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위키미디어 공용

 

Q. 밤에 갑자기 아이가 울어요.

힘들게 아이를 재우고 두 시간 정도 지났는데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불을 켜고 아이를 봤더니 눈을 감은 채로 발버둥을 치고 뭐라고 칭얼대는데 30분을 이러다 겨우 멈췄어요. 

그런데 다음날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거예요. 

깨우려고 해도 잘 일어나지 않고 큰 병인 것 같아 걱정이 돼서 찾아왔어요. 

다행인 건 아침에 아이에게 물어보면 이 상황을 전혀 몰라요.


부모님들의 호소를 간략히 요약한 사연으로 시작했는데요. 바로 야경증(Sleep terror)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메뉴얼' 내용을 바탕으로 야경증의 증상에 대해 간략히 요약을 하자면요.  

 

1) 보통 아이가 깊은 수면(NREM III, IV)으로 들어간 후 첫 1/3 정도 시점에 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를 지르는 증상으로 시작이 됩니다. 

그림_시간에 따른 수면단계에서 빨간색 네모박스 안이 깊은 수면-NREM III,IV-을 가르킨다. 출처_위키미디어 공용

 

2) 불을 켜고 아이를 보면 맥박, 호흡이 빨라져 있고 땀을 흘리는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이는 자율신경이 항진된 모습입니다.  

3) 부모가 아이를 진정시키려 노력을 해도 좀처럼 아이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4) 신기하게 아이는 이튿날 깨어서 전날 밤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 합니다.

 

그렇다면 야경증의 원인은 뭘까요?

 

그림_측두엽_닥터단감(유진수 외과 전문의)

측두엽(Temporal lobe) 

현재까지 야경증은 뇌의 미세한 신경학적 이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가장 의심이 되는 부분은 바로 측두엽(Temporal lobe)인데요. 간혹 아동기가 아닌 청소년기 또는 청년기(young adulthood)에 첫 증상을 보인다면 측두엽간질의 첫 증상일 수 있어 이 부분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야경증은 가족적인 경향이 있는데요. 부모 둘 다 어렸을 때 야경증을 가진 경우 자녀의 60%가, 한쪽 부모가 야경증을 가진 경우 자녀의 45%에서 야경증이 발생합니다.  
※ 야경증의 유병률은 1~6%,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더 흔합니다. 

또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아이의 불안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요. 발표를 앞두고 있거나 새 학기가 되면 야경증의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지나친 피로는 야경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유발 인자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대처하면 되나요? 

모든 소아 정신질환이 그렇지만 부모가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침착하기가 어디 쉽나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은 아이가 몸부림을 치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야경증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라는 것입니다.
 

  지켜보다 
  [동사]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다. / [네이버 국어사전]


제가 강좌를 나갈 때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지켜본다는 것은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집중해서 살펴보셔야 합니다.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위험한 물건에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억지로 깨울 필요는 없습니다. 몸부림이 심해 아이가 위험하다면 안아서 다독여 줄 순 있지만, 부모님의 안전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정리를 하면, 주변에 위험한 것들을 정리하고 침대에 눕힌 후, 아이의 몸을 쓰담쓰담하며 "아빠야."라고 안심을 시켜주시면 됩니다.

 

"선생님 제 아이는 증상이 너무 심해요."


야경증에서 때때로 몽유병이라 불리는 수면 중 걷는 모습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몽유병의 경우에도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아이가 반복적인 증세를 보이거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야경증 증상을 보이면 매우 힘드실 텐데요. 제가 주로 부모님에게 교육을 시키는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하나, 지켜보다. 

;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시면 아이가 특정 패턴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와 다툼이 있을 때 발생한다거나, 특정 학원을 가는 날 발생한다던가 말이죠. 이런 유발 요인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새벽 1시에 발생한다고 하면 수고스럽지만 10분 전에 아이를 미리 깨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잠시 깨어 있다 다시 잠을 자게 하면 됩니다. 

 

둘, 불안을 줄여준다. 

; 다시 말하지만 아이의 불안이 야경증의 유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야경증 환아가 병원에 오면 가족 내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하게 되죠.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경우 부모에게 자기 전 이완훈련을 교육합니다. 이를 통해 불안을 다소 잠재우고 수면을 취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부모님들이 약물까지 먹어야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시고 궁금해하실 수 있으실텐데요. 너무 심한 아이의 경우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제 경우 약물을 사용한 경우는 아이를 적절히 돌봐줄 양육자가 없을 경우였네요.

참고로 약물의 경우, 소량의 디아제팜(diazepam, 상품명 Valium)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디아제팜은 전문의약품입니다. 꼭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본 후 처방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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