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를 방문하면 많은 경우 커피(카페인)를 줄이거나 끊도록 조언을 듣기도 합니다. 카페인의 어떤 효과 때문에 그럴까요?

 

사진_픽사베이

 

카페인의 작용과 효과

카페인은 빠르게 흡수되어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최고 혈중 농도를 이루고, 3-4시간 정도가 지나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뇌 속으로 매우 잘 들어가는 물질이며, 뇌에서는 아데노신 수용체라는 곳에 작용해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말 그대로 뇌의 여러 부분을 자극하는 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덕분에 흔히 알고 있는 "각성"과 관련된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안전한 하루 섭취량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적은 양의 카페인(50-200mg)은 긍정적 효과가 더 많습니다. 각성과 함께 에너지를 올려주고, 기분 좋은 느낌과 기억력을 조금 향상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양의 카페인(400-800mg,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250mg 제시)은 불안, 초조, 안절부절못함, 불면, 심박동수 증가, 손떨림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보입니다.

하루 300-400mg의 카페인, 일반 커피로 치면 하루 4-5잔까지는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서양인 기준이고, 개인차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조금 적게 마시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카페인 함량표

 

그럼 정신과 진료중에는 왜 줄이라는 것일까?

카페인 자체가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유발하는 지에 대한 연구는 그 결과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즉, 원인 결과 관계가 불분명한데 아래의 몇 가지 이유에서 복용을 줄이는 것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불안증상을 동반하는 여러 질환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1. 수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불면증은 불안 및 우울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 둘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카페인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양에 비례해서 수면에 영향을 주며,  잠들기가 어려워지고, 전체 수면시간도 줄고, 깊은 수면의 양을 줄입니다.

 

2. 증상으로 오해할 수 있다.

다소 높은 용량의 카페인은 불안, 초조감, 심장박동수의 증가 등 불안 증상을 유발합니다. 불안한 느낌은 없이 이러한 신체 증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불안증상에서의 신체 증상과 거의 같기 때문에 카페인으로 인한 것이 불안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에 큰 영향을 받는 공황장애, 강박증 등의 불안장애를 가진 분들은 굳이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좋진 않겠지요.

 

3. 금단 가능성

카페인은 급성기 증상 뿐 아니라 오랜기간 꾸준히 복용하다 줄였을 때, 혹은 한 차례 고용량 복용 후 중단했을 때 금단증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생깁니다(withdrawal symptoms).

두통, 피곤함, 졸림, 불쾌하거나 우울한 기분, 짜증, 집중력 저하, 감기 같은 증상(구역감, 근육통). 이러한 증상 역시 우울증에서의 증상과 비슷할 수 있어 기존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처럼 보이고, 우울증 특유의 부정적으로 왜곡된 생각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_픽셀

 

'나는 자기 전에 커피 마셔도 잠만 잘 자던데..'

커피는 물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음료입니다. 커피에는 1000개 이상의 다양한 성분이 있어 아직도 정확히 다 규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중 가장 핵심 성분은 역시 카페인이죠.

카페인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사람에 따라 작용하는 민감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카페인이 작용하는 아데노신 수용체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카페인이 몸에서 어떻게 분해되고 배출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카페인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CYP1A2), 여기에 관여하는 효소의 활성화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이 효소가 활발히 작용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카페인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지요. 카페인의 배출에도 여러 요소가 관여하는데 평소 커피를 자주 마시는 경우나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카페의 분해 배출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상대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는 약간 이 속도가 느립니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정도껏!

불안장애, 우울증이 있다고 무조건 카페인을 줄이거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먹는 카페인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소에 잘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며, 평소 마시던 양에서 일부를 줄여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즉, 조절 가능한 범위에서 카페인 섭취는 큰 무리가 되지는 않겠습니다. 줄이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수면을 취하기 5-6시간 이전에 마지막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급성기 불안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치료를 시작하는 일정 기간은 중단하는 것이 마음의 회복과 안정을 위해서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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