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픽셀

 

예전에 한 방송에서 신년 특집으로 '워킹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3부에 걸쳐 방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방송은 예고편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고 관련 내용을 SNS나 기사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반갑게 아이를 맞이하고 행복해야 할 육아가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전쟁'에 비유되는, 특히 '엄마의 전쟁'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엄마의 전쟁

 

떠올려보면, 어려서부터 우리는 도덕∙윤리 시간에 '자아실현의 욕구'를 최상의 단계로 암기해왔고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실제로 많은 엄마들이 직업적으로 성공한 워킹맘들의 사이다 같은 성공담에 환호하며 본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직업과 직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상당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또는 이혼이나 별거 같은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하게 되는 상황이야 어찌됐든 모든 '워킹맘'들의 마음 속에는 항상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회적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죄책감과 맞물려 혹은 자타의에 의해 소위 '경단녀' ('경력 단절녀'의 준말로 결혼과 육아 탓으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이르는 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워킹맘 vs 경단녀. 선택의 과정에서 따져야 할 것도 많고 의논하고 눈치 봐야 할 사람도 많아 보입니다. 행복을 위해 하는 결정인데 머리와 마음만 복잡하고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장 중요한 점은 진짜로 엄마의 직업이 아이의 양육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알아보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스템의 부재나 본인의 상황에 안타까워하고 있기에는 아이들의 소중한 오늘이 또 한 번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전 보고들

 

직장을 가진 어머니의 비율이 늘어남으로써 아동이 엄마와 떨어져 지낼 때가 많고, 영아기 때부터 어린이 집이나 유아원, 놀이 학교 등에 맡기거나 육아 도우미 혹은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돌보게 하는데, 이런 아동이 커서 정서나 행동 문제를 갖지 않을까 걱정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많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어머니가 일을 한다고 해서 정서적∙행동적 문제가 더 많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고, 엄마의 직업 유무 여부 자체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크지 않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반면, 국내 연구에서 아동행동문제 조사를 통해 전체적으로 보면 직업모의 아동이 문제 행동 점수가 높았다는 보고도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전문직종의 어머니를 둔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문제 행동 점수가 낮았고 저소득층의 직업모 아동은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우 모친의 직업 유무 자체보다 빈곤, 이혼, 가정불화,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만 등의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여타의 스트레스 요인들이 더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에 대해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엄마가 일을 하면 누가 돌보느냐의 문제입니다. 보고들에 따르면, '누가' 돌봐야 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살핌의 질이며 누가 돌보든 보살핌의 질이 좋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관점에서 시기상 1세 이전에 엄마가 일을 시작하는 경우 불안정 애착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긴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무조건적 경단녀보다 아이들과 얼마나 좋은 애착관계를 맺느냐가 더 중요

 

직업을 갖느냐 마느냐, 위에 언급된 사안들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무엇일까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엄마가 아이와 얼마나 좋은 애착관계를 맺느냐입니다. '워킹맘'의 경우 일에 매이고 지쳐 귀가 후 아동의 정서적 보살핌을 게을리하거나 여유의 부재로 못하게 될 때는 정서행동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쉽진 않겠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조금만 힘을 내서 저녁시간을 할애하여 아동과 질적으로 양호한 상호 교환을 나누고 잘 보살핀다면, '워킹맘'일지라도 좋은 양육자로서의 자격 또한 잘 유지하는 겁니다.

 

반면에, 엄마가 어떠한 면에서든 만족감을 느끼고 있던 직장을 아이 때문에 그만두게 된다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불만이 쌓여 자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고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무조건 아이 옆에 붙어 있는다고 해서 좋은 양육이 될 리 만무합니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는 행복한 아이를 양육할 수 없습니다.

 

직업을 갖고 유지하거나 양육에만 힘을 쏟는 일. 두 길 모두 궁극적으로는 가족의 행복을 위한 선택일겁니다.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자녀 혹은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감정적 소모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 때문에', '돈 때문에', '사람 때문에'......'OO 때문에'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가족의 행복'이 선택의 기준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 오늘 하루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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