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사베이

 

갑상선 조직이 과다하게 증식된 것을 결절 또는 혹이라고 합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결절이 발견되면 결절의 모양 및 크기를 고려하여 암의 가능성을 따지게 되고, 암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 검사를 하게 되지요.

 

갑상선에 흔히 시행하는 조직 검사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미세침흡인세포검사 (Fine needle aspiration cytology)와 중심침생검 (Core needle biopsy)입니다. 두 방법 모두 초음파를 보면서 바늘로 혹을 찔러 갑상선 조직을 채취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바늘의 굵기가 달라서 채취되는 조직의 양은 서로 다릅니다. 미세침흡인세포검사의 경우 검사 이름처럼 세포단위에서 살펴보게 되고 중심침생검은 그보다 굵은 바늘로 조직을 떼어내게 되어 진단의 정확성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늘이 굵기 때문에 검사 후 출혈의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숙련된 전문가가 검사를 진행했을 때, 통계적으로는 합병증의 차이가 없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조직 검사 후에도 진단을 내릴 수 없는 “여포종양”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종양’이라는 말은 세포가 과도하게 자라난 상태를 말하고, 결절이나 혹과 비슷한 말입니다. 갑상선은 여포 세포라는 작은 단위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포종양은 바로 이 여포세포가 증식하여 만들어진 혹입니다. 여포종양은 대부분 부드러운 편이기 때문에 잘 만져지지 않다가, 혹이 꽤 커지게 되면 만져지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목에 무엇인가 튀어나와 있고, 만져진다고 하면서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여포 종양을 진단하는 과정의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쓰이는 두 가지의 조직 검사로는 암 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서 현미경으로까지 확인을 했는데 진단을 못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하시겠지요?

 

우선, 여포 종양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여포종양은 양성인 여포 선종과 악성인 여포암으로 크게 구분됩니다. 여포종양의 대부분은 여포 선종이지만 25~30% 정도는 여포암으로 진단됩니다. 하지만 이 진단은 수술로 갑상선을 절제한 후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쉽게 설명드리면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갑상선 유두암은 ‘딸기’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나 잘라서 보나 딸기이지요. 조직 검사로 세포를 채취해서 보았을 때 유두암의 특징적인 모양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서 여포종양은 ‘귤’입니다. 속살로는 ‘오렌지’인지 ‘한라봉’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제가 무지해서 속만 보고는 오렌지인지 한라봉인지 구분하지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포암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것은 종양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피막, capsule)입니다. 여포 종양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껍질을 확인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포종양은 미세침흡인세포검사를 하던 중심침생검을 해서 조직을 더 많이 떼더라도 모든 껍질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 검사만으로는 확진을 하기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현대의학에서는 수술 전에 혹을 둘러싸고 있는 이 피막을 완전히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러므로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여포 종양은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 후 결과에 여포 선종(양성 종양)이라고 나오는 경우입니다. 수술 후에 최종적으로 갑상선 여포 선종을 진단받는다면 괜히 수술했다고 억울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포암은 유두암에 비해 비교적 크기가 클 때 발견되고 폐를 비롯하여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일어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좋지 않은 경우를 고려해서 치료하게 됩니다.

 

수술 후에 여포 선종으로 나왔다고 너무 억울해 하지 마시고, ‘여포암이 나오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노력해서 수술하기 전에 여포암을 구분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