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데, 검사해도 이상이 없대요

기사승인 2018.06.04  01:15:20

공유
default_news_ad1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나도 모르게 다가오는 건강에 대한 관심

30대가 되면서 느끼는 몸의 변화 중 하나는 피로감입니다. 20대 때 밤새 놀다 다음날 출근을 해도 멀쩡한 몸이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들어서면 확연히 달라집니다. ‘피로감’이란 단어가 어느새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아직 ‘건강’에 큰 관심을 두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러다 40대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는 사이 ‘건강’이란 단어에 관심이 갑니다.

“혈압측정을 했는데 너무 높게 나왔어.”

“지난번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게 나와 병원을 갔는데 당뇨약을 복용하래.”

이런 이야기들이 남들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 “검사 상 이상이 없습니다.”

김 부장은 작년부터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아 신경이 쓰여 검사를 받아보기로 합니다. 분명히 뭔가 있다고 생각해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의료과실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띕니다. 김 부장은 더 큰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몇 달을 기다려 가장 큰 대학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입원을 해서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괜찮다고 합니다. 그 사이 용하다고 소문난 한의원도 가봤습니다. 증상의 차도는 없습니다.

그러다 두 달 전 방문한 병원에서 조심스레 정신건강의학과를 권유한 사실이 생각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선생님, 제가 목 안에 뭔가 걸려있는 듯해서 병원을 갔어요.

선생님께서 역류성 식도염이 의심된다고 해서 치료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조금 괜찮아지는 듯하다 증상이 똑같아요.

다른 병원을 가봤는데 괜찮다고 말씀하시네요. 믿음이 가지 않아 큰 병원을 가서 하라는 검사 다 했는데 정상이래요.

 

♦ 신체증상 및 관련장애

‘히스테리구(globus hystericus)’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기준으론 ‘신체증상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신체증상장애는 한 가지 이상의 신체 증상이 고통을 유발하고 일상생활에서 유의미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고려하게 되는 정신질환입니다.

목에 뭔가 ‘동그란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인해 과도할 정도로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아 ‘히스테리구’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이죠.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나요?"

선생님, 제가 작년에 진급을 했어요. 시키는 것만 하다가 이제는 제가 뭔가 계획해서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해요.

팀장 회의에 들어가면 가슴이 답답해요. 제가 맡은 일이 팀 간 조율을 해야 하는 일인데 너무 버겁네요.

진급하고 얼마 안 있어 아침 회의 시간에 갑자기 목이 불편했어요. 가래를 뱉어보려고 했지만 나오지 않아 프레젠테이션을 망쳤어요.

이후부터 아침 회의 시간도 두렵고 그러네요. 제가 결혼을 빨리 해서 큰 딸아이가 고3이랍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아내와 딸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좀 고쳐주세요.

 

♦ 생에 대한 집착이 나를 오히려 더 힘들게 만드는 역설

처음 직장을 가지면 마냥 열심히 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고, 내가 하는 일에 내 영역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다 중년이 되면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도 옆에 있습니다. 갑자기 현재 내 위치가 너무 무겁게 다가옵니다. '내가 원하는 자리가 이것이었나?'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되죠.

하지만 내가 이런 걱정에 빠져 있단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면 안 됩니다. 내 자리를 지키려면 내가 남들보다 못하단 사실을 주변이 알아선 안 됩니다. 지금 갖고 있는 것이라도 지키려면 나는 완벽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지금 이 고통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힘들게 합니다.

사진_픽셀

 

♦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울해진다. 그러나 꼭 필요한 과정이다.

중년에 이르면 피할 수 없는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필사적으로 노력을 해도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몰려올 ‘우울감’, ‘좌절감’이 두렵습니다.

치료의 시작은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생에 대한 집착’을 이젠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울감’, ‘좌절감’은 피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것이죠.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없다고 판단이 되면 가족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통과의례를 거치고 나면 한결 편해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장애물을 부수거나 뛰어넘는 것이 아닌 돌아갈 수 있는 유연함으로 승부를 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