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환자분 들어오세요."

 

벌써 밖에서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납니다. 더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서둘러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수건으로 아이의 발뒤꿈치를 잡고 화난 표정으로 들어오는 엄마와 뒤이어 멋쩍은 표정의 아빠가 보입니다.

 

"자전거 뒷자리에 탔어요?"

 

이럴 땐 자세히 물어보지 않아도 그림같이 상황이 그려집니다.

 

사진_픽사베이

 

요즘 야외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달리는 데에 자전거만 한 게 또 없죠. 아빠들의 로망 아니겠습니까? 이쁜 아이를 뒤에 태우고 신나게 라이딩하는 장면 말이죠.

 

그런데 그림은 좋은데 말이죠, 안타깝게도 다쳐서 응급실에 오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특히 아이를 뒷자리에 태웠다가 빠르게 돌아가는 뒷바퀴에 발뒤꿈치를 다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뒷자리에 앉은 아이가 흔들리는 자전거에 불안해 다리를 오므릴 때, 사고가 나게 되는 거죠. 그냥 긁히거나 까져서 오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피부가 찢어지거나 인대 손상이라도 있을 땐 큰일입니다. 우리 몸의 하중을 지탱하고 걷는데 큰 역할을 하는 아킬레스건 손상이 흔하거든요.

 

또한 사고가 나거나 단순히 넘어졌을 때에도 아이에게 머리 손상이나 팔 손상이 발생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른의 경우 넘어지기 전 반사적으로 다리를 지탱해 중심을 잡거나 구르더라도 반사적으로 머리, 가슴 부위를 어느 정도 보호하게 마련이지만 아이의 경우에는 빠른 반응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 손상이 발생했다면 수상 기전과 손상 정도에 따라 정신을 잃었었거나 구역, 구토가 있는 경우, 상처가 있는 경우 뇌출혈 여부와 두개골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머리 CT를 찍어봐야 합니다. 자전거에서 떨어진 경우에는 수상 기전으로 봐서 CT 확인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고, 그렇다면 연령에 따라서는 재우는 약물을 써야 검사가 가능한 경우가 흔합니다.

 

또한 팔이나 어깨로 떨어진 경우에 위팔뼈 골절이나 쇄골 골절 등이 흔히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손상이 가중되지 않도록 팔을 몸에 붙이고 병원을 방문해 X-ray 확인을 통해 진단하게 됩니다. 만약 골절이 확인되면 4-6주간 고정을 하거나 부러진 양상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_작가

 

이쁜 내 아이와 함께 라이딩을 즐기고 싶으신가요? 그럼 사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먼저 자전거 뒷자리에 아이를 태우려면 발을 보호할 수 있는 보조의자가 필요합니다. 안전벨트와 헬맷도 착용해주는 게 좋겠죠. 넘어지거나 차량과 부딪혔을 때 자전거 높이가 있는 만큼 어른보다 훨씬 큰 손상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또한 소아는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는 순발력과 근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전조치가 필수라는 것을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요즘엔 자전거 뒤에 연결하는 트레일러도 보이던데, 아시나요? 아이의 안전과 편의성에서 장점이 많겠다 싶더군요. 비용이 문제긴 하지만, 아이들과의 즐거운 라이딩을 위해서 큰 맘먹고 준비해볼까 고민해봅니다.

 

사진_픽사베이

 

점차 가족과 여유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전거 라이딩도 아빠만의 취미가 아닌 가족이 함께하는, 그리고 다칠 걱정 없는 안전한 레저활동으로 자리 잡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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