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뇌부자들 [25화 part 2] 동생이 너무 싫은 나, 왜 그런 걸까요?

[정신의학신문 : 허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씨의 사연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을 즐겨듣는 여대생입니다.
제 스스로에게 너무 궁금한 질문이 있어 사연을 보냅니다.

 

나는 왜이렇게 동생을 싫어할까 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장녀입니다. 제가 어릴때 부모님은 일 때문에 주말부부로 떨어져 사셨고 저는 외가댁에서 엄마와 함께 살았습니다. 외할머니가 아프셨기 때문에 엄마가 출근하신 동안에는 다른 친척이 저를 맡아주셨죠. 친척집에 맡겨지면서부터 눈치를 좀 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나이보다 어른스러웠다고 하구요.  

 

그런데 엄마가 동생이 생기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면 저는 항상 싫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혼자 놀아야 했으면 동생을 원할 법도 한데 한 번도 좋을 것 같다고 한적이 없대요. 하지만 동생은 이미 생긴 뒤였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저에게 동생이 생겼다는 말을 했을 때에 저는 너무 슬퍼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동생이 생기면서 어머니는 일을 그만두셨고 우리 가족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완전 아기인 동생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좋아했다고 해요. 하지만 저랑 같이 놀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부터는 동생을 꼬집기도 하고 매번 짜증내고 화내고 싫어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평범하게 첫째가 둘째에 대해 가지는 질투심 정도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컸고 이후로도 동생에 대한 애정이 제대로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부모님은 동생과 제가 싸우면 항상 동생 편을 들었어요. 그런 것에서 시작된 걸까요, 저는 동생이 너무 싫습니다. 솔직히 성인이 되기 전엔 동생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이건 싸웠다 화해하고 투닥거리는 형제간의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제 시선에서의 동생은 항상 부족한 아이였어요. 나보다 어리기에 당연한 것임에도요. 동생은 저를 따르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늘 화내고 매정하게 구는 저를 보며 상처를 정말 많이 받았을 거에요... 부모님은 그런 저를 보며 어찌할줄 모르셨습니다.

 

그러던 동생도 사춘기가 되고 점점 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혐오한다는 티를 냈으니 당연할 겁니다. 저는 고등학생이 되어 입시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없었고 그렇게 동생과 아주 조금의 좋은 마음도 없이 성인이 되자마자 따로 살게 되었어요. 성인이 되어서 보니 정말 제가 못됐었더라구요. 동생에게 미안했어요. 부모님은 첫째인 저에게 많은 기대를 하셨고 내가 잘 되어야 동생이 잘 되는 것이라며 항상 더 많이 혼내고 더 많이 투자하셨습니다. 이유 없이 자길 싫어하는 언니가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했으니 동생이 얼마나 소외감을 느꼈을지..

 

하지만 동생을 보면 아직도 답답하고 모진 말이 튀어나옵니다. 동생도 저를 보면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고요. 저는 학교 때문에 본가에 내려가는 날이 일년에 1~2주 정도 밖에 안 되어서 이 관계는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요. 애초에 어떻게 동생에게 다가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내가 그땐 미안했다 라고 하기엔 동생의 상처를 섣불리 터트리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뇌부자들의 답장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입니다. 정말 어디서부터 어떻게 동생과의 관계를 풀어야 할 지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저희 뇌부자들도 모두 형이나 동생들과 다투고 싸우면서 자라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됐어요.

 

어린 시절엔 누구나 한 번씩 동생을 싫어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동생이라는 존재가 태어남으로써 내가 독점하던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주어야 하니까요. 실제로 아직 아기인 동생을 괴롭히거나, 동생과 비슷한 모습으로 부모님의 관심을 얻으려는 퇴행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분유를 안 먹던 아이가 갑자기 동생처럼 분유를 먹는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그럴 때 부모님께서 첫째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표현해 주면서 동생이 경쟁의 대상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것을 알려준다면 그러한 행동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처음에는 퇴행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부모가 첫째 아이에게 충분히 관심을 표현해 준다면 점차 퇴행된 모습은 줄어들게 돼요.

 

하지만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얻기 위한 경쟁은 평생에 걸쳐 계속되게 되는데 이것을 sibling rivalry, 형제 간의 경쟁이라고 합니다. Sibling rivalry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모든 형제들에게 나타납니다. 꼭 나쁜 것만도 아니에요. 상대방의 성취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그 결과 자신도 발전을 이루기도 하니까요. 어렸을 때 동생들이 형이나 언니가 하는 것을 보면 따라하고 또래들 보다 조숙하거나 운동 발달이 빠른 경우를 생각해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러한 sibling rivalry의 정도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의 대우, 타고난 기질, 출생 순서, 가족 외적인 환경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남매보다는 동성 간에 잘 나타나죠. 형과 동생, 언니와 동생 간에 강하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적을 수록 더 심합니다. 형제 중 한 명 또는 두 명 모두 지능이 높은 경우에도 역시 경쟁이 치열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게 아닌 만큼 조심스럽지만 C님께서는 부모님에게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부모님과의 애착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생이 태어나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요.

 

부모님께서 싸울 때 마다 동생의 편을 들었다고 하셨다는 부분이 기억이 남네요. 올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부모님 나름의 사랑의 방식이었고 그만큼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으셨겠지만 상처 받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정서적으로 애정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죠. 반면 동생에겐 투자는 덜 하셨지만 그만큼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대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랑을 좀 더 표현하셨을 수도 있구요. 이러한 상황에서 첫째 아이는 ‘나는 동생보다 나은데 엄마 아빠는 동생을 더 좋아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동생에 대한 경쟁 의식은 해소되지 못한 채 미움으로 변하게 됩니다. 부모님에게 자신이 더 낫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동생을 낮추고, 무시하기도 해요. C님께서 동생을 미워했던 이유에는 아마 이런 배경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 상태가 해결되지 않고 고착화 된 채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죠. 이런 결과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네요.

 

문제를 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동생은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았을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본인이 정말 동생과 화해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살펴 보는 것입니다. 동생의 상태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말 안쓰럽다 여기는지, 동생이 모진 말을 내뱉었을 때 그것을 듣고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동생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본가에 좀 더 자주 내려갈 수 있는지 등 살펴볼 것이 많겠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상처가 덧나는 결과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글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해 보면 어떨까요. 아무래도 몇 년을 제대로 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무리일 테니까요. 만약 반응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할 만큼 했으니 그만두자’ 라는 생각 대신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동생이 서로에게 받은 상처의 깊이가 다른 만큼, 감정을 소화시키는 속도도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포용할 자세를 갖추는 것이 화해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추측에 의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저희의 답변이 C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동생과의 관계에 변화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뇌부자들 드림.

 

 

아이폰 Podcast: https://itun.es/kr/XJaKib.c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3552?e=22516722

팟티 : http://m.podty.me/pod/SC1758/9470476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시 보험가입 불이익에 대한 청원이 진행중입니다. 정신의학신문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청원 참여하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11671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