존재한다. 수분, 입자 또는 살모넬라 등의 미생물의 통로가 될 수 있다.

②    이 통로 구멍을 통해 미생물 등의 출입이 가능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란 껍질의 제일 겉면에 큐티클 층이 존재한다.

③    계란을 세척할 경우, 큐티클 층이 파괴될 수 있어 통로 구멍을 통한 미생물 오염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저장성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④    계란 표면에 이물질이 많이 붙어 있을 경우, 그냥 조리에 사용하기 매우 찝찝하다. 그럴 경우, 흐르는 물로 잘 세척한다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⑤    계란을 75℃에서 1분 이상 조리할 경우, 살모넬라균을 살균할 수 있으니 고온에서 조리하면 계란의 살모넬라 오염 우려는 말끔히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⑥    세척된 계란은 저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으므로 냉장 유통 및 보관이 더욱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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