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사베이

 

겨울철이라 그런지 화상 환자분들이 종종 오시고 계십니다. 대부분은 심각하지 않은 1도나 표재성 2도 화상이라 다행인데요, 가끔 오셔서 ‘선생님, 이게 심부 2도 화상으로 진단서 써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말씀하시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진단금’을 받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대부분 민간 의료 보험들을 가입하고 계십니다. 특히 실비보험을 통해서 비보험 진료비나 보험 진료 중 자기 분담금을 환급받고 계시지요. 그런데 심부 2도로 적어 달라는 말은 진료 과정 중 실제로 들어간 비용 때문이 아니고, 진단을 받게 되면 보험회사에서 지급하는 ‘진단금’ 때문입니다. 심부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경우, 특약에 가입된 분들은 수십만 원의 진단금이 나오기 때문에 저렇게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병원에서 발급하는 진단코드에는 심부 2도 화상이라는 코드는 없습니다. 화상의 진단 코드는 부위와 면적이 언급되는 경우와 1도, 2도, 3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럼 1도, 2도, 3도 화상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_셔터스탁

 

1도 화상의 경우 표피를 침범하는 화상을 말합니다. 화상 부위가 붉어지며 약간의 통증과 붓기가 생깁니다. 대부분 2일 안에 좋아지며 물집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2차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흉터가 생기지 않습니다.

 

표재성 2도 화상은 1도 화상보다 더 깊은 곳에 손상을 입는 것으로 표피와 진피의 일부가 손상을 받게 됩니다. 2도 화상은 대부분 물집이 잡히며 통증이 있습니다. 물집은 꼭 터트려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물집을 터트리게 되면 피부 보호막이 없어지는 셈이 되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심재성 2도 화상의 경우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손상을 받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흉터를 남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감염과 같은 2차적인 문제가 생기게 되면 심한 흉터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3도 화상의 경우는 피부의 전층과 피하지방층까지 손상을 받은 상태 입니다. 창상부위의 괴사가 진행되며 부종이 심하지만, 오히려 통증은 없습니다. 괴사된 부분에 가피(Eschar)가 형성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가피를 제거하거나 절제해주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표재성, 심재성 2도 화상 모두 2도 화상에 속하는 화상입니다. 어떻게 진단료를 받는 심재성 2도 화상을 구분할 수 있을가요? 사실 이 부분은 어렵습니다. 교과서에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험사의 ‘심재성 2도’ 규정을 살펴보면 조직 검사상 하부 진피를 침범한 것이 확인될 때라고 되어 있습니다.(모든 보험회사를 조사해 보지는 않아서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화상환자의 화상 부위를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지금 아파하고 있는 부위를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찌른다는 의미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행위지요.

 

결국 의사의 임상적인 판단으로 진단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상처를 소독하면서 결정을 하게 됩니다. 화상 부위를 잘 살펴보면 피가 나는 경우가 있고 피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피가 앉은 부위를 제거해보면 더욱 확실합니다. 상처 부위에 피가 잘 나게 되면 표재성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피가 잘 나지 않거나 화상 부위를 눌렀을 때에 하얗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심재성 2도 화상으로 진단합니다. 또한 표재성으로 진단하였다 하더라도 나중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았다면 심재성 2도 화상으로 고쳐 주기도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럼 환자분들이 심재성 2도라고 적어달라고 하면 적어 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안됩니다. 또한 ‘돈’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심평원에서도, 민간 보험사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분쟁이 생길 수 있지요. 그래서 이러한 분쟁을 막기 위하여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화상 치료 과정을 사진을 찍어서 남기고 있습니다. 진료 기록에 넣을 사진을 찍는 것이지요. 나중에 건강보험 공단에서 문제를 삼거나, 혹은 민간 보험사에서 문제를 삼게 되면 증거자료로 제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조금 어려운 요청은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진료 기록은 과장해서도 축소해서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