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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학습: 잘 자는 아이가 기억력도 좋다

기사승인 2018.01.15  1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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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촬영_글쓴이

 

어렸을 적, 저는 적어도 중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부모님께 밤에 일찍 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찍 자야 내일 할 일을 잘할 수 있고, 키도 쑥쑥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그래도 밤이면 잠들기를 아쉬워하며, 몰래 방에서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안 자고 놀다가, 부모님께 들켰 때는 혼이 나기도 했고요.

제 아이만 해도 밤이 되면 안 자려고 합니다. 그래도 아이가 자야하니까, 수면환경을 만들어서 오후 9시가 되면 불을 꺼서 실내를 어둡게 하고 집안을 조용하게 하고, 아이가 잠자리에 누워 잠들도록 얼르고 달래는 일이 많습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모두 집에 있는 저녁 시간을 좋아하고, 더 놀고 싶고 잠자기 아쉬워합니다.

아이가 엄빠랑 놀고 싶어서 그러는데 오늘만 같이 놀고 늦게 재울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일찍 잠들어서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아이의 내일과 성장을 위해 좋지 않을까 하고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잠이 우리 아이의 기억과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잠을 잃은 나라, 한국

2015년 미국 국립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서는 새로운 권장 수면 시간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전 권장 수면 시간에 비하여 대체로 늘어난 수면 시간을 권장하였습니다.(그림 1) 한국인은 특히 잠이 적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한 조사에서 한국 성인들은 평균 6.3시간 잠을 자고 15개 아태지역 나라 중 15위인 최하위로 나타났습니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7/2016062701159.html) 수면 시간이 적으면 여러 성인병과 치매 등 뇌신경퇴행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수면이 너무 많으면 심장병이나 우울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 수면 시간은 어떨까요? 한 국내 조사에서는 우리 나라 아이들이 주변 아시아 국가(12.33시간)나 서구권 아이들(13.02시간)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적게 자는 것으로 (평균 11시간 53분) 나타났습니다. 위 미국 국립수면재단에서 권장하는 수면 시간을 충족하기는 하였으나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는 적게 자는 편이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731166.html) 고등학생이 되면 우리 아이들은 권장 수면 시간도 채우지 못하는 5시간 33분 정도 자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구요.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못 자는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요? 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길래 수면 재단에서는 권장 수면 시간을 제시하고, 의사와 연구자들이 한국 아이들과 성인이 수면 시간이 적고 문제가 된다고 말을 하는 걸까요?

 

그림 1. 연령대별 권장 수면 시간

 

자는 동안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자는 동안 꿈을 꿉니다. 꿈에 대한 기록은 문명과 함께 하였고, 인간은 항상 꿈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꿈으로 어린 시절 심리적 트라우마를 찾는다거나, 영화 [인셉션]처럼 상대방에 무의식에 접근한다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20세기 초 활동했던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융(Carl Jung) 등 현대 정신의학의 선구자들도 무의식을 탐구하기 위해서 꿈을 깊게 연구하였습니다. 오늘은 그보다는 더 일상적인, 오래된 과거보다는 가까운 과거 바로 자기 전 깨어 있었던 시간에 있었던 사건-기억과 연관된 꿈의 역할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꿈은 급속안구운동 수면 (rapid eye movement sleep, REM) 단계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REM 수면은 얕은 수면 단계이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의해서 쉽게 잠에서 깹니다. REM 수면 도중 깨면 꿈 내용을 기억하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수면 단계인 비REM수면 (non-REM), 그 중에서도 깊은 수면 단계인 서파 수면 (slow wave sleep, SWS)의 경우에는 깨는 것이 쉽지도 않고, 꿈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꿈이 어떤 기전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REM 수면을 박탈한 실험군에서는 잠들기 전에 주어졌던 경험이나 상황을 기억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것이 반복적인 실험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REM 수면이 장기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특히 시냅스 연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시냅스 공고화’ (synaptic consolidation)가 REM 수면에 의해 촉진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림 2)

REM 수면은 정상적인 수면 단계에서 수면의 전반부인 밤이나 이른 새벽시간보다는, 수면의 후반부인 아침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늘어나므로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REM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의 예처럼, 밤을 새서 공부를 하면 당장 들어오는 지식을 붙잡아 둘 수는 있지만, 충분히 잠을 못자게 되면서 장기 기억으로 오래 저장을 하고 두고 두고 지식을 꺼내 쓰기에는 불리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림 2. 서파 수면 (SWS)과 REM 수면을 통한 장기 기억 저장 기전. Encoding (부호화: 기억 저장을 위한 정보 입력), Store (저장), Consolidation (공고화). (Diekelmann and Born 2010)

 

잠을 충분히 못자면 정보처리능력도 떨어진다

당연히 잠을 못 자게 되면 졸음이 오고, 계속 하품이 납니다. 수면 부족은 졸음 운전이나 기타 사고의 큰 위험 요소이고요. 잠을 충분히 못 자게 되면 깨어있는 동안 뇌에 쌓이게 되는 피로 물질 - 아데노신(adenosine) 등에 의해 졸음이 오고 뇌기능도 떨어지게 됩니다.

잠을 못 잔 사람의 뇌는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그림 3) 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저장(encoding)하지 못하고 - 컴퓨터와 비교하면 정보의 입력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가 되고, 지금 해야할 일을 까먹는 흔히 말하는 건망증과 같은 상태로 - 작업 기억 능력(working memory)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 정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감정가치(valence)도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워져서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상황을 오해하게 되고, 그 오해로 인하여 불필요한 갈등이나 감정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중요한 약속, 면접이나 시험이 있을 때는 충분히 수면을 취해서 확실한 판단을 하고 답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잠을 줄여가며 준비를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 3. a 전두엽-두정엽 연결(FPN, frontoparietal network: 집중력과 연관이 있는 뇌부위) - 배측 가측 전전두엽(DLPFC), 두정엽간 고랑(IPS); 휴식상태 연결 (DMN, default mode network: 평소 상태, 휴식 상태와 연관이 있는 뇌부위) - 내측 전전두엽(mPFC), 후측띠이랑(PCC). b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집중상태와 휴식상태간의 전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집중력을 하기 어렵고, 작업 기억력도 떨어져서 원활한 업무 수행이 어려워집니다. (Krause et al. 2017)

 

맺음말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짧은 시간동안 압축 성장하여서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성취는 과거 윗세대인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오래 일하고, 기존의 물건을 더욱 빠르고 싸게 만들어내는 장시간의 노동과 희생으로 이루어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저효율 장시간 노동 및 학습의 양적인 성장의 시대를 지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공부하면서 여가 시간에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질적 성숙의 시대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오래 많이 일하는 것보다는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동안 충분히 집중하고 놀이 및 학습 활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를 위해 쉬우면서도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한 준비라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1. Ahn Y et al. J Korean Med Sci. 2016 Feb;31(2):261-269.

2. Seok S et al. Korean J Fam Pract. 2017;7(4):557-562.

3. Diekelmann S and Born J. Nat Rev Neurosci. 2010 Feb;11:114-126.

4. Krause A et al. Nat Rev Neurosci. 2017 Jul;18:404–418.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edicusy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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