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작가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제게는 남은 일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 도는 동네 한 바퀴인데요,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산책이라면 아이들이 좋아하기 어렵겠죠? 근데 우리 아이들은 아빠와의 산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만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들을 잡으러 가는 모험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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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게임을 참 좋아합니다. 소싯적엔 여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 덕분에 밤샘을 밥 먹듯 했었죠. 한 번은 물고기 밥 주는 플래시 게임에 빠져 3일 밤낮을 같은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적도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저 녀석 완전히 미쳤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를 닮아서 그런지 큰아이도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씁니다. 집중력도 어찌나 좋은지 한 번 게임을 켜면 눈이 벌게지도록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죠. 둘째는 또 어떻고요. 엎드린 자세로 휴대폰에 얼굴을 파묻곤 불러도 도대체 답이 없습니다. 눈도 걱정이고 구부정하게 고정된 자세도 걱정이고...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나면서 이대로 그냥 둘 순 없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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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민 끝에 함께 나가 밖에서 할 수 있는 GPS 기반 게임을 권해 봤습니다. 마침 아이들이 즐겨보던 만화 중에 포켓몬스터가 있었는데 그 캐릭터를 이용한 좋은 게임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바깥바람 쐬며 몸을 움직이며 하는 게임이 눈과 목, 허리에 무리를 덜 주겠다 싶었죠. 어차피 게임을 할 거라면 방에서 쪼그려 앉아하느니 가족과 함께 다니면서 하면 좋지 않겠어요?

 

지금은 아이들이나 저나 몬스터 잡기 게임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아이들 일정이 끝나는 저녁시간, 유모차에 첫째와 둘째를 태우고서 동네 한 바퀴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캐릭터도 잡고 함께 힘을 합쳐 체육관 점령도 하지요. 주말엔 지역에서 게임하는 사람들과 채팅방을 통해 모여 강한 전설 캐릭터와 싸우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나온 어린 친구들이 제법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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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라고 우습게 보실지 모르지만 의외로 장점이 많답니다. 아들과 대화를 할라치면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가 다였던 전에 비해 얘기 거리도 늘고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매일같이 동네를 돌다 보니 따로 건강 챙기려 운동할 시간 안내도 되고 기분도 좋죠. 같은 지역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도 만들게 되더군요.

 

그런 생각도 합니다. 게임을 하면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그깟 만화 캐릭터 모으는데 많은 시간을 쏟으면 손해 아닌가... 근데 우리네 삶이 게임과 같은 요소가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뭔가를 이뤄내고 보람을 찾는 과정이 짧으냐 기냐의 차이뿐 아닐까요? 점수와 승부에 집중하며 협동하는 스포츠로서의 요소도 가지고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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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한동안 아이들과 게임하며 하는 산책을 즐기게 될 것 같습니다. 뭔가 구심점이 될만한 공통 주제를 만들고 함께 하려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춰야 하겠죠. 여러분은 자녀들과 어떤 추억을 공유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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